“노틸리아. 도망갈까? 우리.” 그 말이 시작이었다. 사자 갈기 모양을 닮은 사나운 숲, 사자 숲에 둘러싸인 어느 고성에 갇혀 이름뿐인 황녀로 살아온 노틸리아. 그녀는 정원사의 아들 렉서의 말에 그의 손을 덥석 잡고 성을 탈출한다. 신분은 비록 천지 차이더라도, 렉서가 바로 자신의 태양이라 믿어 마지않았으므로. 하지만 목숨을 걸고 나아간 세상은 결코 그녀가 바라던 모습이 아니었다. “여기에 얌전히 있어. 절대 나오지 말고.” “그럼…… 난 하루 종일 무얼 해야 하는데?” “창밖을 보든가, 책을 읽든가, 아니면 그 외에 다른 것들을 하든가.” “그런 것들은 성에서도 했던 것들이야!” “……바깥에 나가지 않는 거라면 뭐든, 원하는 것들을 해.” 제국 내에서 황녀의 신분으로 사는 한, 노틸리아는 어느 곳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빌미로 삼아 렉서 또한 그녀를 억압하기 시작하는데…….
평생 자신을 괴롭히던 의붓동생 올리비아의 성대한 약혼 파티 날. 필리아는 모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우선, 가문의 이름을 마구 악용해 거대한 사채를 졌고 그 기일을 약혼 파티가 이뤄지는 당일로 맞췄다. 사채로 빌린 돈은 알뜰하게 ‘환생티켓’을 제작하는 데 사용했다. 이 티켓만 있다면 죽은 후 환생할 수 있다. 모처럼 건물 위에서 뛰어내릴 마음의 준비도 마쳤다. 이제 조금 후엔 저 아래로 추락해 엄마가 있는 사후세계로 갈 예정이었다. 웬 남자가 나타나 제 팔을 붙잡지만 않았더라면. “조금만 참아! 바로 끌어올려 줄 테니까!” “낑낑대는 모습이 참 볼만하네요.” “……시끄러워.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역시 그 커다란 몸의 대부분은 근육이 아니라 살이었군요.” 여느 때처럼 그 남자와 투닥대다 그만 밑으로 함께 추락했다. 이런 건 필리아의 완벽한 계획에 전혀 없던 일이었다. 꼴 보기 싫던 의붓동생 올리비아의 성대한 약혼 파티 날, 필리아는 동생의 약혼자와 함께 떨어져 죽었다. 그리고 가게 된 사후세계는……. “이곳은 멋진 사후세계! 죽음이란 행복한 놀이공원!” 회전목마와 관람차가 돌아가는 유쾌하지만 잔혹한 놀이공원이었다. 거기다, 도끼를 든 곰인형, 사후세계의 집착 어린 왕, 속을 알 수 없는 사신, 피도 눈물도 없는 감독관을 비롯해 제정신 아닌 남자들이 필리아와 엮이기 시작하는데……. 필리아는 자신을 방해하는 사람과 감정을 헤치고 죽은 엄마를 되살리는 고생길을 자처해서 나아간다. 과연 필리아는 사후세계로 온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끝(Bad End)에서부터 시작하는 찬란한 비극 판타지 로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