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전에 들어오기 전, 함께 술을 마신 남자가 알고 보니 마탑주였다. 원작에서 신성 왕국을 멸망시키려 하는 잔악무도한 악당. 그런데 이 남자, 완전 제대로 미친 또라이다. “내 거 만져 놓고, 책임도 안 지려고요?” 내 목숨 가지고 협박하는 주제에, 왜 자꾸 요망하게 치근덕대는 거야? * “그럼.” 킨은 자신의 얼굴을 붙잡고 있던 내 손을 감싸며 상체를 밀착했다. 훅 끼쳐 들어온 낯선 체온이 공기를 메우면서 막 터져 나오려던 호흡을 앗아갔다. 잡힌 손이 불처럼 뜨거웠다. 선연한 욕망을 품은 눈빛은 그보다 더 자극적이었다. 주위를 메운 정적이 팽팽하게 숨을 당길 즈음, 그가 반쯤 내리깐 눈으로 유혹하듯이 물었다. “나랑은 맨정신에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귓가에 내려앉은 목소리가 조금 전 마신 디저트 와인보다도 달콤했다.
공포 역하렘 게임 원작에 빙의했다. 하필 빙의자인 걸 들키면 처형당하는 살벌한 세상에. 첫 빙의에선 어설프게 굴다 걸려서 퇴마당했다. 다행히 소멸되지 않고 곧바로 다른 몸에 두 번째 빙의를 했지만. [Error!] [이계인(추정) 감지! 임시 체류권 발급 중.] [‘김새이’님의 체류 허용 기간은 현재 ‘18화’입니다. 해당 기간 이후 당신의 영혼은 소멸됩니다.] “......이런 18.” 졸지에 시한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무기한으로 체류할 수 있는 영주권을 받으려면 셋 중 하나: 1. 온 대륙에 명성을 떨치세요! (단, 외딴섬에 사는 아이도 당신의 이름을 알아야 합니다.) 2. 5천만 골드(한화 약 50조 원)를 신전에 기부하세요! 3. 주인공 중 한 명과 결혼하세요! 그나마 쉬울 것 같은 세 번째를 택하려고 했으나. 남주1 사제: 나를 구마한 전적 있음. 남주2 수사관: 빙의자 신문 및 고문이 취미. 남주3 황자: 대국민 앞에서 헤어진 전남친. ......엄마, 난 이만 유서 쓰러 갈게. 표지 일러스트 by O.ne(@_one__one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