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된 남자는 수상한 구석이 다분했다. 경성에서 손꼽히는 부호인데도 사치스럽지 않았고, 아랫사람에게 친절했으며 친일 집안의 딸과 결혼하고도 서재는 불령선인들이 쓴 금서로 가득했다. 팔려 오듯 시집온 연화에게, 손을 대지도 않았다. “부인께서는 늘 사랑스러우십니다.” 남자는 촛불처럼 연화의 마음을 스며들듯 서서히 침범했다. 그러나 연화는, 내내 어둡던 삶을 비집고 들어왔던 한 줄기 빛 하녀 덕연을 향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아가씨는 이미 세상을 다 가지셨어요.” 자꾸만 저를 밀어내는 덕연과 자꾸만 거리를 좁혀 오는 남자. 사람들의 눈과 귀를 막은 채 자꾸만 변해 가는 세상. 그 모든 것들에 휩쓸려 연화는 혼란스러워하는데……. “늦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늦었어요.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으니 피해 가지 말아요.” 남자의 손을 잡으면, 어디에 이르게 될까. 연화는 자신이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다. 늘 그랬듯 삶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을 향해 흘러갈 테니까.
*이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된 콘텐츠입니다. 살다 보면 피하고 싶은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희림에게는 서해건 앵커가 그랬다.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사람이었다.“계속 피해요. 가까이해서 좋을 사람은 아닙니다, 내가.”그런데 이 사람, 생각보다 다정하다.녹초가 된 희림에게 밥을 사 먹이기도 하고,짜증나는 구남친과 소개팅남까지 퇴치해 주고,희림이 힘들어하는 순간마다 함께하며 그녀를 위로했다.어느 순간부터 희림은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그 역시 숨겨 두었던 마음을 고백한다.“좋아하니까. 내 상황이나 신념 모두를 내던질 정도로 제정신이 아니니까.”그때의 희림은 알지 못했다.나보다 더 그를 사랑하게 되리란 사실을,너무 사랑해서 원망하게 되리란 사실을,몇 번이나 울게 되리란 사실을.그리고 죽어 가는 순간에서조차그를 향한 사랑을 곱씹게 될 거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