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순간부터 강하게 끌렸던 강범영과 김의진의 첫 만남, 그리고 현재. ‘뜨거운 안녕’, 그 시작에 관한 이야기. 12월 24일. 그날은 크리스마스이브였다. 1년 중 가장 불행한 날. - 제가 돌려받아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받은 사람이 원치 않으니까요.” - 정 그러시다면, 직접 돌려받겠습니다. 예민한 본능이 위험을 알려 왔다. 하지만 뱉은 말을 주워 담기에는 이미 늦은 뒤였다. “오셨습니까.” 온 신경을 사로잡는 목소리. 그에게는 잘생겼다는 말로는 부족한 남다른 분위기가 있었다. “왜 안 받으세요?” “생각 중이었습니다. 당신의 목적이 정말 이것뿐인가.” “…….” “식사, 하셨습니까.” 그것은 덫이었다. 향기를 품고 있는 아름다운 덫. 이건 우연일까, 운명일까. 교묘한 미소 뒤에 가려진 그것의 형체를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 그녀는 미친 짓을 한번 해 볼 참이었다.
* 본 도서는 오후출판사 블로그에서 한시적으로 공개되었던 외전입니다. “당신이 옆에 있어야 잠이 올 것 같아요.” “옆에 있잖아.” 강범영에게 사랑은 뫼비우스의 띠였다. 끝없는 희열인 동시에 반복되는 고통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고통은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생기고, 떨어져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점차 짙어져 갔다. 강범영에게 김의진은 아이의 ‘엄마’이기 이전에 그가 사랑하는 ‘여자’였다. 그녀를 향한 병적인 집착은 아이보다 강범영이 더 심각했다. 더 이상은 안 돼. 의진 없는 시간에 갇혀서는 이성을 유지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방식대로 의진을 쟁탈할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선배는 너무 착해요.” “갑자기?” “저는 연애하기에 적당히 나쁜 사람이 좋거든요.” 동주는 시야를 맑게 하기 위해 눈을 질끈 감았다가 똑바로 떴다. 잘생긴 온건이 더 잘 보였다. 하여튼 쓸데없이 잘생긴 건 이래서 안 좋았다. “그런데 친해지고 싶어요.” 온건은 여우다. 동주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은근하게 주어를 생략하는 것도 그렇고 예쁘게 눈을 맞춘 상태에서 말하는 것도 그렇고. 하지만. “끝내고 싶을 때 귀찮게 안 할게요.” 적당히 나쁜 사람과의 적당히 나쁜 연애. 놀고 싶으면 그의 손을 잡으면 된다. 하…… 고달픈 인생. 어차피 세상은 혼자 살아가야 하는데 왜 이렇게 외로운지 모르겠다.
재벌가 어르신의 유산을 상속받게 된 고은재. 그녀는 원치 않는 유산으로 인해 유족들의 표적이 되고 만다. 상속의 조건은 결혼. “가장 최악의 상황은, 강제로 결혼을 성사시킨 후에 사고로 위장하여 신변에 위해를 가하는 경우인데…….” 이때 변호사가 건네준 연락처. 「주평건설 선우창」 평범한 흰 쪽지가 판도라의 상자처럼 보였다. “혹시, 제가 연락할 걸 알고 계셨나요?” “알고 있었습니다, 예상보다 늦었지만.” “저와 결혼을 해 주셨으면 해요.” “단도직입적으로 묻죠. 섹스는 해 봤습니까?” 무례하고 무도한 시선. 동물의 눈을 보면 감정을 읽기 어려운 것처럼 그의 눈도 그랬다. “내가 무섭습니까?” “……왜 그런 걸 물으세요?” “도망치고 싶은 얼굴이라.” 그는 구원자일까, 무뢰한일까. 주어진 시간 363일. 부디 그가 믿을 만한 사람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