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보다 화려한 날개가 돋아나는 그의 어깨를세상의 편견에 사로잡힌 그땐 보지 못했다.‘오트 쿠튀르’로 전신을 도배하진 않더라도판검사나 의사가 되어 유명세를 떨칠 녀석이었다.만취해 버린 묘령의 중년 여인을 업고 있는 이 남자가,샛노란 머리칼의 이 앞집 양아치가 결코 그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이봐, 나 기억 안 나? 나는 너 아는데.”아무리 부정해 봐도 틀림없는 그의 목소리였다.연합고사 전국 1등 하던 살아 있는 우상이,다가가지 못할 정도로 눈부시던 고교 시절의 첫사랑이세상 누구보다 삶에 지친 눈빛을 쏘아 보내며내 마음속 깊은 곳의 판타지를 송두리째 흔들었다.“손기열…… 왜 이렇게 엉망으로 망가진 거야.”“망가져? 내가?”“너는, 적어도 너는 그대로여야 했던 거 아니야?”뜻 모를 냉소를 지으며 그는 사라졌으나머지않아 그가 좇는 꿈을 이해하게 된 순간환상처럼 쏟아지는 그의 푸른빛에 난 눈이 멀고 말았다.
여행 속 스치듯 멈춘 시간,낯선 곳의 막연한 아름다움은 사랑스러운 삶의 한 부분으로 녹아 있었다.낯선 곳, 낯선 사람들이었다.폭설로 인한 사고로 잠시 머문 것이었으니그 산이든 그 산의 주민들이든특별히 신경을 쓸 것도 없을 터였다.하지만 별처럼 고운 서향산의 풍경과산처럼 아름답고 신비한 주민들의 여운은우연처럼 지나갈 만남을 운명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사고를 당한 그녀를 다정히 맞아 준 여인 서향과무뚝뚝하고 경계심 강한 과수원 주인 건,예의바르고 귀여운 초등학교 선생님 일하, 지독히 무표정하고 의문투성이인 사내 태우,그리고 따스한 웃음을 가진 햇살 같은 남자 정안……. 그러나…….낙원처럼 아름다운 곳 역시 사람의 마음이 흐르는 곳이었으니시린 슬픔이 피어나는 것도, 조심스러운 사랑이 시작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나비보다 화려한 날개가 돋아나는 그의 어깨를 세상의 편견에 사로잡힌 그땐 보지 못했다. ‘오트 쿠튀르’로 전신을 도배하진 않더라도 판검사나 의사가 되어 유명세를 떨칠 녀석이었다. 만취해 버린 묘령의 중년 여인을 업고 있는 이 남자가, 샛노란 머리칼의 이 앞집 양아치가 결코 그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봐, 나 기억 안 나? 나는 너 아는데.” 아무리 부정해 봐도 틀림없는 그의 목소리였다. 연합고사 전국 1등 하던 살아 있는 우상이, 다가가지 못할 정도로 눈부시던 고교 시절의 첫사랑이 세상 누구보다 삶에 지친 눈빛을 쏘아 보내며 내 마음속 깊은 곳의 판타지를 송두리째 흔들었다. “손기열…… 왜 이렇게 엉망으로 망가진 거야.” “망가져? 내가?” “너는, 적어도 너는 그대로여야 했던 거 아니야?” 뜻 모를 냉소를 지으며 그는 사라졌으나 머지않아 그가 좇는 꿈을 이해하게 된 순간 환상처럼 쏟아지는 그의 푸른빛에 난 눈이 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