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궁, 궁에도 꽃 피는 봄이 온다> “혀라도 깨물기를 바라십니까? 저하의 여인으로 살기 싫다 말씀드렸습니다. 궁 안에 박아두고 이리 살라 하신다면, 차라리 자결이라도 해 보이겠나이다.” 아비의 명을 받들어 여자임을 숨기고 세자 단을 호위하는 무예별감 최 대감의 딸 단영. 하지만 꼭꼭 감춰둔 마음 한켠에 그에 대한 연정이 싹트고 만다. 이후 여자라는 것을 들킨 후 죽음의 위기에 처한 단영. 이제 그녀는 호위무사가 아닌 그의 여자로 단의 옆을 지키게 되는데……. “내 여인이 되어라!” 다른 곳을 응시하던 무영의 눈이 천천히 단의 얼굴로 옮겨 오고 있었다. “내 여인이었다 하면, 살릴 수 있다.” 나직한 단의 말투에는 단호함이 실려 있었으나, 무영은 선뜻 그리하겠다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순간, 빈궁 마마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배은망덕하기만 한 줄 알았더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여자였네.”“보시다시피.”“언제 끝나지?”“새벽에요.”오후 5시. 시간을 확인하고 태성은 피식 웃었다.“좋아. 서지윤의 시간을 내가 사지.”“미안한데, 몸은 안 팔아요.”“시간을 달라고 하면 무조건 자자는 뜻인가? 그걸 바라고 있는 줄은 몰랐는데, 뭐 그렇게 원한다면야.”태성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가 다시 반듯하게 펴졌다. 잘생긴 얼굴에 얄미울 정도로 능청스러운 태연함이 깔렸다.지윤은 소리를 지르듯 목청을 높였다.“아니요!”“아쉽네. 솔직하게 말해주길 바랐는데.”“원하는 남자를 만났다고 해서 내 일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얼빠져 있진 않아요.”“그러니까, 나를 원하긴 했다는 뜻이네.”태성이 히죽 웃었다. 지윤은 다급하게 입술을 닫아 거짓말도 못하는 혀 대신 입술을 깨물었다. 엉겁결에 본심이 나와 버려서 약이 올랐다. "나를 원해요?""부정한 순 없지."<[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