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약속> 아버지가 남겨준 유산으로 버림받은 여인들을 도와주는 일로 유명한 템퍼런스 오닐. 여행을 갔던 엄마가 재혼을 하고 돌아온 순간 템퍼런스의 인생에 파란이 인다. 결혼도 안 한 여자가 감히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나무라는 의붓아버지에게 밀려 에딘버러로 간 템퍼런스. 그녀가 뉴욕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의붓아버지의 조카, 제임스 맥케인의 저택에 가정부로 위장해 들어가 그에게 아내를 구해주는 것뿐. 무례하기 짝이 없는 제임스는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가난한 부족의 족장이자 아내를 원하지 않는 남자였다.게다가 그의 괴팍한 성격으로 이제까지 왔던 십여 명의 가정부들은 하루만에 도망을 갔다는데……. 비를 맞으며 제임스를 찾아간 템퍼런스는 문전박대를 당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뉴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포기할 수는 없고…….
<이중주 - 열정> 쌍둥이 자매 각자의 시선으로 펼쳐지는 독특한 형식의 〈이중주〉 ‘냉정’에서는 숙녀가 되기를 강요받던 주인공이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여로를 통해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이제 ‘열정’에서는 뒤바뀐 자매의 운명을 통해 육체적인 사랑과 정신적인 사랑의 갈등을 그려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역할 수 없는 운명에 과감히 맞서는 주인공을 통해, 셰익스피어 이전부터 남자들 사이에 오고가던 ‘자신을 따르라고 명령했을 때, 질문을 하거나 할 수 없다고 변명을 늘어놓지 않는 아내를 가진 사내에게는 마땅히 상을 줘야 한다.’라는 그릇된 남성들의 사고를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다. 예를 들어 19세기의 여성들이 쓴 책들이 대부분 성적인 평등을 주장한 반면, 당시 남자들의 책은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것이 큰 차이점이었다. 그러나 ‘열정’에서의 주인공은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에 대해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동등한 임금을 요구하고, 강간과 가정 폭력에 반대하고, 이혼 후 남편이 전처에게 아이들을 빼앗아가지 못하게 하는 법률을 제정하자는 등의 안건뿐만 아니라 가난과 무지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자신 역시도 마침내는 사랑을 쟁취하고 마는, 통쾌하고 짜릿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런던, 1883 클레어 윌로비 양은 맥아렌 공 11세, 해리에게 첫눈에 반했다. 거실에 있던 다른 여자들 모두와 마찬가지로. 하지만 클레어가 반했던 이유는 단지 그 남자의 터무니없이 아름다운 용모때문 만이 아니었다. 정원 괭이 손잡이만큼이나 널찍한 어깨, 숱많은 금발머리와 찬란하게 반짝이는 푸른 눈 때문도 아니었다. 수년 간 거친 말을 다루어 오며 균형 있게 근육이 잡혀, 멋들어진 녹색 킬트(kilt: 스코틀랜드 전통 의상) 아래 더할 나위 없이 늠름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다리 때문만도 아니었다. 아니다, 그녀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것은 눈에 비친 모습이 아닌 귀에 들리는 무엇인가 때문이었다.
황량하기만 한 광산촌, 시대의 여가수 매디는 그곳 여섯마을을 돌며 노래를 해야 한다. 누군가에 의해 납치된 동생을 찾아야하는 다급한 상황이지만 그녀를 호위하겠다며 나타난 링 몽고메리 대위를 무작정 동부로 돌려보낼 생각으로 거칠게만 군다. 믿기 위해, 몹쓸 사건에 휘말려 힘들어 하는 매디에게 사랑이 찾아왔다. 링은 기지를 발휘해 그녀의 마음을 얻고 사랑으로 두 사람이 하나임을 확인하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는 그지없이 나약하다. 동생이 돌아오고 이제 둘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소리없이 오는 첫눈처럼 다가온 사랑을 위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 하나씩을 잃어야한다면 그래서 얻을 수 있는 사랑이라면, 진정으로 사랑하기 시작한 두 사람이 선택한 사랑의 묘법은…….
1564년 영국니콜라스는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에 신경을 쏟아 부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평생토록 가장 중요한 문서가 될지도 모르는 편지였다. 명예, 재산, 가족들의 장래, 그리고 그의 생명까지도.그런데 편지를 쓰는 동안 어떤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처음에는 나지막하게, 그러나 점점 크게 들려왔다. 여자의 울음소리. 그 울음소리는 고통이나 슬픔에서가 아니라, 무언가 더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흐느낌이었다.니콜라스는 다시 편지를 쓰려고 마음을 가다듬었지만,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었다.흐느끼고 있는 여자는 무언가 절실하게 필요한 것 같았으나, 그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위안? 달램?아니, 저 여자에게 필요한 건 희망이야. 저 눈물, 저 흐느낌, 더는 아무 희망도 없는 사람의 처절한 통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