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혜
임윤혜
평균평점 4.00
불청객

“바깥바람을 너무 많이 쐬는 것은 태아에게 안 좋아요, 부인.”“저기, 아가씨. 부인이라니요? 태아라니요?”어느 추운 겨울날,퇴근하는 길에 차에 치였던 열여덟의 글로리아 민튼.깨어나 보니 스물네 살의 임산부가 되어 있었다.그녀에게 냉정한 남편, 에드윈 임페라토르와-글로리아, 내가 당하고 있기만 할 것 같습니까?시시...

불청객 2권

<2권> 탐욕스러운 여자였다, 글로리아 밀러는. 막대한 부를 가진 자신의 옆자리에 섰으면서도 언제나 불평만 해 댔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가 이상해졌다. ..

윈터하우스
4.0 (3)

지참금만 보고 치른 사랑도 없는 정략결혼이었다. 라흐나르프 드뷔 칼슈타트. 공화의회의 최고 의원인 내 남편은 겉으로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독보적인 남자이다. 하나 그의 본모습은 나만 알고 있다. 내가 결코 길들일 수 없는 내 남편은……. “야만인…….” 라흐나르프가 다시 한 번 내 복부를 걷어찼다. 나는 눈을 크게 뜬 채 숨을 멈췄다. 그는 성가시단 표정으로 앞머리를 빗어 넘기며 옆으로 쓰러진 내 몸통 앞에서 서너 걸음을 우아하게 서성거렸다. “브리엔느. 엄살 부리지 말고 일어나.” 송장 치울 걱정을 하는 걸까. 나는 눈동자를 움직여 그를 노려봤다. “예전보다는 살살 때렸잖아.” “…….” “예쁜 얼굴 들어.” “…….” “공주님. 이 미천한 자가 직접 안아서 침대까지 모셔드려야 하나?” 그 호칭. 이제는 더는 쓰이지 않는 예전 호칭까지 꺼내며 그는 나를 조롱하고 있었다. * 바벨국을 쥐락펴락하는 거부들이 살고 있는 부촌, 트리악시아 거리에 새로운 부부가 이사 왔다. 해군 출신의 참모총장인 칼라일 제너웨이 브락스와 그의 아름다운 부인. 그리고, 나는 추운 겨울밤 인적 드문 도로 위에서 길을 잃었다가 그 군인에 의해 구해졌다. 하늘빛 눈동자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죄송하다는 말 대신 아가씨의 성함을 알려 주십시오.” 그러한 우연은 한 번뿐일 줄 알았는데, 추위를 피해 내려간 겨울 궁전에서 그는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칼라일. 그는 내가 절망적인 상황일 때에만 맞춰 늠름한 기사처럼 등장했다. 나는 끝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끌리고 있고, 그의 다정한 손길을 감히 거부할 수 없는 약자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것을. 기뻐 마지못한 패배였다. 너무 안일하게 속내를 내비쳤는지, 내 남편이 가장 먼저 그 감정을 눈치챘다. “벗어.” 얼음장 같은 찬물 속으로 그가 내 몸을 처박아 넣었다. “구석구석 닦아. 브리. 네 몸에서 다른 남자 냄새가 나니까.” 그는 담배를 피워 물고 나를 쳐다봤다. “진심이야? 브락스 경을 향한 당신 마음 말이야.” “…….” “그의 밤 기술이 좋아서 몇 번 뒹굴었던 거면 나야 별로 상관없어. 브리.” 그는 붉은 입술로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 뿌연 연기 속에서 그의 보라색 눈동자가 희번덕거렸다. “그런데 당신이 몸뿐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줘 버린 거라면……” 그가 담뱃불을 욕조 물에 담가서 껐다. “그건 선을 넘어 버린 거잖아. 브리.”

워터 템플

벨베데르 호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포화 속에 가족을 잃은 대학생 마리암. 그녀는 주치의의 권유로 산 위에 있는 요양 호텔에 입소한다. 호텔에서 보낸 첫날밤, 1409호 테라스에서 시한부인 43호 남자 캐시언을 만나게 된다. “저기요. 여긴 제 방인데요.” “……어이가 없군. 나야말로 똑같은 말을 돌려주고 싶은데. 여긴 내 방이야.” 다음 날, 제 방에서 눈을 뜬 마리암은 캐시언이 과거의 사람임을 알게 되고. 호텔 곳곳에서 그를 마주치는데……. “1409호. 너, 안 죽었네?” “죽을 것 같은 건 당신인데요……?” “종종 이래. 그리고 죽어 가고 있는 것도 맞지. 기흉이거든.” 만남이 이어지는 동안 죽을 날을 기다리며 살던 캐시언에게 그녀는, 자신의 시간에 영원히 붙잡아 두고 싶다는 집착과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된다. “내게 넌 아직도 지독히도 현실감이 없는 존재야.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져 버리니까, 도무지 종잡을 수 없어. 어떻게 해야 떠나지 못하도록, 여기에 잡아 놓을 수 있는지도 도통 모르겠고.” 자신을 딱하게 여기는 그녀의 착한 마음과 연민을 자극해 매달려서라도. “난 이제 완전히 네 거란 거야, 마리.” 죽음을 목전에 둔 캐시언은 마리암으로 인해 자꾸만 살고 싶어진다.

워터 템플 에필로그

벨베데르 호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포화 속에 가족을 잃은 대학생 마리암. 그녀는 주치의의 권유로 산 위에 있는 요양 호텔에 입소한다. 호텔에서 보낸 첫날밤, 1409호 테라스에서 시한부인 43호 남자 캐시언을 만나게 된다. “저기요. 여긴 제 방인데요.” “……어이가 없군. 나야말로 똑같은 말을 돌려주고 싶은데. 여긴 내 방이야.” 다음 날, 제 방에서 눈을 뜬 마리암은 캐시언이 과거의 사람임을 알게 되고. 호텔 곳곳에서 그를 마주치는데……. “1409호. 너, 안 죽었네?” “죽을 것 같은 건 당신인데요……?” “종종 이래. 그리고 죽어 가고 있는 것도 맞지. 기흉이거든.” 만남이 이어지는 동안 죽을 날을 기다리며 살던 캐시언에게 그녀는, 자신의 시간에 영원히 붙잡아 두고 싶다는 집착과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된다. “내게 넌 아직도 지독히도 현실감이 없는 존재야.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져 버리니까, 도무지 종잡을 수 없어. 어떻게 해야 떠나지 못하도록, 여기에 잡아 놓을 수 있는지도 도통 모르겠고.” 자신을 딱하게 여기는 그녀의 착한 마음과 연민을 자극해 매달려서라도. “난 이제 완전히 네 거란 거야, 마리.” 죽음을 목전에 둔 캐시언은 마리암으로 인해 자꾸만 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