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타나 JY호텔의 사장이 된 남자, 하민. “이 모든 건 본래 내 소유였어. ……그쪽만 제외하고.” 여태까지 그랬듯 내 몫의 계획에 타인은 필요치 않았다. 그 여자가 훌쩍 선을 넘어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런 그의 비서가 되어야만 하는 여자, 이재이. “네, 쫓아내셔도 됩니다. 그런다고 쫓겨날 생각은 없지만요.” 얼떨결에 룰도 모르는 게임에 뛰어들었지만 각오는 충분했다. 하지만, 정말 그걸로 충분했던 걸까. “약속, 했잖아요. 사장님의 비서니까 여자로 보지 않겠다고.” “난 이 비서한테 키스한 거 아냐. 기억 안 나? 내가 퇴근하랬잖아. 난 이 비서가 아니라…… 이재이 씨한테 키스한 거야.” 사장과 비서에서 남자와 여자로, 그리고 타인에서 진정한 서로의 편이 되기까지. 『비서의 품격』 * 아은 작가님의 ‘비서의 품격’ 외전.
은서가 꿈꾸던 로맨틱한 첫 키스는 칵테일의 맛처럼 지독하게 달콤했다. ‘이 정도면 로맨틱했나?’ 창업 투자자를 찾으러 참석한 파티에서 굴욕을 맛보고 떠나려다 만난 한 남자. 확실히 그는 멋졌고, 이상적인 첫 키스였지만…… 눈을 뜨니 호텔 방에 혼자였다. ‘첫 상대도 잊으면 곤란하잖아.’ 남아 있는 기억이라고는 뜨거운 입맞춤과 간질거리는 체취. 무슨 첫 상대? 설마 ‘그’ 첫 상대?! 그리고 며칠 뒤, 대기업 고문으로서 면접을 간 은서는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첫 상대’ 그 남자가 바로 로열그룹 이사 강태윤이었던 것! “뭐, 당신의 포트폴리오가 내 맘에는 든다는 뜻입니다. 세상에서 재밌는 일은 모두 리스크를 동반하는 거니까.” 호텔에 은서를 혼자 두고 홀연히 사라지더니 심지어 면접 때마저도 태연히 그녀를 대하는 게 그 남자, 강태윤의 뻔뻔한 낯짝이 여유로운 미소로 물들어 있었다. “……이렇게 된 거, 나도 저 남자를 이용할 거야.” 혼돈 끝에 은서는 마음을 잡았다. 조금은 이상한 방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