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조
이은조
평균평점
비밀의 정원

신이 있다면, 죽여 달라 말하고 싶었다.교통사고로 하루아침에 고아가 되어버린 예서에게 한 줄기 빛처럼 누군가가 다가왔다. 아빠의 오랜 친구라고 말한 승룡아저씨는 그녀를 딸처럼 키워줄 거라 약속했고, 이젠 행복만이 눈앞에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죽일 듯 괴롭히는 민준이 있었기에, 사는 게 죽는 것보다 고달팠다. 민준에게 그녀는 여자이기보다 하나의 소유물이었고...

J에게

기억을 잃은 여자, 세상 모든 이의 비난을 받다평상시처럼 자다 깬 지효는 붕대를 칭칭 감고 병원에 누워있는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만다. 분명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열아홉의 평범한 여고생이었지만, 잠을 깬 그녀는 스물 두 살의 여대생이 되어 있다. 처음 보는 낯선 남자는 그녀에게 자신의 남자친구라 말하고, 주변인들은 그녀를 향해 ‘결혼할 사람을...

시간 속의 소녀와 꿈꾸는 소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소녀, 한 소년을 만나다 고등학교 2학년인 지유는 남들이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여고생이다. 하지만, 그녀에겐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있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소녀는 5분이라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게 되었다. 그랬기에 창피한 상황을 직면하면 피하기도 하고, 행복한 순간을 마주하면 몇 번이고 시간을 되돌려 찰나를...

미래를 보는 소년

“너 오늘 조심해야겠다.”“너는 내가 다칠지 어떻게 알았어? 어? 어떻게 알고 말해주는 거야?”내 질문에 주한이는 펼쳐 놓은 책에 시선을 두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그냥 보여.”미래를 볼 줄 아는 소년, 그 소년이 궁금한 소녀남들이 보지 못한 걸 보는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늘 천방지축에 ...

아찔한 스캔들

너무도 힘이 들었다. 그때, 우산과도 같은 남자가 다가왔다.그 남자는 우산으로 어깨에 떨어지던 빗물을 가려주었다.처음 사랑을 시작하며, 잠도 못 자고 얼굴을 보기만 해도 좋을 시기가 지나고, 관계가 편해질 즈음. 이제는 약속을 어겨도 아무렇지도 않고, 단지 서로를 잘 이해한다고 여기고만 있는 사이. 여자가 카페에 앉아 남자를 기다리는 동안 남자는 그 여자를...

수박

<수박> 수박씨는 그냥 뱉으면 돼. 툭, 툭…… 마치 가슴에서 멍울이 터져 나가는 것처럼. 저마다 가슴속에 멍울 같은 수박 하나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관계’로부터, 자신으로부터 홀연히 떠난 길에 툭, 툭 뱉어놓은 비루하지만 찬란한 생의 비법! 200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은조는 등단작인 단편소설「우리들의 한글 나라」를 통해 “수준급의 구성과 문체, 안정적인 구도로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박』은 시시각각 변하는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터득한 생의 비법을 작가 특유의 언어적 조탁과 현실에 대한 균형 감각으로 그려낸 그의 첫 소설집이다. 이번 소설집에는「우리들의 한글 나라」를 비롯해 이은조의 탁월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9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그는 등단작부터 현대인의 삶과 욕망을 특유의 개성과 디테일한 장치로 그려내 주목받았다. 또한 주제를 향해 나직하지만 집요하게 나아가는 문장은 그의 작품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또 다른 축이 되어주었다. 이은조가 이번 소설집에서 집중하고 있는 문제도 인간 사이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수박』에는 저마다 가슴속에 멍울 같은 수박 하나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들은 관계에서 오는 갖가지 피로가 타인을 향한 불만과 요구를 발설하지 않고 가슴속에 담아두는 자신의 습관에서 초래된 결과라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관계’로부터, 자신으로부터 떠나기로 결심하고 그 과정에서 마치 툭, 툭 뱉어놓은 수박씨처럼 무심결에 생의 비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런데 이 생의 비법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비루하지만 찬란한 우리네 삶의 모습과 놀랍도록 비슷하게 닮아 있다. 이은조는 자칫 진부할 수 있는 ‘관계’라는 주제를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하고 관계의 심연까지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인간만의 고유한 생의 의지와 마주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 노력은 그가 구사하는 단단한 문장과 독자들의 눈을 한순간도 놓아주지 않는 탄탄한 구성과 만나 진정성의 파장을 획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