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윤
신해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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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랑채 아씨, 홍주

<행랑채 아씨, 홍주> <강추!>전쟁의 냄새. 피와 흙, 땀과 절규가 뒤섞여 그를 감쌌다. 지척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체온이 아군의 것인지, 적군의 것인지조차 구별하기 힘들었다. 그 순간 떠오르는 것은 그녀였다. 죽음의 위기를 목전에 두면 알 수 있다던 쉬운 답을 그는 마침내 찾았다. 보고 싶다. 그립다. 꼭꼭 숨겨 두었던 마음이 봇물 터지듯 흘러나왔다. 한 번만이라도, 다시 그녀의 얼굴을 제 손으로 감싸고 수줍은 얼굴에 입을 맞추고 싶었다. 홍주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신해윤의 로맨스 장편 소설 『행랑채 아씨, 홍주』.

운명지환

<운명지환> 1. 앞표지 위태롭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언젠가 결정해야 할 때가 오리라는 것 역시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빨랐다. 조금 전까지 함께 숨을 쉬고, 장난을 치고 입을 맞추던 그곳엔 더 이상 그녀가 없었다. 쓸쓸한 탁자 위엔 편지 한 장과 주인을 잃은 반지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제가 너무 푸른 꿈을 꾸었습니다. 그대와 지내는 시간이 너무나 달콤하고 아름다워 제가 지켰어야 하는 것들을 잊었습니다. 오래도록 그대 곁에 머무르며 정을 쌓고, 그대의 아이를 갖는 것을 꿈꾸는 것은 교만하고 무책임한 욕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잊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게도 구름처럼 꽃비처럼 아련한 시간이 있었음을. 세상 어떤 여인도 부럽지 않은 은애를 받았음을. 반지를 두고 갑니다. 마지막으로 그대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부디 강녕하시길.」 그는 몸을 돌렸다. 이대로 그녀를 보내 줄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붙들리라. 절대 이 나라에서 떠날 수 없게 하리라. 그녀가 남긴 종이가 사락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2. 뒷표지 군왕의 징조가 나타난 두 왕자, 중원과 백운. 그들을 향한 신녀의 예언. “첫눈이 오는 날, 신이국 땅을 밟는 이국의 여인이 두 분 대군 마마의 운명의 상대입니다.” 그들 앞에 나타난 비밀의 여인 혜주. “없는 사람처럼 지내다가 대군 마마의 정인께서 돌아오시면 그날로 궁을 떠나겠습니다.” “이대로 가면 나는 그대의 나라를 칠 것이오. 그래서 그대를 억지로라도 가질 것이오.” 임금과 그 반려에게 주어지는 반지, 운명지환. 한 나라와 한 여인을 사이에 둔 두 왕자의 엇갈리는 선택. 누가 운명의 주인이 될 것인가. 발췌글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냔 말이지.” 혜주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고민하고 있었다. 불안했던 마음도 시간이 지나자 어느새 허기에 밀려나는 듯했다. “차라리 잠을 좀 자고 나면 배고픈 걸 잊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때, 문밖에서 누군가의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지는 낮은 남자의 목소리. 그녀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상을 내오리까.” “되었다.” ‘아니, 저 사람이! 내 의견도 좀 물어봐야 할 게 아니오!’ 혜주는 그 순간 오늘 밤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잠을 청해야 하는 방향으로 이미 상황이 결정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드디어 문이 열리고 큰 키에 늘씬한 체격의 남자가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 혜주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덮, 덮치지 않는다 약조해 줄 수 있소? 내 사정이 있어…….” 버젓이 덮칠 거냐고 묻다니 대체 무슨 저의로 그걸 묻는지 외려 되묻고 싶을 지경이었다. “내가 설마하니 그런 인면수심 같은 짓을 하겠습니까, 나도 눈이 있는데.” 그 말은 기분을 나쁘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감을 주었다. 그 순간, 긴장 때문에 잠시 멈춰 있었던 그녀의 배꼽시계가 다시 울려대기 시작했다. 꼬르륵, 꼬르륵. 순간 애써 참아보려고 했던 웃음이 한꺼번에 터지고 말았다. “아하하하!” 그의 웃음이 어둠을 깨고 방 안에 크게 울려 퍼졌다. “너 진짜 가지가지 하는구나. 큭큭큭.”

운명지환 - 신해윤 로맨스 장편

군왕의 징조가 나타난 두 왕자, 중원과 백운.그들을 향한 신녀의 예언. “첫눈이 오는 날, 신이국 땅을 밟는 이국의 여인이 두 분 대군 마마의 운명의 상대입니다.”그들 앞에 나타난 비밀의 여인 혜주. “없는 사람처럼 지내다가 대군 마마의 정인께서 돌아오시면 그날로 궁을 떠나겠습니다.”“이대로 가면 나는 그대의 나라를 칠 것이오. 그래서 그대를 억지로라도 가질 것이오.”임금과 그 반려에게 주어지는 반지, 운명지환.한 나라와 한 여인을 사이에 둔 두 왕자의 엇갈리는 선택. 누가 운명의 주인이 될 것인가.

그대의 황후를 빼앗다

영산에 깃든 녹안의 흑룡은 삼백 년의 유예 끝에 그들에게 환생을 허락했다. 려혜를 사랑했던 전투의 화신, 대장군 무화. 수많은 사람을 구해내고도, 정작 갈망했던 그녀 하나만은 끝내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그녀에 대한 기억만은 오롯이 남았다. “아무리 괴로워도 려혜에 대한 기억은 한 자락도 잃고 싶지 않습니다.” 무화를 사랑했지만, 마지막 황제 원렬과 강제로 결혼까지 했으나 불타 죽은 황후 려혜. 마지막까지 상처뿐이었기 때문일까. 생을 넘어 그녀를 내내 기다려왔던 그와 달리, 그녀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모든 걸 잊어도 괜찮아. 난 또 그 사람을 한눈에 좋아하게 될 테니.” 그리고 려혜의 손이 무화의 얼굴에 닿았던 그 밤, 그는 지독한 운명을 거스르기로 마음먹었다. 과오를 반복해선 안 되니까. “그대의 황후는, 내가 뺏겠소.” 원렬 일행의 눈앞에서 기습적으로 그녀에게 입을 맞춘 무화는, 려혜를 번쩍 들어 안고 달아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