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Mintt
박하Mintt
평균평점
동화의 연장선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당신은 외출하고 나는 당신을 기다립니다. 우리의 관계는 이상적입니다. 나는 당신을 위해 음식을 먹고 당신은 나를 위해 음식을 차려 줍니다. 나는 음식을 먹어, 삼킵니다. 당신을 위해서. 오직 당신이 나를 먹게 하고, 움직이게 하고, 존재하게 합니다. 나는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은 나의 주인입니다.&...

짝사랑을 하면 꽃이 핀다

마음이 드러나 버리는 세상. 짝사랑을 하면 몸의 어딘가에서 꽃이 피어난다. 꽃이 피어난 연인과 꽃을 사랑하는 누군가의 이야기. 그녀는 그를 사랑하고, 그는 그녀를 사랑한다. 그런데 그걸로 정말 모든 게 충분한 걸까? 그거면 되는 걸까? 꽃이 자꾸만 피어나는데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우리는 생각을 해 봐야 한다. 왜 사랑을 하는지, 어떻게 사랑을 하는지. ...

크리스탈 클리어

선천적으로 공감각 능력을 타고난 서우. S라는 이름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던 서우는 청각 자극이 색채로 보인다. 모든 소리는, 소음이다. 혼탁하고 잡음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던 서우에게 어느 날, ‘보이지 않는’ 소리가 들린다. 그 사람의 목소리는 특별하다.그는 누가 온 것도 모르고 처음 듣는 노래를,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가사는 한국어인 듯 했지만, 그 이상은 알 수 없었다. 아니, 다른 것에 신경 쓸 수 없었다. 그 목소리가.가사는 불분명했으나, 목소리만큼은 또렷했다. 이렇게 가까이 왔는데도 여전히 목소리는 ‘보이지’ 않았다. 서우는 정신없이 그 모습에 빠져들었다. 훤칠하게 키가 크고, 검은 머리를 짧게 친, 눈썹이 짙고 굵은 남자였다. 묵직한 저음이 이렇게 맑을 수가 있나.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나. 서우가 한 걸음을 더 내딛자, 신발 아래에서 무언가가 뚝 하고 밟혔다. 나뭇가지였다.그러자 노래는 뚝 끊기고 남자가 서우를 돌아보았다. 눈매가 생각보다 매서웠다. 서우는 변명해야겠다고 느꼈다. 몰래 훔쳐 들어서 미안하다고, 사과라도 해야 하나. 노래를 더 듣고 싶은데. 정확히는 그의 목소리를 더 듣고 싶었다. 눈을 피로하지 않게 만드는 소리는 처음이었다. 서우가 머뭇거리는 사이, 남자는 스윽 몸을 일으켰다.“누가 있는 줄 몰랐어요. 죄송합니다.”“아, …….”정중하게 사과한 남자는 곧장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잠시만, 하고 부를 틈도 없었다. 서우는 그의 목소리를 청각으로만 감각했다. 모든 소리는 색채였는데. 그의 목소리는 ‘아무것도’ 없었다. 서우가 정신을 차리고 그를 쫓아가려 할 때, 이미 남자는 모습을 감춘 뒤였다.

달콤 베이커리에 어서 오세요~

메인공 : 서강현. 30대 초반. 달콤 베이커리의 사장. 파티쉐. 집안도 되고 돈도 많은 남자는 취미로 파티쉐 일을 하는 것 같다. 무뚝뚝하고, 덤덤하고,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지만 일에는 열정적이고 손님에게는 깍듯한 남자. 이준에게 어쩐지 신경이 쓰이지만, 자신이 터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여 거리를 두려 한다.서브공 : 정민후. 20대 후반. 달콤 베이커리의 부사장. 바리스타. 서강현과는 꽤 오래 알고 지낸 사이.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체형. 머리카락은 갈색. 조금 길다. 눈웃음이 다정하고 상냥한 인상을 준다. 이준에게 관심이 있으며,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들이대며 호감을 표시한다. 그리 진중하지는 않아 보여서 문제지만…….수 : 이준. 20세. 갓 대학에 입학한 파릇파릇한 신입생. 약간은 어리버리 하고, 순진한 성격. 맡은 일은 성실하게 열심히 해내는 참된 청년. 마른 체형, 살짝 곱슬한 검은 머리카락. 커다란 눈과 순진한 강아지 같은 얼굴. 좋은 인상.고등학생 때부터 각종 아르바이트를 해 오던 이준.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새로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다가 시급이 높은 달콤 베이커리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면접을 보러 간 곳에서 사장이자 파티쉐 서강현과, 부사장이자 바리스타인 정민후와 만나게 된다. 좋은 첫인상을 남기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 이준. 그런데, ……두 사람이 이준을 보는 눈이…… 심상치 않다? ***오늘도 어김없이, 마감 시간이 다가왔다. 마지막 손님이 아쉬워하며 남은 빵을 싹싹 긁어모아 사 갔기 때문에, 매대는 전부 비어 있었다. 준은 유리문에 걸린 팻말을 ‘Close’로 바꿔 놓고, 청소를 시작했다.“준아.”그때 강현이 준을 불렀다. 낮고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는 강현의 인상만큼이나 서늘한 구석이 있었다. 무슨 용건인지 정확히 말해주기 전까지는, 도대체 혼내려고 부르는 건지, 칭찬해 주려고 부르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준은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강현에게 다가갔다. 강현은 곧은 자세로 서 있었지만 묘하게 무언가 나른하고, 비딱한 분위기를 풍겼다. 좀…… 위험하다, 는 것이 본능적으로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강현은 주춤거리며 다가온 준을 빤히 내려다보다가 텁 머리에 손을 얹었다.“고생했다. 마감은 내가 할 테니까 들어가 봐.”“……아, 네. 감사합니다.”큼직한 손이 준의 머리를 두어 번 쓱쓱 문지르듯 쓰다듬고는 떨어졌다. 강현은 카운터 뒤쪽으로 돌아가서 척척 마감 정산을 해내는 사이, 스르륵 민후가 준의 곁으로 다가왔다. 진작 퇴근해도 되었는데, 일부러 남아 있었던 민후는 바로 준의 퇴근을 기다리고 있었다.“준아, 오늘도 같이 안 갈 거야?”“어…….”민후는 과장되게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수려한 미인이 그런 표정을 지으니, 순식간에 처연한 분위기가 된다. 누구라도 거절하기 힘든 얼굴이었지만, 준은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민후가 준을 바래다주겠다고 제안하는 건, 오늘만의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준은 꾸준히 거절해 왔다. 민후가 싫거나, 꺼림칙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하지만…….“죄송해요. 저, 혼자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