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정말 원하는 걸 말해 봐요.”아니. 그녀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머무르는 진의 까만 눈빛이 마치 진눈깨비처럼 흩날리며 춤을 추었다. 그것은 소리 없는 진혼곡이었다. “너.”이윽고 진이 속삭이듯 낮게 말했다. “오로지 널 원해, 다른 건 필요 없어.” “내게 그렇게……, 복수하길 원해요?” 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네가 이렇게 만들었잖아. 10년이라면 긴 세월이야. 그래, 그동안 내게 문신처럼 새겨진 널 끝내 지우지 못했어. 이젠 지우고 싶군.” 이 순간 꺼지지 않은 불꽃이 타올랐다. 진이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삼킬 듯 그녀를 응시했다. “그러니 네가 갚아, 네 몸으로.” 얼어붙게 만드는 낮은 어조였다. “일주일, 일주일이야. 일주일간 나와 동거한다. 카스미, 네가 말한 보상을 치루는 거야. 어때?”[15세 개정판]
“넌 아무리 해도 나, 못 따라와.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보다 못해.” 모든 것을 다 가진 언니의 짓밟는 조롱과 낳아준 엄마의 차별. 태어나 처음으로 반한 남자까지 언니의 연인이 되었다. 소녀의 눈에 핏발이 섰다. ‘언니가 죽어버렸음 좋겠어…….’ 언니의 연인이, 저 남자가 내 남자친구이길 간절히 바랐다. 사고를 당해 죽게 된 언니. 그리고 복구가 불가능한 흉터를 입게 된 그녀. “세상에 공짜란 없어. 대가를 치뤄야지. 꼬마 아가씨.” 연예인 언니 대신 연기를 하기 위해 언니의 연인에게 전신 성형을 받게 된 지윤. “단 한 번이라도 도망치지 않고 싸웠던 적이 있나? 절실히 원해본 적 있나. 한 번이라도.” “간절히 원해봤냐고? 있었어! 유일한 하나가. 그건 당신이었어! 미치도록 당신을 갈망했다구.” 그와 나는 이제 서로를 증오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치도록 그를 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