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도하> 에피루스 베스트 로맨스 소설! 抽刀斷水更流 칼을 뽑아 물을 베어도 물은 더욱 흐르고 擧杯銷愁愁更愁 잔을 들어 시름을 지우려 해도 시름은 더욱 쌓이기만 하는구나. 나는 이 나라의 대전으로서 곤전을 맞이했소. 처음 간택령을 내릴 때, 과인의 생각과 마음은 그것이 전부였소. 말했다시피, 나는 좋은 남편이 될 능력까지는 가지지 못했으니. 月到紗窓妾恨多 창문 곁에 달빛이 이를 때면 몹시 그립습니다. 若使夢魂行有迹 만약 꿈속의 혼령이 자취를 남길 수 있다면 門前石路半成沙 문 앞의 돌길은 모래가 되었을 거예요. 저는, 무슨 일이든 세상에 아주 늦은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전하
<왕자님과 나> 떠나는 사람은 언제나 마음 아닌 것만을 두고 간다. 연인을 잃어버린 대군(大君), 영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주인 없는 노리개 하나뿐. 정혼녀를 잃은 슬픔에 사무쳐 조선 팔도를 떠도는 야인이 되었고, 4년 만에 궁으로 돌아와서는 그저 없는 사람처럼 살아가리라 마음먹었다. 이제 단 하나의 일만 마치면, 죽고 없는 그녀를 이야기로나마 세상에 남길 수 있다면 여한(餘恨)이 없으리라 여겼다. 때문에 영은 오늘도 먹을 갈고 손에 붓을 든다. 하나, 절대로 용서받지 못할 비밀을 가지고 궁중에 거하는 저 아이, 결코 전할 수 없는 연심(戀心)을 품고 있는 저 아이가 눈에 들어온 순간, 그 시절의 자신을 보는 듯하여 가만히 둘 수가 없었다. “그깟 손수건이 뭐가 소중하냐? 버려라! 버려야 새것이 생길 것 아니야? 뭘 그렇게 끌어안고 있는 것이야! 안고 있어 봤자 아무 온기도 주지 못하는 것을!” 그녀가 사라진 마음 구석에 여자 아이 하나가 살며시 들어서 있었다. * 이 전자책은 2012년 12월 출간된 〈왕자님과 나〉를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그동안 수호를 보면 늘 두근거렸던 심장이 다른 의미로 방망이질 쳤다. 채수에게 수호는 지금껏 함부로 다가가지 못할 존재였고 어떤 빛나는 선 너머에 있는 존재였다. 자신이 선망하는 것을 이미 가진 존재이기도 하였고, 그래서 온당치 못한 대접을 받으면 자기가 먼저 가슴이 아팠었다. 하지만 이제 알게 된 수호는 소진에게 완전히 속은 것도 아니었고 막연하게 예상했던 성격의 소유자인 것도 아니었다. 자신의 환상에서 현실로 걸어 나온 수호와 눈을 마주하고 있는 순간, 채수의 마음에 불쑥 뭔가가 치솟았다.여주 친구1이 여기서 깽판을 친다면 앞으로 어떻게 되려나.“그렇게까지 내 생각해 주는 줄 몰랐네.”말을 마친 채수는 수호의 어깨를 잡으며 그대로 발뒤꿈치를 들었다. 단박에 입술이 닿았다. 잠시 후 닿았던 입술이 떨어졌을 때, 수호의 손은 채수의 허리를 잡고 있었다.“너한테 이런 면이 있는 줄 몰랐는데.”수호에게서는 알싸하고 시원한 향기가 났다. 남성용 향수 중에서도 처음 맡아보는 냄새였다. 향수인지 아닌지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수호에게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나도 여태 너에 대해서 몰랐는데 뭐.”채수의 대답에 수호의 입술이 씩 웃었다.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는 미소였다. 하지만 채수는 상관없었다. 이건 일종의 분풀이라는 생각이 언뜻 스칠 따름이었다.[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나는 그러니까……내가 기억할 수 있는 동안에는 남자랑 만난 적도 없는데, 눈뜨니까 선우 씨가 있어서, 남편이 있다니까, 내가.”불퉁하게 중얼거리는 태희의 뺨은 그것이 마뜩찮다는 듯 부풀어 있었다. 선우는 종알거리다가 제풀에 꺾여 잦아든 태희를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저 여자가 내가 사랑하여 결혼한 끝에 아홉 달이 지난 여자인가. 그 순간에서야 선우는 절감했다. 태희의 사라진 기억에 적응해야 하는 것은 태희 혼자만이 아니라 자신까지 포함이었다는 것을.“첫 키스도 못했는데 남편이 있…….”했지만 잊어버렸으니 없었던 일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끝까지 이르려던 태희의 목소리는 중간에 끊어져 버렸다. 휘적휘적 다가온 선우가 물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서 도리어 피할 길이 없는 동작으로 입을 맞췄기 때문이다.[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이 도서는 <위버 섹슈얼 플래너Ubersexual Planner>의 15금 개정본입니다]“승준 씨는……날 어떻게 생각해요? 진지하게는 생각하고 있어요?”“뭐라고요?”승준은 나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인가? 그냥 가끔 만나서 자는, 그 정도의 관계로만 여기고 있는 걸까?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혜정은 자기도 모르게 손이 떨려서 주먹을 꽉 쥐었다.“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난 혜정 씨를 충분히 진지하게 여기고 있어요.”승준이 한 발 늦게 그렇게 말했지만 혜정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결국 혜정은 그동안 참아왔던 말을 털어놓았다.“예전에는 승준 씨를 아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잘 모르겠어요.”“…….”“지금의 승준 씨는……꼭 닫힌 책 같아요. 너무 좋아하고 읽고 싶은데 도대체 열 수가 없는 닫힌 책이요.”
출사할 수 없다는 금제에 묶여 재능을 감춘 채 한량으로 살아가고 있는 대군, 휘.“초상을 그리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네만, 내가 사죄한다고 했지 언제 자네를 내치겠다고 했는가?”그리고 왕비의 명으로 휘의 혼인초상을 그리기 위해 그의 저택으로 찾아온 도화서의 화공, 연성.“남들 앞에 설 수 없다고 다 대군처럼 자신에게도 부끄럽게 사시는 줄 아십니까? 그렇게 남들에게 보일 것만 생각하면서 사시니 대군은 스스로에게도 떳떳하지 못하신 겁니다!”-본문 중에서-그리고 그렇게 조우하게 된 두 사람이 공유하게 된 비밀.“자네는 역시 묘한 사람이었네.”어리둥절 하는 연성을 지켜보며 그렇게 이르는 휘의 입술에는 내리누르려고 해도 눌러지지 않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고대하던 작품이나 손에 넣기를 바라마지 않던 수집품을 마침내 수중에 넣었을 때 지어지는, 뿌듯하고 흐뭇하여 기쁘기 그지없을 때에만 지어지는 그런 미소였다.“지금도 믿어지지가 않아. 솔직히 말하자면 말일세.”반대쪽 손목도, 두 다리의 발목도, 모두 침상의 기둥에 비단으로 묶여있다는 것을 깨달은 연성의 안색이 희게 질렸다. 휘는 공복차림이 아니라 편한 자리옷 차림이 되어 새 찻상을 가져다놓고 침상 곁에 앉아서 연성을 감상하고 있던 참이었다. “저, 저하!”침상 곁에 붉은 주칠이 된 탁자에는 휘가 직접 거두어 벗겨낸 연성의 의복이 곱게 개켜진 채 놓여 있었다.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연성은 힘껏 손을 뻗었다. 휘는 연성이 손을 뻗는 옷을 한 번 돌아보았다가 다시 시선을 움직여 연성을 바라보았다. 옷을 모두 거두어 냈으니, 연성은 지금 당연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였다. 그리고 연성의 나신은, 단지 휘의 입장에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다. “나의 화공이……여인이었다니.”이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편집된 도서입니다
글은 정말 잘쓰지만 매번 2% 모자란 느낌을 떨쳐낼 수 없는 로맨스 작가, 혜정.여태까지 작업했던 책 중에서 증판을 하지 못한 것은 하나도 없는 신임 로맨스팀 편집장 승준.승준은 천천히 속에 담았던 것을 끄집어낼 준비를 했다."작가님, 혹시 현재 애인이나 애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예? 없는데요.""저도 그렇습니다."승준은 잠시 말을 끊고 뜸을 들였다. 각오가 필요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 말을 듣고 난 혜영의 반응을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작가님이 이번 글을 쓰면서 알 수 없었던 것, 저랑 같이 배워보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