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연못에 내린 비> 처음 만나던 날 기억하세요? 손을 뻗으면 푸른 물이 들 것 같은 하늘에서 꽃비가 우수수 내렸어요. 사방에서 향긋한 흙냄새와 꽃 냄새가 나고 계곡물 소리와 산새 소리가 마치 노래 같았어요. 아직도 귀에 생생해요. 빨리 오라며 채희가 재촉하는 소리, 눈이가 왕왕 짓는 소리, 계곡물에 한섭이가 던진 조약돌이 통통 튀는 소리, 아주머니와 얼금이의 웃음소리. 세상이 참 예뻤어요. 그렇게 예쁜 날, 당신이 왔어요. 이상한 사람이다. 첫인상은 거칠었고 두 번째 만났을 땐 무례했고 세 번째 만났을 땐 짓궂었다. 그리고……. 네 번째 만남엔 가슴이 뭉클했다. 허인우. 나의 조용한 삶을 두드리는 단비. 고요한 연못에 비가 내렸다. 고즈넉한 연못, ‘정연靜淵’에 잔잔히 내리는 비, ‘인우仁雨’. 마주한 두 사람이 자아내는 아름다운 풍경. 『고요한 연못에 내린 비』
<붉은 봄> 조선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 조선의 위기에 움직이기 시작한다 제9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 『붉은 봄』. 한양 한복판 배오개에서 중전의 오빠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임금 앞에 범인을 지목한 익명서가 날아든다. 용의자는 바로 왕의 여동생 보명공주. 결혼해 출가했지만, 남편을 여읜 뒤에는 화양궁에서 희락회 회원들과 놀이를 즐기며 유유자적하게 살고 있다. 감히 왕의 여동생에게 씌워진 살인 혐의에 누구도 적극적으로 수사하려 하지 않으면서, 왕의 배다른 동생 수안군에게 이 사건이 떨어진다. 뛰어난 외모에 추리력까지 갖춘 수안군은 아무리 어려운 사건도 일단 맡으면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없었다. 단 한 사건만 빼고. 한편 한양의 한쪽에서는 얼굴 한번 못 본 남편이 혼례 당일에 사고로 죽고 청상이 된 조선 최고 갑부의 딸 장소봉이 자신의 박물전 ‘단미’를 운영하며 운명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고 있다. 벚꽃이 흩날리던 봄, 단미의 단골인 보명의 초청으로 화양궁 연회에 참석하게 된 소봉은 거기서 사건을 수사하러 온 수안군을 만나고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사람을 믿지 못하는 수안군이 소봉의 마음을 단칼에 거절하며 둘은 최악의 관계가 된다. 그날 밤, 누군가가 보명의 침실에 개의 사체를 전시하면서 수안군과 소봉은 그동안 보명을 위협하는 사건이 계속되어왔음을 알게 된다. 세 사람이 각각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면서 일련의 사건이 배오개 살인 사건, 선왕의 일기인 《일성록》의 행방과 얽혀 있는 것이 밝혀진다. 살인 사건은 거대한 음모의 서막일 뿐, 차례로 벌어지는 사건과 궁중 암투에 조선의 운명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