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필희
오필희
평균평점
당신의 목소리

지나간 시간이 소리로 기억되는 순간들이 있다.현진은 세정을 만났던 첫날을 그녀의 목소리로 기억한다고 말하곤 했다.“나라면 그 드라마, 할 거 같은데요?”스캔들 메이커로 낙인찍힌 배우 현진은 작은 여자의 등장으로자신의 한없이 가벼운 삶이 이제는 무게를 지녀야 할 때라고, 본능적으로 느꼈다.“학업 파트너라. 그 안에 섹스 파트너...

계약직 아내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어두운 지하 셋방에서 홀로 숨죽인 채 살고 있던 지혜. 남은 것이라고는 갚을 길 없는 대출 이자뿐이던 그녀는 동창회에 참석하면 일당을 주겠다는 친구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한다. 그렇게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동창회 자리에 나간 그녀에게 기억도 나지 않는 고등학교 시절의 마지막 짝, 은석이 황당한 제안을 해 오는데…&hellip...

여로

4년을 함께한 연인과 이별 후 홀로 떠나온 여행길.현주는 그 낯선 장소에서 깊은 눈을 하고 있는 낯선 남자를 만나게 된다.“이렇게 아름다운 길에서 나쁜 사람을 만나게 될 일은 드물죠.”나쁜 사람이 아니니 동행하자는 남자의 말이겨울을 품은 지리산과 어우러져 비현실적이고도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여행 온 거잖아요. 낯선 시...

바닷가 책방

“난 늘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누군가 그리운 사람이 내게로 올 것만 같아요.”할머니의 낡은 [바닷가 책방]을 상속받은 박진희(28세)는이십 년 만에 개발 바람이 불어닥친 작은 바닷가 마을로 내려오게 된다.“엘리베이터에서는 우는 뒷모습을 봤고,며칠 전 바닷가에서는 바위에 앉아 있는 뒷모습을 봤지.그리고 오래전엔 비를 맞고 ...

계약직 아내 – 슬픔의 정원을 건너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어두운 지하 셋방에서 홀로 숨죽인 채 살고 있던 지혜. 남은 것이라고는 갚을 길 없는 대출 이자뿐이던 그녀는 동창회에 참석하면 일당을 주겠다는 친구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한다. 그렇게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동창회 자리에 나간 그녀에게 기억도 나지 않는 고등학교 시절의 마지막 짝, 은석이 황당한 제안을 해 오는데…….“몇 개월 같이 살아 주고 대외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아내가 필요해.”잘나가는 기업가가 된 그의 제안을 지혜는 단칼에 거절하지만, 그녀와의 결혼을 통해 얻을 게 있는 은석은 쉽사리 포기하지 않는다.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와수많은 비밀을 품은 채 좀처럼 그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그녀.서로 원하는 바가 다른 두 사람은 결국 행복해질 수 있을까?▶잠깐 맛보기“내 방은?”“어? 어, 여기”아무런 감정이 실리지 않은 그녀의 물음에 당황해 은석은 잠시 주춤거렸다. 그녀의 방으로 안내된 지혜는 한동안 가방을 내려놓지 않은 채, 방 한가운데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난…… 한 번도 이런 방을 가져 본 적이 없었어. 알아? 오래전엔 내 나이쯤 되면 커피 광고에나 나오는 전망이 보이는 근사한 아파트 테라스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살게 될 줄 알았지.”은석에게 등을 보이고 있는 지혜의 넋두리는 슬펐다.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을 듯했던 그녀의 뒷모습은 슬퍼 보였고, 그간의 삶의 고달픔이 작은 가방에 내려앉아 그녀를 주저앉힐 듯 보였다.“지혜야.”“그렇게 부르지 마. 그렇게 다정하게 부르면, 언젠가는 너와 함께 고급 아파트 테라스에서 차를 나누는 사람이 나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하게 되잖아.”그제야 지혜는 작은 짐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은석과 마주 섰다.“이 집에서는 우린 부부가 아니라 친구 하자. 고등학교 동창. 이 집 밖을 나서면 네가 원하는 아내 해 줄게, 계약직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