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뚱뚱하지만 마음씨가 아주 착한 19세 남학생이 있었다. 10년 전, 완벽하게 예쁘지만 마음씨가 아주 고약한 19세 여학생이 있었다. 둘은 같은 고등학교 다녔고 같은 반에서 학교생활을 했다. 10년 후 현재, 스물아홉이 된 두 사람은 우연히 다시 만난다. 남자는 기억하고 있고 여자는 기억하고 있지 못하는 일을 두고, 둘의 관계는 새롭게 시작된다. 그 관계 속에 피어나는 사랑과 증오, 원망, 복수의 이야기. “정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거야? 너한테 내가…… 그렇게도 아무것도 아닌…… 그런 상대였던 거야?” 갑갑한 공간 때문일까. 슬프게 들리는 그의 낮은 음성 때문일까.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는 혜인 이었다. “미안해……. 정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미안해.” 순간, 혜인을 향해 멈춰졌던 서준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식어가고 있어. 이를 악물고 그때 그 순간을 되풀이해 떠올리며 너를 미워해도…… 자꾸만 식어가……. 너를 향한 나의 복수심이…….” 서준과는 반대로 그를 향해 흔들리던 혜인의 눈동자는 멈춰졌다. “아무것도 없는데……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아주 작은 조각 하나조차도 기억해 내지 못했는데…… 어째서 식어가는 거야?” “…….”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는 서준. 그의 눈동자가 더욱 더 심하게 흔들리자 재촉하듯 혜인이 다그쳐 물었다. “어째서?” 마른침을 삼키는지 서준의 목젖이 울렁거렸다. “네가…… 내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나는…….” 갑자기 하던 말을 멈추고 서준이 뒷걸음쳤다. 아까와는 다르게 혜인이 서준을 향해 앞으로 한걸음 다가갔다. 당황했는지 서준은 몸을 확 돌려서 성큼 성큼 어느 방으론가 들어가 버렸고, 얼마 뒤 크게 소리치는 것으로 자신의 감정을 닫아 버렸다. “꺼져!”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