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緣)을 잇다> 도은은 열 한 살 때 홀로 외가에 찾았다가 마을 유지 아들에게 잘못 걸려 된통 당하게 되고 그런 그를 열 여섯살인 순영이 구해주었다. 실수로 입맞춤이 이어지고 도은은 둘째 형수 말처럼 제 가슴이 마구 뜀에 점점 순영을 마음에 품게 되고... 한양으로 떠나기 전날, 도은은 순영에게 혼인을 하자 하며 정표로 물망초 댕기를 빼앗듯 가지고 갔다. 일년 뒤, 꼭 올 것이라 약조를 하며.... 허나 일년이 지나도 도은은 오지 않았다. 그렇게 칠 년이 지나고 아버지 김수광이 임금의 부름으로 한양에 오게 됨에 스물 세살이 된 순영도 한양으로 오게 되는데... 열 여덟이 된 도은과 스물 셋이 된 순영, 두 사람의 연은 다시 이어질 수 있을까.......? -본문 중에서- ‘맴맴…….’ 한층 더 커진 매미 소리가 정적을 깨웠다. 순영은 동수가 떠난 지 오랫동안 그 자세 그대로 있었다. 왠지 그래 있어야만 할 것 같았다. 한참이나 힘을 주고 있어서 그런지 팔 다리가 저려 왔다. 고개를 들어 자신의 머리에 아직 붙어 있을 굼벵이를 떼어 내기 위해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짧게 심호흡을 한 다음 자신의 가슴팍에 안겨 있는 어린 도령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아직 정신이 돌아 오지 않은 듯했다. 순영은 도령을 바닥에 눕히기 위에 조심히 머리를 받치고 앞으로 숙였다. 그때였다. 경직된 다리에 힘이 빠졌는지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꼬꾸라졌다. 순간 눈을 찔끔 감았다. ‘털썩’ 딱딱한 바닥이 아니었다, 연한 피부가 그녀의 입술을 간지럽혔다. 놀란 순영은 눈을 떠 버렸다. 그녀의 눈앞에는 앞으로 흘러내린 자신의 진 다홍빛 댕기가 도령의 눈을 가려 주고 있었다. 순영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망측한 상황에 눈이라도 마주친다면 정말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녀는 얼른 자기 입술을 도령의 입술에서 떼어냈다. 그러고는 몸을 일으키려 팔에 힘을 주었다. 한데 이게 웬일, 팔꿈치가 꼿꼿이 서지 못하고 꺾여 버렸다. 그로 인해 몸이 다시 앞으로 꼬꾸라져 버렸다. 좀 전보다 더 밀착된 몸과 입술에 순영은 얼굴이 붉어질 대로 붉어져 버렸다. 그런데 그녀의 맘을 더 혼란스럽게 한 건 갑자기 순영의 입안에 불어 닥친 따뜻한 도령의 숨결이었다. ‘깨어난 건가?’ 순영은 팔에 다시 힘을 주고 최대한 빨리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도령의 얼굴을 살폈다. 눈이 감겨져 있었다. ‘꿀꺽……’ 마른 입안을 침으로 적시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후유…….” 그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느새 한낮의 더위가 물러가고 숲속으로 들어오던 햇살도 줄기를 거두고 서늘한 바람을 자기 대신 내려 보냈다. 순영은 자신도 모르게 손수건을 입술로 가져다 대었다 떼었다. 반대편 손가락으로 입술을 다시 훑였다. 그러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정신을 잃은 도령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입가에 피가 묻어 있었다. 순영은 눈을 찡그리며 자신을 자책했다. 그녀의 손에 들려진 손수건 귀퉁이에 피가 묻어 있었다. 아니다. 자신은 잘못한 것은 없다. 단지 도와주려 한 것뿐이었고 아까 그건……그래 사고였다. 명백한 사고. 부끄러워 할 필요가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순영은 도령에게 다가갔다. 하얀 얼굴 위로 나뭇잎 그림자가 넘실거렸다. 피가 뺨이랑 입 주변에 흘러내리고 있었다. 순영은 자연스레 손수건을 도령의 얼굴에 갖다 대었다. 새빨간 피가 하얀 피부와 대비되어 더 창백하게 보였다. 그녀의 손의 움직임이 느려지더니 어느 순간 멈춰지고 손길을 거두어 들었다. 그 대신 그녀의 눈길이 도령의 얼굴로 향했다. 순영은 조금 물러나 꽃을 관찰할 때 취하는 모양으로 유심히 도령을 살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처음 보았을 때부터 눈에 들어온 하얀 피부. 좀 전의 아이들과 확연히 차이가 나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순영은 자신의 손등을 내려 보고 입을 삐죽였다. 저 도령이 비정상이지 난 정상이라고! 하는 표정으로 다시 도령을 내려다보았다. 짙은 까만 눈썹과 시원하게 뻗은 콧날이 전체적으로 가는 얼굴을 여인네가 아닌 남자 얼굴이라는 걸 인식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마냥 평안히 감겨져 있는 눈. 감겨져서 눈빛이 어떠한지 모르나 무척 궁금하다. 긴 속눈썹이 더 기대하게 만들어 주었다. 마지막으로 입술. 순영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연분홍빛이 감도는 일자로 다문 입술은 피와 어울려 더 진하게 윤기가 흘렸다. 정말 잘난 얼굴이다. 남정네를 많이 보지 못했지만 분명 이런 인물이 흔치 않을 것이다. 한양이면 몰라도……. ‘한양……’ 삼년 전 떠나온 한양이 멀게만 느껴졌다. 이제 돌아가지 않을 곳이다. 순영은 바람에 살짝살짝 움직이는 도령의 하늘 빛 전복을 바라보았다. 너무나 잘 어울렸다. 그때 나뭇잎 하나가 날아와 도령의 가슴팍에 내려앉았다. 순영은 무심결에 나뭇잎에 손을 가져가다 멈추었다. 만져 보고 싶었다. 도령의 얼굴을…….
<연(緣)실을 묶다> 연시리즈 2번째 작품 < 연(緣)실을 묶다 > 왕실 흠, 장애를 가진 휘온옹주. 왕실 안팎의 무심속에 19살이 되고 매번 미뤄졌던 어렵사리 가례를 치루게 되는데....... 박도준의 셋째 박시헌, 그는 원래 부마 후보자였던 둘째 형 대신 원치않게 부마가 되게 된다. 서로 원하지 않았던 가례, 두 사람은 진정한 부부가 될 수 있을까.......? -본문 중에서- 시헌은 옹주와 마주 앉았다. 화려한 녹원삼을 벗은 옹주의 모습을 청초했다. 그의 눈길은 자연스레 그녀의 얼굴로 옮겨갔다.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얼굴이 어떠한지는 알아볼 수 있었다. 시헌의 예상이 또 빗나갔다. 옹주의 얼굴은 멀쩡했다. 아니 멀쩡하다는 말보다는 어여쁘다는 말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고개는 숙였지만, 언뜻 보이는 얼굴선은 고왔다. 하얀 피부가 어둠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시헌은 점점 혼란이 왔다. 대체 지금까지 들은 옹주의 대한 것들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참으로 알 수가 없었다. 소문이 아무리 사실보다 부풀려지는 것이라지만 거짓으로 꾸며 내지 않는 이상 이처럼 사실과 다른 것도 흔치 않는 일일 것이다. “……괜찮으십니까……?” 시헌은 어떤 말로 포문을 열까 고민하다 낮에 쓰러진 것에 대한 것이 제일 어색하지 않겠다 싶어 물었다. “…….” 하나 옹주는 고개를 더 숙였다. 가려진 얼굴 표정이 어떠한지 모르나 뭔가 께름칙한 듯해 보였다. “제가 불편하십니까?” 시헌은 옹주의 자신을 피하는 듯한 행동에 저도 모르게 미간이 좁혀졌다. “아, 아니어요. 그런 것이……송구합니다. 저 때문에 많이 놀라셨을 줄 압니다. 긴장을 하여 저도 모르게…….” 처음 들어보는 옹주의 목소리는 작았다. 바로 앞인데 귀에 대고 소곤소곤 말하는 것 같았다. “……긴장을 하면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요.” 시헌은 당치도 않는 말이다, 송구하다는 말은 옹주마마께서 안 하셔도 된다, 말하려다 접었다. 자신은 아직 옹주에게 진정으로 그런 말을 할 마음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었다. 술잔에 술을 채운 시헌은 단숨에 잔을 비우고 또 한 번 술을 따랐다. “한 잔……드시겠습니까?” 술잔을 든 그의 손이 휘온 얼굴 앞으로 쑥 들어왔다. “…….” 휘온은 갑작스런 상황에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들었다. 비로소 서로의 얼굴을 마주한 두 사람. 말문을 닫은 채 상대방의 눈을 응시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동자 안의 촛불이 심히 일렁거린다. 휘온의 얼굴 앞에 있던 술잔이 점점 흔들리더니 맥없이 툭 떨어졌다. ‘!’ 시헌은 손에서 미끄러져 상 위에 나뒹굴고 있는 술잔을 보고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괜찮으…….” “괜, 괜찮습니다.” 시헌은 휘온의 말을 막아 버리고 재빨리 제 고개를 돌려버렸다. 순간 얼굴에 열이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이런 망신이 또 어디 있겠는가. 술을 권하다 못해 넋 빠져서 옹주 얼굴을 빤히 쳐다보기까지 했다. 고개를 숙여 있을 때도 어여뻐 보였는데 정면으로 보니 그 어여쁨이 배가 되었다. 음영에 선이 뚜렷한 코 선과 콧방울, 살짝 벌려진 붉은 빛 입술 그리고 놀란 듯 동그랗게 뜬 두 눈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새까만 눈이 무방비하게 자신을 바라봄에 그 역시도 무방비 상태가 되어 버렸다. “황공하옵니다…….” 시헌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렸다. 하나 휘온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휘온 또한 붉혀진 뺨을 식히려 애쓰고 있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서늘하기만 했던 방 안 공기가 열을 품기 시작했다. 하나, “……제가 생각했던 옹주마마 모습이 아니시라 조금은……당황하였습니다.” 무심결에 한 시헌의 말에 따뜻함이 스며들기 시작하던 방 안이 다시 찬바람이 들었다. 어찌 보며 좋은 뜻으로 한 말일 수 있는데 처한 상황이 그리 만들지 못했다. “……낮이 아니라서……옷에 가려져서 그리 보이는 것뿐입니다.” 시헌이 하고자 했던 말을 달리 해석한 휘온은 겉으로 드러난 제 왼손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 시헌은 시선을 방바닥에 고정하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슬픈 표정의 얼굴에 촛불 그림자가 내려 앉아 더 슬퍼 보았다. 분을 바른 하얀 얼굴이 떨고 있었다. 보았는데……. 문득 옹주의 그늘진 얼굴을 보며 어렴풋이 떠오른 다른 이의 얼굴……시헌은 제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가 하면서도 옹주의 얼굴을 찬찬히 보았다. 그래, 맞다. 그 여인이다. 냇가를 떠나면서도 끝까지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던 헤진 당혜의 주인……어떻게 이런 일이……. 그 여인이 옹주였다니, 옹주가 그 여인이었다니. 자신의……시헌은 그날의 그 여인의 모습을 머리에 되새김했다. 그리고 제 앞에 있는 옹주를 다시 보았다. 오른손으로 왼손을 감추듯 감싼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화려하고 폭이 넓은 녹원삼 속에 꼭꼭 숨겨진 그녀의 손이, 다리가 온전치 못함을 사람이 어찌 알겠는가. “옹주마마, 혹…….” 시헌은 그녀를 불렸으나 뒷말은 망설여졌다. 아는 체를 해야 하나? 옹주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것인가? 아님……그날의 일은 들추어내기 싫은 것일까? 여러 생각이 뒤엉키자 그는 그냥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곤하시지는 않으신지요?” 시헌은 말을 돌렸다. “……조금은…….” 휘온은 시헌이 자신에게 뭔가 할 말이 있음을 알았으나 묻지 않았다. 그가 묻지 않음이 그녀에게 어쩌면 고마운 일이였다. 그날의 일을 어찌 일일이 말하겠는가, 자신이 목숨을 끊으려 했다, 말할 수 있으랴. 자신이 그를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 들었다고, 자랑을 하랴. 그리고 당신은……어느 여인을 애타게 부르고 있었노라 말할 수 있으랴. 그녀가 그에게 그날의 일을 말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저도 좀 많이 몸이 피곤한 것 같습니다.” “그럼 먼저…….” “그리해도 될는지요?” 기다렸다는 시헌이 되물었다. “예…….” “마마께서는 아니 주무십니까?” “저는 좀 있다…….” 시헌은 새 금침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 어둠보다 무서운 침묵이 방 안을 잠식해 왔다. 일각이 채 되지 않은 시간이 흘렀을 쯤, 시헌의 가는 숨소리가 고르게 방 안을 채웠다. “……휴우…….” 휘온은 그의 얼굴을 살피다 힘없이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타들어가는 촛불을 입 바람으로 껐다. ‘사그락…….’ 어둠속에서 옷자락 스치는 소리가 났다.
너무나 사랑했던 첫정, 세상을 떠난 부인 여울을 잊지 못한 채 살아가는 호헌.7년이라는 세월동안 방황하듯 지방 한직을 떠돌던 그는 어른이 된 일홍을 마주하게 된다.일홍은 여울이 유언을 남기면서까지 지켜 달라 한 아이이다.유언을 떠나서 제 집에 오면서부터 제 식구가 된 아이....“……그래 많이 변했구나…….”처음 문가에서 일홍을 발견했을 땐 그녀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의 인기척에 고개를 돌린 얼굴을 보았을 때도 몰랐다. 헌데,‘오, 오랜만에 뵈옵니…….’부끄러운 표정을 하며 아는 체하는 모습에 설마, 했고 넘어지려던 그녀의 허리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감싸 눈이 마주쳤을 때 비로소 일홍임을 알았다.그런 일홍을 복 씨가 지방으로 돌아갈 때, 딸려 보낸다.뜻하지는 않은 상황으로 같이 있게 된 두 사람.오래 떨어져 있었던 만큼 어색하기만 하다.그러나 매일 마주하면서 서로를 의식하게 되면서 어린 시절과 다른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영의정 권천의 종복에 의해 목숨을 구하게 된 량이는 권천에게서 자신의 딸의 벗이 돼 달라 부탁받는다. 량이는 고민 끝에 권천의 집을 찾아가고……자신과 똑 닮은, 죽음의 기운이 드리워진 얼굴의 여인과 마주하게 된다.위태로워진 몸을 숨기기 위해 권천의 가짜중전 제안을 받아들이는 량이.백일만 아무 일 없이 중전자리를 지키다 궐을 나오기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궐은 생각한 만큼 만만치 않은 곳이었다.그중 왕인 이곤이 정체를 숨기려하는 량이를 제일 불안스럽게 만든다.권천을 싫어하는 만큼 그의 양녀 중전을 싫어하는 곤.헌데 병이 나 피접을 나갔다가 환궁한 중전이 이상하게 신경이 쓰인다.얼굴은 같은데 왜 느껴지는 느낌은 다를까?흘러가는 마음을 애써 부정하려 하지만 맘대로 되지 않는다.
어린 시절 저잣거리에서, 의문의 노파로부터 20살 이전에는 혼인도 못 할 것이고단명까지 할 거리는 말을 듣게 된 영아.겹겹이 액운이 쌓여 있다는 말과 함께, 단명을 피하고 싶으면꼭 스무 살 생일날에 첫날밤을 보내라는 경고를 받는다.그녀는 단순한 망발이라 치부하려 했지만,해가 갈수록 노파의 말은 점점 현실이 되어 그녀에게 돌아오기 시작하는데…….연이은 악재로 혼인은커녕 신랑도 구하지 못한 채스무 살 생일을 맞게 될 위기에 놓이게 된 그녀.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 기 씨가 신랑을 구했다며 혼례 채비를 하라는데,그녀 앞에 나타난 신랑, ‘주원’은 눈가리개를 한 채 두 손발이 묶인 채였다…….“……하룻밤 신랑이 되어드리겠습니다.”죽을 위기에 처한 가운데에서도 납치되어 온 자신을 걱정하는 영아의 모습에,주원은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하고…….“단, 조건이 있습니다.”“제 조건은…… 이 밤이 지나면, 아가씨가 오늘 일을 깨끗이 잊는 것입니다. 깨어나면 기억나지 않는 하룻밤 꿈같이 말입니다.”잘못 끼워진 단추와 같은 첫만남으로 시작한 두 사람,과연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