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희(디노)
지희(디노)
평균평점
그 여자의 정체

“12시 전이니 약속은 지켰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유도은입니다.”마지막 여름의 잔재인 듯 천둥과 번개가 몰아치던 날. 여자는 자정이 다 돼서야 노란색 우비를 입고 당당하게 들어섰다.바로 앞인데도 멀리서 울려 퍼지는 자장가 같은,몇 번의 전화 속에서 들었던 고조도 없는 그 목소리였다.그는 꿀꺽 마른 침이 넘어갔다.창밖에는 커다란 번개...

애플민트

그녀는 애플민트를 닮았다.동글동글한 잎사귀도 그렇고, 보송보송한 흰털들도 그렇고,사과와 박하가 섞인 듯한 은은한 향기도 꼭 닮았다.어느새 그녀의 존재는 답답한 내 인생에 숨통이 되었다.“아저씨, 저 좋아해요?”“223일 하고도 21시간 40분.”“네?”“그 질문을 받기까지 걸린 시간...

이혼 일기

21세기에 선조의 유지(遺志)로 인한 정혼이라니!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 작정이었다. 더더군다나 정치적 정략결혼 따윈 절대사절이었다. 어느 날 말간 눈동자의 그녀가 말했다.“서방님, 저와 혼인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잠시만이라도…….”서방님이라고? 한낱, 아주 작은 호기심이었다.어처구니없는 호칭 하나에 그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그리고 서서히 그의 시선은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두 집안의 혼약(婚約)으로 결혼 앞에 놓인 한얼과 정누리.끝내 그들은 마지막을 정해놓은 시작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