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새> “꺼져.” 윤은 그의 언문 글씨체를 보고 감탄했다. 한자 필체 좋은 사람은 여럿 봤으나 언문 필체가 저리 아름답고 곧게 뻗은 글씨체는 처음이었다. 그의 수려한 눈빛과 용모, 선풍도골의 풍채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와 처음 마주쳤을 때 천 대감을 부르지 않고 자신의 할 바를 이루며 또 비밀공간을 공유해 주는 그의 유연한 판단력을 높이 산다. 그러나 그의 상스러운 말 한마디는 이 모든 것을 갉아먹고 있으니, 신언서판에 딱 하나 제동이 걸리는 것이다. ‘언.’ 조선 후기 신약군강 환국의 숙종 치하, 생명의 존엄과 모든 약자를 위해 존재한 조직 검계 불새(화조)의 수장자리에 등극한 자의 운명과 사랑을 그려본다.
<발칸(Balkan) 1권> “침륜(沈淪)과 멸망이 당신을 덮으리니, 슐레이만이라는 이름은 역사에 길이 남겠으나 당신이라는 한 인간은 불행과 배신으로 얼룩진 삶을 아주 오래도록 끈질기게 살게 될 것이다.” 베오그라드 전투와 프레베자 해전 등을 거치며 막강 제국으로 거듭나는 발칸 반도 오스만튀르크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사건들. 유럽의 합스부르크가(家) 페르디난트는 오스만 지존을 노예로 취하고, 짐승의 짓을 가해 제국의 번영을 이루던 피를 부르는 저주받은 혈통은 비밀세력에 의해 존폐 위기를 맞는다. 오스만 대제(大帝) 슐레이만. 이중적 사랑에 짓밟히는 네 남녀의 역사 속 불타오르는 인생. 록셀라나의 그를 향한 사랑은 짙고 깊은 고통이다. 끊어지지 않는 너무나도 질긴 뿌리다. 흉터 선명한 상처다. 마음을 후벼 파는 비참함이다. 처절한 좌절이다. 간절히 원하나 가질 수 없어 어두운 절망이다. 함께할 수 없는 그 사랑은, 그 사랑은 영원히 악몽이다.... 인간을 삼키는 삶, 사랑, 권력에서 살아남을 자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