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는 묵은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떠난 여행길에서, 조난 위기에 처한 한 남자를 마주한다. “한국인?” “어! 한국인이세요? 잘됐…….” “이봐. 그 방, 나에게 넘겨.” “……에?” 그러나 조난에서 구해준 것에 인사는커녕, 하나 남은 숙소를 빼앗길 지경이다. 결국 같은 방을 쓰게 되는 두 사람. “너, 이렇게까지 해서 노리는 게 뭐야?” “뭐라구요?” ‘아무리 얼굴 좀 잘생겼고 몸매 좀 된다고, 모든 여자가 자기를 노리는 줄 아나? 왕자병이야?!’ 낯선 여행지에서의 우연은 묘한 신경전과 오해를 빚어내지만, 함께 보내는 시간은 낯선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두 사람의 인연은 여행이 끝나며 마무리되는 듯하였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지하가 자주 찾는 술집에, 카페에, 그가 앉아 있다. “드디어 만났군. 강지하.” 무뚝뚝하고 안하무인에, 제멋대로였던 남자가 지하의 마음을 열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기 시작한다.
키도 크고 머리도 짧은, 얼핏 봐선 남자 사람 같은 여자, 지우. 얼굴값 하느라 바람둥이처럼 살지만, 사실은 순정남, 서준. 지우가 서준을 알게 된 지 20년. 갈 곳 없는 지우에게 유학에서 돌아온 서준이 말한다. “우리 집에 갈래?” 20년 전 처음 만났을 때, 어린 서준이 했던 말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았지만 깨닫지 못한 마음을 두 사람은 천천히 알아가는데. “오로라를 보면 행복한 기분이 든대.” “그래?” “너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오로라를 뜻하는 ‘불의 여우’. 행복을 찾아, 불의 여우를 찾아 우정과 사랑 사이, 소꿉친구의 밀당 이야기.
입사하자마자 다들 한 남자를 조심하라고 했다. “디자인 팀장님요. 그냥 그분만 조심하시면 돼요. 아시겠죠?”다들 조심하라고 충고하던 그 남자. “당장 꺼지세요.”하필이면 그 남자가 매몰차게 다른 여자를 걷어차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다. “저기, 저분이세요. 디자인 팀의 이환우 팀장.”“아……”사무실로 걸어가는 은비와 시윤이 남자의 곁을 스치는 순간, 그가 얼굴을 돌렸다.그리곤 시선이 마주쳐 버렸다.“헉.”은비는 세상이 무너져 내린 표정으로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저 잘생긴 남자는 바로 2주 전, 술에 취한 은비가 완전 제 취향이라며 품에 와락 안겨들었던, 지워 버리고 싶은 흑역사 속 그 남자였으니까!
모든 것을 다 잃었다. 가족도, 신분도, 성별도. 운이 좋아 살아 남았고, 운으로 버텼다.그렇게 살다 갈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우연히 재회한 전 약혼자만 아니었더라면.“새하얀 은발이라. 꼭 내가 어린 시절에 알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군.”프렌시아나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지만, 내색할 수 없었다.남장한 자신을 알아볼 리 없을 뿐더러 더구나 레온하르트는 저를 원수의 딸로 알고 있지 않은가. 정체를 들키면 죽을지도 모른다.그런데 레온하르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이상하다.“꼬맹이 넌, 나와 함께 간다.”“네?”* * *그의 시종에 불과했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꿈 같았다.그런데 레온하르트와 닿으면 어디선가 빛무리가 나타나더니 미래가 보였다.그것도 불길한 미래.마지막으로 본 게 레오가 죽는 미래라니…….‘막아야 해.’아무도 도와줄 수 없을 테지만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프렌시아나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부여잡으려 애쓰며 말했다.“이번 원정에 저도 따라가겠습니다.”이건 레온하르트도 막을 수 없는 프렌시아나의 결연한 의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