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운명 앞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여인.그녀는 짐승의 먹잇감에 불과했다.이게 무슨 얄궂은 운명인가. 신은 죽어 버린 목숨을 연명하게 해 주는 대신 누군가에게 나를 선물로 주었다. 하지만 내 영혼을 잃어버린 신의 탓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호수에 비친 낯선 여인이 누구인지, 내 이름이 무엇인지, 내 주인이 누구인지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그러던 찰나, 거대한 짐승이 나의 앞을 가로막고 치마 속을 쳐다본다.“여자. 내게 어떤 존재라 생각하지?”“그야. 선물?”“여자는 그저 선물에 불과하니 본분에만 충실하도록 해.”“본분이라……. 선물도 종류가 있잖아요. 뭐 보석이나 꽃이나…….”“어떤 종류냐고 묻는다면…… 먹이? 여자. 웃지 마. 먹고 싶어지니까.”나를 먹고 싶어하는 짐승, 그는 나의 주인이었다. 먹고 싶지만 먹을 수 없는 짐승의 먹잇감.
태어나서는 안 될 여인, 짐승의 반려가 되다 황제에겐 두 명의 딸이 태어났다. 공주라는 이름으로 황녀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통치할 수 있었지만, 쌍둥이라는 죄명 아래 황녀인 언니 프리실라와 달리 동생 프리는 죽은 자가 되어야만 했다. 궁 한 가운데 숨어 살아도 괜찮았고, 죽은 사람이 되어도 괜찮았다. 하지만 환생한 짐승의 반려라는 이름으로 그와 동침을 하라는 명 하나만큼은 거역하고 싶었다. 짐승의 모습과 인간의 모습을 동시에 갖춘 이종족의 수장이 있었다. 그의 이름 시리우스. 괴기스럽고 두 번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물이라 생각되었지만, 이상하다. 노란 눈동자에 색기가 가득한 얼굴이 생각나고, 이상하게 그의 곁에만 있으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프리가 자신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깨달았을 적, 인간과 이종족간엔 두 번 다시 존재하면 권력의 다툼이 벌어지고 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