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낯선 사람.” 파혼 후 신혼여행지 산토리니로 혼자 여행을 떠난 해윤은 그곳에서 만난 남자.재하와 잊지 못할 하룻밤을 보낸다. 서로의 이름도 숨긴 채 하룻밤 일탈로 끝내려던 인연이지만 이미 끌려버린 마음.재하를 밀어내기 쉽지 않다. 결국 한국에서 재하와 만남을 이어가게 된 해윤. 하지만 해윤에게는 미처 밝히지 못했던 문제가 있다. ‘넌 내 거야. 영원히. 벗어날 수 없어.’ 오랫동안 해윤을 괴롭혀 온 스토커. 얼굴도 본 적 없고 흔적만 남겨놓는 그 스토커는 ‘5년 전 그날’ 이후로 다시 나타난 적이 없었다.해윤조차도 스토커가 정말 실재했는지 의심하는 중. 재하와 해윤이 만나기 시작한 후로 스토커는 다시 해윤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해윤의 옆에는 자신밖에 없음을 주장하는데…….
“그 아이, 낳을 건가?”평생을 새장에 갇힌 것 같은 감시와 압박 속에 살아온 지수는 결혼을 앞두고 단 하루의 일탈을 감행한다. 그리고 눈을 떠 보니 일탈의 밤에 대한 기억은 모두 사라지고 자신의 몸속엔 새 생명이 자라고 있다.“얼굴도 모르는 남자의 아이를 가진 채로 당신과 결혼할 수는 없어요.”“상관없습니다. 내가 말한 두 가지를 지킨다면 우리 결혼은 예정대로 진행될 테니.”강동하. 그는 지수의 양부모님의 사업체를 살려줄 구원자였다.“당신이 완벽한 아내가 되어 준다면. 나 역시 이 아이를 내 아이로 대하겠다고 약속하지.” 동시에 지수를 지옥 같은 삶 속에서 구원해 줄 남자이기도 했다.“나를 이용해도 좋다고 말하는 거니까.”결국 아이를 지키기 위해 지수는 남자의 손을 잡는다. 그게 누군가 놓은 교묘한 덫인 줄도 모르고.
“만에 하나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그땐 두 번 다시 남편에게 죽임을 당하는 아내는 되지 않으리라. 설령 내가 그를 죽이는 한이 있어도.” 21세기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연재는 남편에게 살해당한다.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땐 모든 것이 달라져 있다. 300년 전 조선에서 깨어난 것도 모자라 22살의 어여쁜 여인의 몸이 되어있다. 신이 제 죽음을 불쌍하게 여겨 환생이라도 한 건가 싶었는데……. “혹 기억이 돌아오면 언제든 이야기해 주시오. 우리…… 못다 한 이야기를 끝내야 하지 않겠소?” 다시 눈을 뜬 곳에서도 남편이 살인자라니! 그것도 조선 시대, 참혹한 범행으로 공식 사료에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희대의 살인마. 낮에는 다정한 지아비, 밤에는 살인마 유한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어쩐지 죽음보다 더 강한 운명이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것만 같다. 이대로 그녀는 또 같은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걸까.
MH 그룹의 총수 황재상이 죽자 왕자의 난을 정리하고 스스로 총수 자리에 앉은 잔혹하고 잔인한 폭군, 황현호. 그는 금진항공 인수를 위해 아버지의 숨겨진 사생아인 채희를 찾아간다. “넌 금진항공사를 되찾는데 일조해야 해. 네 어미를 내 아비가 가장 총애했으니까 말이야.” 현호의 명으로 채희는 금진항공 외아들과 결혼하지만, 남편과 그의 내연녀의 계략에 휘말려 아동 납치범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쓴다. “도와줘요. 나 정말….”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다시 돌려놓을게요. 그러니까.” “3조야.” “네?” “금진 항공사를 놓쳐서 내가 놓친 금액. 넌 내게 3조의 가치가 있나? 아니, 넌 내게 3조는커녕 3원의 가치도 없어.” 유일한 동아줄이던 현호마저 냉랭하게 외면한 그날, 채희는 의문의 살해를 당한다. “이, 이게 뭐야? 내가 왜 여기에 있지?” 그러나 다시 눈을 뜬 채희는 자신이 죽임을 당하기 일 년 전으로 돌아가 있다. 채희는 제 운명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이복 오빠인 황현호에게 배덕한 제안을 해서라도. “나와 결혼해요. 그럼 내가 그 회사 당신 발아래에 가져다줄게요. 기한은 일 년이에요. 그 후엔 이혼해요.” 이 남자의 힘을 녹일 거야. 이 남자를 녹여서 갑옷을 만들겠어. 그 갑옷을 입고 나는 반드시 이 싸움에서 이길 거야. 두고 봐. 다시는 남자에게 이용당해서 소중한 것들을 잃지 않아. “참으로 배덕한 제안인데….” 하지만 이 남자의 등에 올라타서 과연 버틸 수 있을까? 목줄을… 잡을 수 있을까?
“내가 마누라 속살에 미친놈처럼 일하다 말고 뛰어와서 이 짓 하는 게 쉬워 보이냔 말이야.” 일 년간 제 아내인 서아가 몰래 피임약을 먹고 있는 걸 안 태혁은 미약한 분노를 느꼈다. 하지만 서아의 입에서 나온 것은 그 어떤 변명도 아닌, 이혼이었다. “이혼해요, 우리.” 고집을 꺾지 않는 서아에게 태혁은 제안한다. “정 나랑 이혼하고 싶으면 애를 가져.” “좋아요. 대신 아이를 갖기 위해선 당신도 협조해야 해요. 내 방식으로.” 그리고 그날부터 서아는 달라지기 시작한다. “저녁에 꽃을 사 오면 좋겠어요.” “잘 자라고 안아 줄래요?” “키스해 줘요.” 달라진 서아를 보는 태혁의 얼음 같은 마음이 흔들리지만, 임신한 서아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태혁을 떠나고. 7년 후, 서아를 잊지 못한 태혁이 그녀 앞에 나타난다. 서아가 저를 속인 것도 모자라, 비정한 아버지로 만들어 버렸음에 분노하며. “그러니까, 이서아. 나를 벗어나고 싶다면, 오늘부터 기도해. 내가 빨리 죽기를.”
“애초에 당신이 실수한 겁니다. 처음부터 형의 개에게 손을 내밀어선 안 되는 거였으니까.” 서용주와의 정략결혼을 위해 그의 집으로 들어간 수련은 그곳에서 사슬 풀린 짐승 같은 남자 서이헌을 만난다. 그는 음주 운전, 폭행, 여배우들과의 끝없는 스캔들로 LS의 개망나니이자, 서용주의 이복동생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수련은 그저 무시하면 될 거라 생각했다. 서이헌이 수련의 침실로 짐승처럼 뛰어들기 전까진. 그것도 서용주와의 결혼식 전날 밤. “형 말고 나는 어떻습니까?” “…….” “날 붙잡아요. 그러면 내가 당신을 끝까지 지켜 줄 테니까.” 서이헌의 정중한 제안 속에 숨은 후안무치한 태도에 수련의 심장에 그늘이 졌다. “그 개는 단 한 번도 누군가의 애정도 동정도 받아 본 적 없는 비루먹은 놈이라, 애정이랑 동정도 구분 못 하니 말입니다.” 과연, 이 짐승을 믿어도 될까?
“부탁해요. 약을…. 약을 주세요…… 엄마를, 엄마를….” 은세가 두 손을 얼굴 앞으로 가져왔다. “유은세 씨. 똑똑히 들어요.” 강후는 한 손으로 은세의 두 손을 꽉 잡았다. “이제부터 은세 씨 옆에 있는 건 납니다. 그 누구도 아니라.” “하지만, 나는 엄마가 있어야……. 살 수 있다고 했어요….” 약해진 은세는 효재에게 주입된 말을 진실처럼 떠들었다. “아닙니다. 이제부터는.” “하지만 엄마가….” “더 이상 말하지 마십시오. 다칠 수 있으니까.” 그 순간 장 비서의 경고가 머릿속을 울렸다. 까짓거 책임지면 될 거 아니야. 여기서 놓아버리면 이 여잔 죽어. 그녀는 효재가 웃으라면 웃고, 울라면 울고, 아프라면 아픈 인형일 뿐이었다. 은세가 할 수 있는 건 무력감을 느끼는 것과 아픈 것뿐이었다. 신이 없는 세계에서 그녀를 구한 건 서강후였다. 살기 위해선 이 남자를 잡아야 한다. 가장 안전하다 믿은 세계에서 배신당했건만 그녀는 여전히 혼자 설 수 없었다. 자신은 제 목숨을 내어 주고 누군가에게 보호받아야만 하는 존재였다. 강후와의 입맞춤으로 은세는 제 처지를 더욱 극명하게 받아들였다.
“백만 달러를 주지.” 외양은 조각상처럼 완벽하면서도 그 속엔 정제되지 않은 날것을 담고 있는 위험한 남자, 차기헌. 그는 승리하는 자였고 가지는 자였다. “물론 공짜는 아니야. 네가 일 년간 내 약혼녀 대리를 해 주는 조건이야. 약혼녀가 아니라 아내 대리겠군. 정확히 말하자면.” 이 남자의 곁에서 가짜 신부 노릇을 하면 제게 백만 달러가 생긴다. 위험한 남자의 달콤한 제안에 은하는 흔들렸다. “좋아요.” 그러나, 저 남자가 왜 내 방에 있는 거지? 은하의 시선이 짙은 남색 목욕 가운을 입은 남자에게 향했다. 금방 샤워를 한 그의 머리는 젖어 있었고 방만하게 벌어진 목욕 가운 앞섶으로 매끈하고 탄탄한 가슴 굴곡이 고스란히 보였다. ……그것도 저렇게 위험한 차림으로?
"이 집에서 귀신 놀음을 했다, 이거군."여울은 무당인 어머니의 명령으로 덕우재에 기도하러 가게 되고,그곳에서 신을 믿지 않는 남자, 한선호를 만난다.“너한테 이딴 짓을 의뢰한 사람을 말하지 않으면 이곳에서 한 걸음도 못 나간다는 뜻이야.”선호는 처음엔 굿의 배후를 찾기 위해 그녀를 집에 붙잡아 두지만,“그 무서운 신이 네 세상의 전부라는 거, 억울하지 않아?네가 아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보여 주면 네가 결심하는데 좀 더 도움이 되겠지.”순진한 여울이 사이비 종교와 강씨 일가에 이용당하는 것이라 생각해여울이 그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한다.“그럼, 이건 무슨 운명일까.”“네?”“너를 좋아하게 된 건 내가 스스로 바꾼 운명일까.아니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정해진 운명일까.”어느덧 제 마음이 동정이 아님을 알아차린 선호.한편 그는 자신을 거둬 준 나 회장을 위해,회사를 집어삼키려는 강씨 일가의 비리를 파헤치던 중16년 전 나 회장의 딸이 실종된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는데…
어린 시절 충격으로 말을 잃어버린 여인, 은설화.몸이 약한 어머니와 어린 남동생들을 위해 막대한 지참금을 준다는 집안으로 시집을 간다.병약한 서방님이 정양 중인 곳으로 찾아간 설화는 스스로를 귀신이라 칭하는 기묘한 분위기의 사내를 만난다.설화는 정황상 그 사내가 자신의 서방이라 철석같이 믿어 버리고 만다.설화의 진짜 서방은 대를 잇지 못하고 돌연사하였고, 설화의 시모가 대를 잇기 위해 설화를 속이고 대숲에 살고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귀신같은 사내에게서 후사를 보고자 꾸민 계략인 줄은 꿈에도 모른 채.그러나 그 마음은 연모가 되고, 귀 역시 순수한 설화에게 조금씩 마음을 연다.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진정한 부부가 되었으나 모진 운명은 설화에게서 귀를 빼앗아 간다.홀로 배 속의 아이를 지키며 근근이 살아가던 설화 앞엔 잔인한 재회만이 기다리고 있는데…“내 형님의 아이를 가졌느냐.”서늘한 눈길은 사방에서 치솟는 불길을 잠재울 듯했다. 가늘게 뜬 검측한 눈동자와 돌올하게 솟은 콧날, 심원한 음성의 주인인 사내는 존재만으로도 거석처럼 설화를 짓눌렀다. “혀, 형님이라니요.”설화가 부푼 배를 감쌌다. 완만하게 부푼 배 속에 품은 아이를 노려보듯 사내의 눈빛이 한층 맹렬하게 빛났다. 설화의 눈동자가 요동쳤다. 저를 무심하게 보는 사내의 눈빛이 제 심장을 짓밟는 기분이었다. 어째서 이토록 닮았단 말인가. 잔인할 정도로…저도 모르게 그리움에 찬 흐느낌이 새어 나올세라 설화는 입술을 사리물었다.
‘언니 심장 나 주면 안 돼?’ 태어나면서부터 심장이 약한 동생 가연에게 모든 것을 양보하며 살아온 나연. 동생도, 부모도 나연의 양보와 희생은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나연 스스로도. 나연의 아버지 사업이 힘들어진 어느 날 한 노신사가 그들 앞에 나타난다. ‘자네 조모의 존함이 혹 박 소자, 화자를 쓰는가.’ ‘내게 부족하긴 하나 제 밥벌이는 스스로 하는 손자 놈이 하나 있네. 어떤가. 자네 나와 사돈을 맺으면 어떻겠는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남자와 결혼하는 조건으로 거액의 투자금을 받게 된 상황. 가족들은 이번에도 나연의 희생이 당연하다. 결국 나연은 가족들에게 등 떠밀려 당사자를 만나게 되는데…….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거라고 약속하죠.’ 권태서, 그는 우아하지만 압도적으로 나연을 장악하고 나연은 그와 일 년간의 계약 결혼을 약속하고 만다. 그러나……. ‘나연 씨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고 했던 말 기억합니까.’ ‘…….’ ‘충고 하나 하자면, 그걸 남 앞에서 티 내지 말아요. 난 내 아내 될 사람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는 거 별로니까. 특히 가진 게 별로 없는 주제에 유일하게 갖고 있는 게 자격지심이라면 더 그렇고.’ ‘그런…….’ ‘그런 게 아니라면 내가 주는 것은 그냥 받아요. 호의든, 동정이든.’ 냉정한 듯 다정한 이 남자가 주는 것을 무조건 다 받아들여도 되는 걸까. 사랑이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도…….
때때로 백무영은 이해온의 불행을 바랐다. 너무 불행해서, 사는 게 너무 고단해서 다시 제게로 돌아오기를. 그러나 이렇게 다시 마주하게 될 줄은 예상치 못했다. “내 아이 돌려줘요.” 해온의 떨리는 목소리가 11월의 차가운 빗소리에 녹아들었다. “아이?” 미간을 찌푸린 무영의 시선이 저를 겨눈 칼끝에 무심히 닿았다. 아니, 정확히는 칼을 쥔 해온의 손목을 보고 있었다. 모기 한 마리도 죽이지 못할 것 같은 가느다란 손목의 희고 깨끗한 피부는 여전했다. 무영은 애써 묵은 기억을 떨치려는 듯 엄지손톱으로 짙은 눈썹을 느른히 문질렀다. “그, 그래요. 아이만 돌려주면… 돌아가겠어요.” 해온의 창백한 얼굴을 타고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본 무영은 싸늘히 창밖을 응시했다. 쏴아아- 장대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오늘 아침 기상예보에서는 이 비가 그치면 겨울이 온다고 했다. 그러나 이 비와 함께 무영을 찾아온 것은 5년 전 이혼한 아내였다. 그것도 불행이 물씬한 얼굴로. 그런데.... 아이라고?
“나잖아. 너희 집 담벼락에 목줄 묶였던 그 개자식.” 난 네가 불행했으면 좋겠어. 지독하게. 윤슬처럼 부서지는 웃음. 손 닿을 것 같은 행복. 그러나 제 것은 아닌 것들. 한태인이 행복할수록 제 불행은 선명해진다. 흰 종이 위에 쏟아진 잉크 얼룩처럼. 결코 지워지지 않을. 하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웃을 수 있을까. 윤치헌은 한태인의 행복을 경멸했다. 여자의 행복은 자신의 불행을 반추한다. 그녀가 반짝반짝 빛날수록 자신은 더욱 참혹한 어둠으로 가라앉는다. 그래서 그녀가 가진 것들을 부숴버리고 싶다. 그녀의 추락을 보고 싶다. 그녀의 행복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너도 얼마든지 나처럼 불행해질 수 있다는 걸 가르쳐 주고 싶다. 그날이 오면 태인을 내려다보며 말하고 싶었다. 제 이름 석 자를. 애정 어린 증오를 담아.
“아직도 나랑 해 뜰 때까지 있고 싶어요? 그런데 어쩌죠. 해 뜰 때까지 잠은 못 잘 텐데.” 친딸을 잃은 은애에게 입양된 이서. 은애의 과잉 보호 속에서 ‘대체재’로 살아온 그녀는 강호 그룹 사장과의 정략 결혼을 앞두고 일탈을 꿈꾼다. “뭘 하고 싶어요? 이서 씨가 하고 싶은 거 합시다.” 그날 밤 만난 류태오라는 남자는 이서에게 가장 짜릿하고 매혹적인 일탈을 선사한다. 모든 것은 하룻밤으로 끝나야 했다. 그러나…. “강호 그룹 경호팀장, 류태오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190cm는 너끈히 돼 보이는 키에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 수려한 외모, 언행에 녹아 있는 절도와 예의. 남자를 다시 만난 순간 이서는 숨이 턱 막혔다. 아니, 경악했다. “다 알고 접근한 거예요? 나랑 결혼할 사람이 당신을 고용해서 시킨 건가요?” “먼저 유혹한 건 내가 아니라 아가씨입니다.” 그의 말이 맞았다. 처음 본 순간부터였으니까. 이 남자에게 반한 것은. 그러나 아름다운 얼굴 뒤에 비밀을 숨긴 이 남자를 사랑해도 되는 걸까.
“살인 미수로 도망치고 생각해 낸 게 고작 기억 상실증이라니. 식상해서 원.” 지방의 어느 작은 시골 마을에서 일상을 보내던 은조의 평화는 한 남자의 등장으로 깨지고 만다. 수려한 이목구비와는 별개로 마르고 건조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 태하경. “당신은 대체 누구죠?” 남자의 검은 눈동자가 은조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잃어버린 기억 속 과거의 ‘백은조’를 알고 있으며, 죽은 아이의 아빠였다는 남자. 그리고…… “네가 죽이려다 실패한, 네 남편.” * * * 백은조가 자신을 죽이려 했어도 하경은 개의치 않았다. 그의 곁에 있어야 마땅한 존재. 되찾아야만 하는 내 것. 그의 목숨을 빼앗으려 하고, 기억을 잃었어도 “난 네가 원하는 방식대로 게임에 응하고 있을 뿐인데.” “게임…이라고요?” “숨바꼭질 중이잖아. 너.” 그의 손끝에 모든 비밀을 쥐여 줄 듯 말 듯 해도 “하지만 매번 내게 들키고.” 그녀를 놓아줄 생각 같은 건 없었다. 백은조는 태하경의 여자였으니까.
어린 시절 충격으로 말을 잃어버린 여인, 은설화.몸이 약한 어머니와 어린 남동생들을 위해 막대한 지참금을 준다는 집안으로 시집을 간다.병약한 서방님이 정양 중인 곳으로 찾아간 설화는 스스로를 귀신이라 칭하는 기묘한 분위기의 사내를 만난다.설화는 정황상 그 사내가 자신의 서방이라 철석같이 믿어 버리고 만다.설화의 진짜 서방은 대를 잇지 못하고 돌연사하였고, 설화의 시모가 대를 잇기 위해 설화를 속이고 대숲에 살고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귀신같은 사내에게서 후사를 보고자 꾸민 계략인 줄은 꿈에도 모른 채.그러나 그 마음은 연모가 되고, 귀 역시 순수한 설화에게 조금씩 마음을 연다.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진정한 부부가 되었으나 모진 운명은 설화에게서 귀를 빼앗아 간다.홀로 배 속의 아이를 지키며 근근이 살아가던 설화 앞엔 잔인한 재회만이 기다리고 있는데…“내 형님의 아이를 가졌느냐.”서늘한 눈길은 사방에서 치솟는 불길을 잠재울 듯했다. 가늘게 뜬 검측한 눈동자와 돌올하게 솟은 콧날, 심원한 음성의 주인인 사내는 존재만으로도 거석처럼 설화를 짓눌렀다. “혀, 형님이라니요.”설화가 부푼 배를 감쌌다. 완만하게 부푼 배 속에 품은 아이를 노려보듯 사내의 눈빛이 한층 맹렬하게 빛났다. 설화의 눈동자가 요동쳤다. 저를 무심하게 보는 사내의 눈빛이 제 심장을 짓밟는 기분이었다. 어째서 이토록 닮았단 말인가. 잔인할 정도로…저도 모르게 그리움에 찬 흐느낌이 새어 나올세라 설화는 입술을 사리물었다.
[나…… 엄마 됐나 봐.] 소속사 대표이자 어머니, 백장미의 지옥 같은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배우 신해음은 ‘임신’이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사실 아이도 남자도 없지만.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자유를 얻기만 하면 되니까. “아이 아버지는 접니다.” 하지만 어째서…… 그게 우신후의 아이가 됐냐고! “이번에도 사고만 치면 끝입니까? 뒷감당도 생각하셨어야지.” 단정한 슈트. 침착한 표정. 위험에 처한 공주를 구하러 오는 기사치고는 냉담한 눈빛. “일 년만 내 아내로, 그 아이의 아빠로 내가 살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럼 난 신해음 씨가 원하는 걸 주죠. 그게 뭐든.” 결국 그녀의 유일한 탈출구가 되어 버린 우신후와의 계약 결혼. 처음엔 자신 있었다. 연기라면 누구보다 잘 할 자신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키스해 볼까요?” “몰입을 위해서 진짜 사랑에 빠진 남자 연기를 해 주면 되나.” 모두 연극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 자꾸만 흔들리는 거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