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보스 미켈란 파사에게 어린 시절 생일 선물로 주어졌던 인간형 안드로이드, 글렌시아. 그에게 있어 글렌시아는 병기가 아니라 ‘여자’였다. “내게... 사랑한다고 말해줄 수 있어?” “사랑합니다?” “아니, 그게 아니야.” 글렌시아가 주는 황홀감은 그 어떤 인간의 것보다 훌륭한데, 왜 그녀는 인간이 아닌 걸까. 고심 끝에 준비한 감정 패치 키트. ‘비록 사람을 흉내내는 것뿐이라 해도...’ “감정을 배우면 뭐가 좋은 거죠? 애착심은 뭔가요?” “내가 널 보면서 느끼는 감정.” 글렌시아가 사랑을 배워가는 도중, 적대세력 칼로스의 테러가 이어지고... 미켈란은 귀를 찌르는 파열음 사이에서 생각한다. ‘내 것이 아닌 글렌시아는 상상할 수 없어!’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안드로이드와 그런 기계를 사랑하는 인간. 과연 그녀도 같은 마음이 될 수 있을까?
소행성 호요. 월하족에는 해묵은 예언이 내려온다. - 그는 영웅이 되리라. 모두가 빛나는 생명을 받을 것이다. 예언의 아이 신호윤은 운명을 ‘선택’할 수 없었다. 세상을 구원하는 것만이 생의 목적이자 모든 의미. 그렇기에 모든 감정을 죽이고 살았다. 붉은 달 아래 떠오르는 괴물을 먹고 자랐다. 그러나, 윤이정을 만났다. 그곳에는 아름다운 축복이 있었다. *** 호윤은 자신의 감정을 잘 몰랐다. “나한테만은 솔직해도 돼요.” 호윤은 그런 이정의 말에 조심스럽게 뭔가를 털어놓는다. “나는 숨기는 게 없어.”라고. 이정은 온화하게 웃었다. 호윤에게 늘 배우기만 했는데 지금은 순수한 아이를 가르치는 느낌이 들어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 사람에게서 마음을 얻는다면 세상의 그 무엇보다 더욱 값질 것이란 확신이 든다. 그리고 그에 도전하는 이가 저 혼자뿐이라는 사실이 뿌듯했다. “말하지 않는 것도 숨기는 거예요. 저에겐 다 말해 주세요.” “왜?” “그렇게 하는 게 더 편해질 때가 올 거예요. 가슴 속에 묻어둔 불이 가슴을 공격하기 시작할 때, 잠재우기 위한 힘이 필요할 때, 답답함이 사무쳐 말하지 않고서는 버티지 못할 것 같을 때.” 호윤은 입을 다물고 그저 이정을 직시한다. 윤이정이라는 청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든 걸 알 수 없지만 자신을 생각해 준다는 것만은 알겠다. 마음이 열려 간다는 것이 어떤 건지 경험해 본 적은 없으나, 지금이 그러하리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