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선
김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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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 향기 날아서

백치 같은 여자 유리 같은 여자 그래서 파괴하고 싶은 여자 그러나 절대로 깨트리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여자 바람둥이 같은 남자, 범생이 같은 남자 그래서 더 멋지고 차가워 보이는 그 남자 -...

너 있는 세상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 주려던 환생은 슬픔에 겨워 불가마 앞을 지키고 있었다. 한잔 먹은 술 탓인가. 스르르  두 눈이 감기는데. 어디선가 들리는 애타는 소리에 상황을 따져볼 새도 없이 뛰어든 불가마에서 친구와 바뀌고 봉안당에서 만난 수줍은 영혼 지수와 천신만고 끝에 환생하지만, 여전히 아내 옆에는 또 다른 자신이 버젓이 동거하는데.

노숙 견의 목탁 소리

<노숙 견의 목탁 소리> 그의 발에 밟힌 잔돌이 낙엽과 함께 굴러 내린다. 그의 몸이 잠시 움찔하는 듯 아래를 내려다보더니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안간힘을 쓰며 조심스럽게 소나무로 다가간 그가 이젠 소나무 위로 오르려 하고 있다. 곡예를 하듯 가는 가지 끝에 앉아 있는 청설모를 잡겠다고 나무 위로 오르는 그의 뒤로 파란 하늘이 아찔하게 높다. 마냥 즐겁기만 하던 새봄이 어느새 숨을 죽이고 그를 올려다본다. 그런대로 순조롭게 나무 위로 올라간 그를 청설모가 눈치채고 좀 더 가는 가지 끝으로 몸을 옮겼다. 한 발씩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 그를 마음 졸이며 쳐다보자니 손과 발에 진땀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