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라면, 깨지 않기를. 죽음이라면, 어서 오기를. - “이름이 뭐야?” “산. 산이라고 부르면 되겠다.” 어릴 적, 할머니를 따라 오른 산에서 길을 잃고 신비로운 소년을 만난 해연. 그 아이에게 업혀서 비를 피한 그녀는 소년과 많은 이야기를 하며 밤을 보내고, 깜빡 잠들었다 할아버지의 묘 앞에서 홀로 눈을 뜬다. ‘산아. 죽으러 오는 짐승을 못 본 체할 수 없다고 했잖아.’ 그 후 시간이 지나 어느덧 성인이 된 해연. 죽을 결심을 한 순간, 잠깐의 꿈 같았던 기묘한 그 밤의 기억이 떠오른 그녀는 고향 산에 오른다. 그리고 어릴 적 만난 첫사랑 소년을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간 그곳에서, 성인이 된 그 신비로운 존재와 재회하는데……. “잠들면 네가 사라진다는 것, 알고 있어.” “오늘 밤은 길겠네.”
살기가 죽기보다 고달픈 전교 2등이자 2학년 7반 반장, 정이재. 학교의 인기남 서온을 ‘유사’ 짝사랑하기로 마음 먹는다. 왜 ‘유사’냐 하면, 실은 그게 가짜 마음이기 때문. 사는 낙을 즐기는 데엔, 짝사랑만한 책임없는 쾌락이 없으니까.서온이란 이재에게, 녹는 동안만큼은 기분이 좋아지는 초콜릿 같은 것.다친 상처를 치료하진 못해도 잠깐 덮어 놓을 수는 있는 대일 밴드 같은 것. 그 아쉬울 것 없는 완벽한 낯짝이, 자꾸만 하릴없이 이재를 향해 있다. 사사건건 부대끼질 않나. 치근거리질 않나. 사람 헷갈리게 만드는 플러팅은 덤. 급기야, 밑도 끝도 없는 고백을 해온다.“우리 사귈래?”절대 사양이다. 나 필요할 때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려고 이 짓을 하는 건데?뒤늦게 발을 빼보려고 하지만 상황이, 마음이, 그리고 서온이 호락호락하지 않다.“정 누굴 좋아하고 싶으면, 정이재. 나를 좋아해야지.”이대로는 짝사랑이 위험하다. 사는 맛 좀 즐겨보려다가, 죽을 맛이 되어버렸다. 그냥, 나만 조용히 혼자 좋아하면 안 될까.#현대물 #학원물 #첫사랑 #성장물 #다정남 #상처남 #뇌섹남 #직진남 #상처녀 #짝사랑녀 #뇌섹녀 #냉정녀
교통계에 근무하는 진도견 경위의 하루 일과는 단조롭다. 신호 위반 단속. 불법 주정차 경고장 부착. 러시아워의 교통길 통제, 스쿨존 단속 등. 무료하게 살아가던 그에게 강력반에서 요상한 지원 요청이 들어온다. 손님인 척 가장해, 지명 수배 중인 깡패의 애인인 타투숍 주인을 염탐해 달라는 것. “타투는 한번 새기면 지우기 힘들어요.” 분명 문신까지 할 작정은 아니었는데, 정신 차려 보니 몸뚱이에 개가 그려져 있다. 이게 다 윤서해, 그 여자가 부리는 묘한 술수 때문. “……또 하시게요?” “왜요, 안 됩니까.” 깜깜한 눈동자, 앙다문 입술, 바늘을 쥔 손끝. 그 서늘한 손끝이 닿을 때마다 열이 번진다. 품위 유지를 해야 하는 몸뚱이 위에 자꾸만 타투가 늘어간다. “솔직하게 말해 봐요. 타투숍엔 왜 자꾸 오는지.” “저기, 윤서해 씨.” “예쁜 몸, 쓸데없이 도화지 만들지도 말구요.” 머릿속에서 빨간 신호가 요란하게 점멸한다. 반드시 멈췄다 가라는 그 경고등을 무시하고 직진한다. “다른 놈이랑 나눠 쓰는 거 싫습니다.” “……네?” “나 만나는 동안은 나만 만나요.” 전방에서 어떤 사고가 터질지 예측하지 못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