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조합을 위해 국혼을 하게 된 카렌타 공화국과 렌티아 왕국. 카렌타 대통령의 영식인 빌체르는 조용한 여자면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다는 제안을 한다. 그 결과, 렌티아 왕의 먼 외척 조카에 말을 하지 못하는 이브 헤스티아가 빌체르의 국혼 상대로 정해진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결혼식 날, 처음 만난 이브의 생각이 빌체르에겐 들린다? “헤스티아 양…… 다시 한 번 묻겠는데…… 벙어리 맞습니까?” ‘맞아요…….’ “……그럼 어떻게 당신의 목소리가 제게 들리죠?” ‘그걸 알면 제가 이러고 있겠어요?’ 쉬는 것과 조용한 것을 사랑하는 빌체르. 유적을 사랑하는 꿈 많은 여인 이브. 이 두 사람의 ‘말 못할’ 결혼 생활이 시작된다!
“아즈웰.”남자는 죽기 전 그렇게 말했다.비슈아드력 1759년 10월 1일, 낮 2시.한 남자가 단두대 아래서 과거의 영광을 버린 채, 허무하고 고요한 죽음을 맞이했다.그가 왜 그런 죄를 짓게 된 건지는 그에게 사형을 내린 왕도, 또 그의 죽음을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 수 있었다.마지막 순간, 남자가 웃고 있었다는 것을.그의 금빛 눈동자만큼은 죽지 않았음을.연인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현재를 버린 여자.연인의 과거를 위해 자신의 미래를 버린 남자.“라헬, 난 괜찮아. 그니까, 너도 괜찮아야 해. 알겠지?”두 사람의 우연한 만남은 서로의 운명을 강하게 흔들었다.* * *“아즈웰, 저와 결혼합시다. 이젠 그 무엇도 우리 앞을 막지 못해요!”라헬이 그 어느 때보다 의욕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아즈웰은 어이가 없어졌다. 왜 항상 모든 일의 끝이 고백인 걸까?“……거절할게.”단호하게 거절을 내비치자 라헬이 금세 어깨를 늘어트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이걸로 스물한 번째 거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