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 밝던 밤, 엄마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한 사람이면 돼. 기억에 남을 딱 한 사람만 깊게 사랑해, 모아야.” 홀로 남는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실감하기도 전. 열일곱의 모아는 그를 만났다. “달은 언제나 차올랐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잖아. 이 마음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가득 차오를 거야.” 이마를 물들이던 따스한 감각과 마음 놓아 울게 해 주던 넓은 품. 다시 찾아온 봄부터 우연한 재회까지. 칠판에 자신의 이름을‘윤재범’이라고 하얗게 적은 그는 교탁 앞에 선 채 수학 교과서를 흔들어 보였다. “다들 책 펴.” 아이와 어른의 경계, 교사와 남자의 역할. 소녀에서 여자가 되어 가는 시간. “선생님, 사랑해요.” 어둡기만 하던 그들의 밤에 밝은 달 하나가 조심스레 떠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