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아름다움,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특별함을 찾아 생소한 섬까지 찾아 들어간 사진작가 손태혁 . 생전 처음 들어보는 "꼬마 고래도"에서 만난 독특한 그녀 민들레는, 다른 마을 사람들과는 다르게 유난히 자신을 경계하고 차갑게 대하는데..이상하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고, 자꾸만 생각이 나는게 뭔가 홀려도 단단히 홀린 게 분명하다. 사실, 스스로 자유로운 영혼이라 말하며 사진을 핑계로 이리 저리 떠돌아 다니지만, 그가 진짜 찾고 있는 건 따로 있었다. 15년 전, 자신과 닮아 보여 마음이 갔던 아이. 한 달을 매일같이 함께 보낸 아이. 자신을 구해 주고 대신 다친 아이. 널 꼭 다시 만나러 오겠다고, 어디로 가면 꼭 연락을 해 달라고, 어디든 찾아가겠다고, 그렇게 손가락까지 걸고 약속을 했다. 하지만 그 후로 송이에게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5년 후 송이를 만나러 무작정 다시 찾아갔을 때 송이의 행방을 아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백송이. 마을 사람들은 그 아이의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그 애비가 송이를 어떻게 한 건 분명햐~ 그 착하고 가여운 것을 어떻게 했을까이" "송이가 친 자식이 아니잖여~ 지 엄마 죽은 날 송이가 사라지고 경찰이 애비 붙들고 조사하고 난리도 아니었는디 결국 그 다음 달에 술 진탕 마시고 여 앞 바다에 빠져 죽었지..” 송이는 어딘가에서 분명히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약속했으니까. 꼭 다시 만나러 오겠다고.
니가 사라진 지 10년. 그동안 나도 많이 변했어. 어릴적 세상 물정 모르던 귀여운 또라이는 어디가고 생활에 쪼달려도 보고, 남자에게 배신도 당해 보고, 혹독한 사회 생활 중에 갑질도 당해보면서.. 한없이 순진하고 자유로웠던 나의 모습은 자취를 감춘 채 겁많은 33살 평범한 어른이 되어버렸어. 그런데 10년 만에 안진호가 아니라 안서후가 되어 나타난 너는, 그렇게 말없이 사라졌다 또 예고없이 나타난 너는, 왜 그렇게 슬픈 눈을 하고 날 쳐다보고 있는데... 유난히 말수가 적고, 조용한 걸 좋아했던 진호가 어느 날 덤덤히 말했다 "귀똘.. 내가 20살 되면 소원 하나 들어줘" 초등학생 이후로 단 한번도 누나라 부르지 않았던 진호는, 20살이 되고 어느 날 또 다시 물어왔다 "내 소원 들어줄거지?" "귀엽네 안진호 기억력은 겁나 좋고" "좋아해" "뭐?" "기다려줘" "뭘" "입대해 나" "...." "대답" "전역하고 얘기해" "그땐 받아줄거야?" "...." "받아 줄거지?" "내 편지에 답장 잘 하면 생각해보고" 유난히 불편하고 답답했던 원인이 진호에게 있었음을 라임은 그 날 확실히 깨닫고 말았다. '내 마음이 이랬던 거였구나.. 그래서 불편했던 거였구나..동생이 아니라 남자였구나... 언제부터였을까?' 진호가 입대하고 10일 후, 세훈씨가 돌아가셨다. 유일한 상주였던 진호가 청원휴가를 나왔고, 며칠 후 복귀한 진호에게선 그 후로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전역일이 지났지만, 진호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