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화원 밀담> 넓디넓은 황궁의 가장 비밀스러운 밀실 어화원(御花园). 오직 여제(女帝)에게만 허락된 그곳에서 은밀한 밀회를 하듯 포개어지는 두 사람의 목소리. “저는 지독한 탐미주의자라 하지 않았습니까. 이리 가까이 꽃을 보고 있으니 시간이 멈춰버리면 좋을 성싶습니다.” 어지러운 시국 불청객처럼 나타난, 몰락한 귀족 서해준. 그의 애절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 “실성을 한 것이로구나.” 잔악하기로 소문난, 율국의 아름다운 꽃 여황제 도운. 선황제를 몰아낸 그녀는 적이 준비한 비수일지도 모를 그를 경계해야만 했다. 하지만, 심해와도 같은 그의 시선이 오늘도 그녀를 헤집어놓는데……. “잠시라도 좋으니 모든 걸 놓고 무너지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