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 심청 (상)> 비나이다, 비나이다. 부처님께 비나이다. 몽운사 화주승이 우리 절의 부처님이 영검하시어 빌어서 아니 이루어지는 일이 없다 하여, 심청이 부친 무자생 심자 학자 규자가 공양미 삼백 석을 지성으로 시주하면 눈을 떠서 성한 사람 된다 하옵길래 이렇게 소녀 몸을 팔아 공양미 삼백 석을 지성으로 부처님전에 공양하였습니다. 소녀 심청이의 정성과 공양미 삼백 석을 부처님께서 흠향[歆饗:신명(神明)이 제물을 받음]하신 걸로 알고 이 한 몸 어버이를 위하여, 부친 눈뜨게 하오려고 이 물로 뛰어내리옵니다. 소녀 죽어 황천에 가서, 소녀가 부처님 뵈올 적에 우러러보게 해 주시고, 부처님께서 소녀를 보올 적에 떳떳이 당당하게 보아 주셔야 하옵니다. 이팔청춘 내맡기고 죽는 소녀 심정 헤아리시어 부처님 뵈옵는 날 소녀 부친 광명 천지 보시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아니하오니 소녀 죽어서나마 소원 이루게 하옵소서. 효녀의 심볼로 오랜 세월 각인된 그 이름, 심청. 오랜 세월을 격하고 2012년 현재, 다시 눈을 뜬다. 장편 소설 2권이라는 엄청난 분량으로 알차게 재해석 된 우리의 고전 ‘심청전’ 그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야기 속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왕후 심청]은 원전의 줄기를 그대로 유지하며 박세정 저자 고유의 상상력을 통해 세부적인 내용을 덧붙인 것이 특징으로 탄탄하고 흡입력있는 내용전개가 일품인 소설이다. 박세정 저자 특유의 작법은 익히 알고 있다 생각되던 ‘심청’의 내용을 전혀 새로운 것을 접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고전의 형식을 그대로 고수하면서 케릭터에 고유의 성격과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련의 작업은 작품을 한 차원 발전시켜 마치 한 편의 사극 드라마를 보는 듯한 흥미진진함과 재미를 안겨준다. 실제 대화를 하듯, 변사가 진행하듯 능수능란하게 이어지는 내용들을 보노라면 시간을 잊게 될 지경이다. 판소리와 가곡, 민담설화로 원저자가 분명치 않는 작품인 심청은 이번 작업을 통해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더욱 보충되고 보다 풍성해졌다. 그저 신화의 선녀나 공주 이야기처럼 멀게만 느껴졌던 ‘심청’을 한 명의 인간으로 바로 곁에서 숨쉬는 듯 생동감 있게 탈바꿈한 것이다. 시인 출신의 박세정 저자는 고전연구가로 활동하며, 심청전을 비롯한 한국의 고전과 민담, 민간설화에 걸친 폭넓은 연구를 해왔으며, 최근 10여 년 동안은 ‘심청전’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정리하여 재탄생시키는 일에 매진해왔다. 이 작품 [슬프도록 아름다운 황후 심청]은 본래 심청전 판소리 극을 쓸 예정이었던 작업이 내용이 덧붙고 상호 연결되어 길게 이어지면서 방향을 달리하여 완성된 작품으로, ‘새로운 심청’을 제시하는 한편 고전의 이후 이야기까지 설득적으로 이어지고 있어 지금껏 없었던 ‘심청전’을 빚어냈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황후 심청은 동양 철학과 유교, 지리·역사적 배경을 모두 수렴한 끝에 씌여진 철저한 연구 결과물이다. 또한 이는 한반도 역사상 28번째로 기록되는 심청전으로 역사에 남을 문헌이기도 하다. 시대의 세월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았던 한 여성의 기구한 삶과 그 아름다운 효심을 다시 살펴볼 때가 되었다. 고전에서 현실로 발돋움한 새로운 심청이 노래하는 환상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