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멍청한 여자가 또 있을까. 첫사랑과 결혼했다. 그와 함께 할 미래는 분명 장밋빛 꽃물로 아득했어야 했다. 머릿속에서 수십번이고 그려보았던 아름다운 빛깔의 미래.그와의 첫날밤. 나는 알았다. 그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 돌아갈 길은 없었다. 꽃물대신 가슴의 상처로 온통 핏물이 들어버린 삶 속에서, 그저 순응하며 살았다. 돌아가려 한데도 길을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유혹의 손길은 생각지도 못했던 이에게서 뻗어 나왔다. 잡아서도 안될 선악과를 베어 물었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환희와 쾌락이 온 몸을 완전히 지배했다. 그는 나를 더욱 깊은 파멸의 수렁으로 내몰 악마, 혹은 내 인생을 구원해줄 단 한명의 천사였다. --“우리 와이프. 재미없다고.”성운은 꽉 쥐어진 주먹에 서서히 힘을 풀기위해 상당한 이성이 필요했다. 물 한컵을 단숨에 마시고 심호흡을 하고, 정신을 가다듬는다. 내색하지 않고 평정을 되찾은 뒤 담담하게 형을 마주보았다. “그럼 살지마. 해주랑.”[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