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 “참……희한하신 분입니다. 뭐가 그리도 저에 대해 궁금하신 것이 많으신 것입니까. 그저 한양에 살고 있는 수많은 유생들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아니, 저의 어머니와 오라버니를 위해……, 수많은 유생들 중의 하나이어야만 합니다. 그러니 저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아시려 하지 마십시오. 그래봐야, 마음만 아프니 말입니다.” 김형찬 영감의 보살핌을 받으며 수영은 자신의 옛 이름을 버리고 병조판서 대감의 죽은 막내아들 이름인 이수영이란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삼았다. -본문 중에서- 은은히 비춰주는 달빛 아래 자신을 바라보며 환히 웃는 이름 모를 선비의 모습을 보게 된 준혁은 자신도 모르게 잠시 숨 쉬는 것을 잊은 채 난간에서 있는 선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참 아름다운 사내의 얼굴이었다. 망건 아래 보이는 하얀 이마에, 가지런히 정리된 눈썹. 그리고 그 밑으로 사슴의 순한 눈동자를 떠올리게 하는 초롱초롱한 눈동자 그리고 얇고 붉은 입술이 준혁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처음 본 선비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였던 준혁은, 자신의 심장이 자신도 모르게 뛰고 있음을 느끼었다. 그 순간 이름 모를 선비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시고, 살짝 자신의 눈빛을 피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제야 준혁은 자신이 처음 보는 선비의 얼굴을 너무 빤히 바라보고 있었음을 알아차리곤 서둘러 자신의 정신을 챙기며 말을 이었다. “아……그러셨군요, ……잠시만 기다리시지요.” 수영에게 그리 말을 한 준혁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기방의 김 집사에게 차분히 말을 건네었다. “자네, 가서 청은 부원군 대감댁 이 집사를 이곳으로 불러오시게. 부원군 대감께서 오셨으면 응당 집사로 따라 왔을 터이니 말일세.” “그리 하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자신의 기방 손님에 대한 일을 준혁이 해결해 준다고 하자, 기방 집사는 내심 잘됐다 생각을 하면서도 미안한 기색을 띠우며 준혁에게 말을 하였다. “어차피 그 친구를 데려가려면 사람이 필요한데, 기방에서는 사람을 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는가. 그러니 청은 부원군대감의 집사라면 우리를 도와줄 것이라네.” “아……알겠습니다요……나리.” 결국 준혁의 말에 김 집사는 서둘러 안쪽 기방으로 발걸음 하여 청은 부원군 대감의 집사를 찾으러 갔다. 그리 김 집사가 사라지자, 수영은 고맙다는 표시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제 친우의 일이기에 나선 것뿐이니 너무 괘념치 마십시오. 그건 그렇고……혹……, 그대가 월하 도령입니까?” 처음 보는 선비로부터 자신에 관한 질문을 받은 수영은 살짝 놀란 눈으로, 준혁을 내려다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