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등을 돌린 도준은 성욕을 잃고(?) 방황하던 중 그녀를 만난다.친구의 여동생이자 질풍노도 사춘기 소녀 은서. 왜 이토록 눈에 밟히는 것일까.왜 너를 보며 가슴이 뛰는 걸까.숨쉬기 귀찮은 남자와 숨쉬기도 힘든 여자의 이야기.-본문 중에서-그의 시야에 팔인지 다리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 가느다란 것이 보였다.“네가…….”도준이 눈을 비비며 상체를 일으켰다. 곁에 있는 사람을 살뜰히 챙기는 은율이 동생 밥을 굶겼을 리는 없고. 눈앞에 보이는 작고 비썩 마른 몸은 아프리카 기아 체험이라도 했나 싶을 정도로 안쓰러웠다.“고등학교 동창? 그 양아치?”“양, 뭐?”잠이 확 달아났다. 양아치? 양치기겠지.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은율을 닮아 유난히 크고 선한 눈동자를 한 아이가 그런 무식한 단어를 막 뱉을 리가 없었다.“양아치.”“은율이가 그래?”“10년 넘은 친구라면서 오빠 성격을 그렇게 몰라요? 오빠가 나한테 친구 욕을 했을까 봐? 왕년에 행적들을 들어 보니 딱 양아치더구만.”한 대 툭 치면 쓰러질 것처럼 생겨서는 이미 언어 폭행으로 선방을 날린 은서는 팔짱을 끼고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잠시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한 명은 경계의 눈빛으로. 한 명은 말문이 막힌 채로.[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