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여인> “사나운 호랑이 새끼들 같으니라고…… 여자만 보면 환장하는 게 인간 사내들 본능이 저놈들을 쏘옥 빼다 닮았어. 무리도 아니지. 일족의 여자들이 씨가 마르고 있으니.” 속을 박박 긁는 소리만 하던 노파가 눈이 어느새 뒤집어진 채로 몸을 부르르 떨며 도저히 여자의 목소리로 볼 수 없는 깊고도 걸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음으로 가득 찬 여인을 찾아라.” 비명을 질러대며 노파는 눈깔이 더 깊이 뒤집어졌다. 흰자위만 가득 차며 입가에 피를 머금었다. “그는 양으로 가득한 남자야. 음의 여인인 달의 여인을 만나야 해.” “오오.” 곧 죽을 것 같은 노파의 말에 주위에서는 숨을 죽이면서도 호들갑을 떨어댔다. 하지만 이내 노파가 인상을 주욱 쓰며 말을 이어 가자, 침묵이 생겨났다. “하나….” “하나, 뭡니까?” 그 노파만큼이나 머리가 하얀 남자가 주위를 조용히 시키며 노파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이번이 네 번째지?” “…….” “앞의 여인이 셋씩이나 죽어 버렸네? 그런데 어쩌나 네 번째 당신의 일족의 여자 또한 죽을 거야.” 얼굴에 가득히 주름이 팬 노파는 즐겁다는 듯이 웃어댔다. 마치 지옥의 저승사자와 같이… “그놈이 불의 기운이 너무 세. 속이 시커먼 호랑이 새끼 아니랄까봐. 낄낄.” “우리는 호족이네. 그분은 우리의 수장일세. 말을 삼가게.” 하얀 일족의 장로는 노파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당신의 그 잘난 수장이 서른이 되기 전에….” “전에 무엔가?” “달의 여인을 품지 못하면 죽을 운명이야.” “…….” 비꼬는 노파의 말에 주위에 모여 있는 일족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그런 그들을 노려보며 노파는 쐐기를 박았다. “당신들의 수장이 죽으면 일족들도 멸망을 당하겠지. 낄낄.” “그 달의 여인은 어디를 가면 만날 수 있는 겐가?” 노파는 하늘을 바라보다 달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달의 색이 하얗게 어느 순간에는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달이 언제나 똑같아 보이지만 그렇지 않아. 달은 변덕쟁이처럼 항상 변해. 이제 곧 달도 행동에 들어갈 거야. 자신들의 시대를 위해.” 인간 여자를 가슴에 품었습니다. 저는 그 여자를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이 양으로는 100일을 버틸 수 없어. 꼭 행복하길 바라. 난 하늘의 태양을 원하지 않는데, 굳이 하나를 택한다면 그녀를 닮은 달을 택하겠어. ** 화인의 눈을 들여다 보았다.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달님은 그에게 안겼다. 그의 목소리가 은밀하게 안으로 들려왔다. “오늘밤, 너를 안아도 될까?” “.....” 달님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나도, 나도 당신을 너무나 원해요.” 그의 손이 그녀의 윗옷으로 파고드는 것이 느껴졌다. 가슴언저리를 조심스럽게 만지는 탈 듯한 손이 느껴졌다. 달님은 조용히 그의 손을 붙잡았다. “하지만 끄, 끝까지는 안돼요.” 그가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여기 왔었다는 흔적은 남겨서는 안되거든요.” “세상에 알 수 없는 흔적이 몇가지가 있지” 화인이 말을 이어나갔다. “배가 물위로 다니는 흔적, 독수리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흔적. 그리고 남녀가 함께 한 흔적.” 화인의 말이 너무나 그럴 듯 해서 달님은 그의 목젖 아래서 조용히 웃었다. “하지만 안돼요. 그녀와 약속했거든요.” “.....” 그가 바라봤다. “그래. 그럼 만지게는 해줘.” 달님은 대답대신 웃었다. ‘그렇게라도 안해주면 내가 먼저 당신을 말려죽일거야. 후후후.’ ** 그대의 기억이 없어지고 지워져도 내겐 그대 뿐이다. 그대에게 보였던 행동들, 나의 말들, 웃음들은 거짓이 아니다. 그대가 내 심장에 칼을 꽂을지라도 그대에 대한 나의 사랑은 변치 않는다. 시시때때로 사랑이 변한다지만 그대를 사랑한다. 그대의 눈이 나는 아니라는 빛을 낼 때, 그대의 눈속에서 나에 대한 조그만 사랑을 찾았고, 그대의 입이 나는 아니라고 할 때, 그 입술 끝에서 떨리는 그대의 기운을 느꼈다. 그대가 없으면 나는 죽는다. 내 심장을 내어주어서라도 너를 찾고 싶다. 니 안에 있는 나를 원하는 그대의 마음을. 나는 그대를 나보다 더 은애한다. 은애한다. 달님. 은애한다. 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