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이 엄마로만 살 수 있습니까?”단 한 번도 그에게서 여자로의 사랑을 갈구한 적이 없음에도 나는 이내 슬퍼진다.“법적으로 엄마가 되어서 샛별이 방어막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필요합니다, 저는.”처음 만난 날, 잠자리 파트너를 제안한 남자에게, 가족과의 식사 자리 이후 두 번째 만남에서 자기 자식의 엄마로만 살아 달라고 종용하는 남자에게, 과연 나는 무엇을 기대하고 애원할 수 있을까.*“늘 샛별이한테 잘해줘서 고마워요.”“아니에요. 사랑스러워요, 샛별이.”“나는요?”“그게 왜… 갑자기 궁금하세요?”“아리 씨가 궁금해졌으니까요.”애써 마음을 꾹꾹 닫아두고 있는 나에게 어느 순간 저돌적으로 다가오는 당신에게 다가가도 될까요.
가진 게 없어 포기마저도 빨랐던 여자, 유소희.그래서 하나뿐인 사랑마저도 포기하고 체념하며 살았다.이런 그녀 앞에 7년 만에 그 사랑이 불현듯 나타났다.여전한 모습과 변함없는 따스함으로 그녀의 삶을 파고드는 남자를 위해 그녀는 마지막 킹 메이커가 되려 한다.“제가 그 옛날 분명히 말씀드린 거 기억하십니까? 오빠, 동생으로 살자고. 이제 그거마저도 못하게 된 겁니다, 후보님 때문에….”마음과는 반대로 말이 나갔다.모든 게 네 탓이라고.좋은 오누이 사이마저도, 표면적으로 만날 수 있는 이유마저도 망가뜨린 장본인이 바로 너라고.그를 탓했다.그렇게라도 만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까. 서로의 주변을 끝까지 맴돌면서….모든 것을 가져놓고 또 다른 것을 얻기 위해 손을 뻗는 남자, 차석진.정치계의 유명인사이자 여당 대표인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 그리고 명성그룹 외동딸인 약혼녀 서지혜.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게 없어 보이지만, 여전히 그에게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다.바로 함께 자라오며 간직한 첫사랑이자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 온 유소희.지금 그는 평생 단 한 번도 생각조차 못 해본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려 한다. 어쩌면 과거부터 꼬여있던 모든 것들을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이제 도망가지 마, 유소희. 나도 비겁해지지 않을 테니까. 네 고백, 나는 쭉 신경 쓸 거고. 내 고백, 너도 계속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어 줘. 내게 벌려진 상황들은 내가 혼자 알아서 찬찬히 정리할게. 되도록 빨리. 유소희는 조금 느긋하게 기다려주면 좋겠어.”
사랑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던, 지나치게 가벼워 보이던 여자, 한세희. 왜곡된 사랑에 대한 시선으로 마음을 다쳐버린 진중한 남자, 이석훈. 그들이 제각각 자신들의 답답한 친구, 은빈과 서진을 위해 큐피드로 뭉쳤다. 그런데, 어째서 이 큐피드끼리 점점 가까워져 가는 거지? * “자고 싶어?” 거듭된 그녀의 구애에 석훈이 가소롭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 네?” 맹수가 우리에 잡아 놓은 사냥감을 먹기 위해 덤벼오는 듯, 우두커니 서있던 그녀를 향해 그가 바짝 코앞까지 다가와 나직이 속삭이기 시작했다. “자고 싶어서 온몸으로 치대는 거 아니야,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