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언제 가는데.”벌써 새벽 한 시였다.“나 보내게?”“안 가게?”“자고 가도 되지?”“뭘 물어. 자고 가면 되지.”같이 하루밤을 보내도 결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사이.“너 이만 닦고 끝낼 생각은 아니지?”“당연히 아니지. 발도 닦을 건데”보란 듯 선 자세 그대로 세면대 위로 발을 올렸다.“아, 쫌.”"뭐. 왜."눈 앞에서 볼일 보는 것 빼고 다 할 수 있는 남자.그런데.“왜 또.”뭐가 또 불만이냐는 듯 웃는 윤이. 그럴 리가 없는데. 쟤가 객관적으로 좀 생긴거야 알고는 있었지만, 절대로 제 취향은 아니었는데. 이렇게 보일 리가 없는데.“아이스크림 사줘?”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린데 왜 이렇게 다정하게 들리지?윤이 피식 웃는데. 그럴 리가 없는데. 그 모습이 이상하게 섹시해 보인다.내가 오늘 씻었던가?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붙잡고 킁킁 냄새를 맡아본다. 매일 입던 잠옷은 왜 이렇게 구려보이지? 잔뜩 튀어나온 무릎이 오늘따라 거슬린다.세상 편했던 남사친이 이상하게 신경쓰이기 시작했다.<[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