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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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

수려한 외모와 큰 키, 부드러운 목소리와 멋진 미소를 가진 그를 사랑하는 하영.긴 머리와 하얀 얼굴 속의 청순한 외모, 예쁜 미소의 그녀를 사랑하는 민혁.그 남자 민혁과 그 여자 하영의 결혼 이야기.부부라면 누구나 한 번쯤 찾아온다는 권태기. 하영과 민혁의 아름다웠던 연애도 결혼이라는 현실을 맞이한다.권태기에 빠진 이들에게 찾아온 유혹, 그리고 갈등.그렇지...

빈 틈

“죽어버릴까요? 죽으면 고통도 사라질 거 아니에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이 아픔이 사라질지. 버텼다. 힘겹고 눈물짓는 결혼생활이었지만 아내로서 최선을 다했다.  ‘석녀야. 뭘 해도 감흥이 없어.’ 불감증에, 아이도 갖지 못하는 등신 같은 여자. 할 줄 아는 건 그림 보는 것밖엔 없는 갑갑한 여자.  남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은서가 잘 아는, 그와 엉겨 붙은 여자를 웃게 했다. 호텔 사무실에서,  더러운 짓을 벌이는 남편을 목격한 은서는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었다.  대체 무엇 때문에 그 시간을 견뎌냈을까. “애꿎은 바다에 본인의 고통을 떠넘기지 말죠.” 눈물이 뚝뚝 흘렀다. 남자의 말이 맞아서 속이 쓰렸다.  ⁕⁕⁕ “좋아해요. 은서 씨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비어버린 틈 사이로 그녀의 상사 서태오가 고백했다. 냉정과 열정을 오가는 그는 감히 은서가 원할 수 없는, 탐내기도 싫은 우월하고 고귀한 남자였다.  다신 남자를 만나지 않기로 결심했다. 다신 누군가의 여자로 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모든 것들을 내세워 완벽히 방어했지만, 시나브로 다정하게, 어느 순간 살벌하게, 때로는 눈물짓게, 서태오는 어느새 빈 틈을 파고들어 그녀의 모든 것을 차지했다. 몸도, 마음도 전부 그의 것이 되었다. “우리, 잘래요?” “제가…… 불감증이거든요.” 무서웠다. 쓸모없는 저를 보고 실망하지나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은서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동자가 뜨겁도록 까맣게 타올랐다. “봐. 네 모습을 보고 미치기 직전인 놈의 눈이야.”  설명할 수 없는 감각,  큰일이 날 것 같은 기분, 은서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