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궁의 새벽이 빛난다> 너의 길을 찾으라는 말을 남기고 목숨을 다하는 스승 양국선. 신비는 자신을 똥오물 취급하는 하남성에서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도망할 결심을 하는데…… “내 손을 잡아.” 눈앞이 캄캄한 신비의 앞에 선 정체 모를 사내 유! 잊혀진 사내의 이름이 새로이 불리어 지고 그렇게 신비와 유의 동행이 시작된다. 신비는 스승님의 유언을 기억해 현국의 수도 낙현을 향하지만, 신비가 향하는 태현궁에 볼일이 있었던 사람은 신비보다는 유였으니…… 흑치무결(黑治無缺, 흑의 치세 결점이 없다)하여 붙여진 현왕조의 흑무제(黑無帝) 현유(玄柔). 현국을 그 손바닥 위에 놓고 좌지우지하는 피의 황제. 그에게는 일찍이 예언이 있었다. ‘꺾이지 않는 완연한 어둠. 전무후무한 玄. 그 자체로 太皇이 군림하여 그가 원하는 것을 이루리라.’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리라는 신의 권능에 가까운 이전에도 이후에도 다시없을 예언을 받는 현국의 주인 유와, 유의 정체를 모르는 신비의 좌충우돌 역사 로맨스! 도망친 신비의 뒤를 서서히 조여오기 시작하는 하남성의 주인 의친왕 현의강과 드러나기 시작하는 신비 정체를 빌미로 덫을 씌우려는 화초희의 위협 아래, 신비에게 점차 강한 호기심을 느끼는 피의 황제. 세 사람의 운명이 얽히기 시작하고 스승님의 유언은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하는데…… -본문 중에서- “신비 대답해봐. 너라면 어쩌겠어?” “무엇을요.” “널 무력하게 만드는 존재, 어떻게 하겠니.” 그에게 붙잡힌 손목은 점점 더 힘이 실리고 있었다. 그가 대체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픔에 손목을 빼내려는 노력도 지쳤다. 그저 감은 눈에서는 눈물만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에 대한 질문이라면 당연하지 않은가. 신비의 목소리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어쩔 수 없는 그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무력하다 하셨나요, 유. 당연한 거잖아요. 맞서야 하는 거잖아요…….” 유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당연하다고? 어째서!’ 그 말이야 말로 너무나 당연하게 말하는 그녀가 미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신비는 그렇게 소리치고 있는 그의 눈동자가 어쩐지 물기를 머금은 듯 느껴졌다. 유가 이렇게 격하게 반응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어쩐지 심장이 어지러웠다. “유, 말해요. 지금 내게 뭔가 말하고 싶은 거죠? 그렇죠?” “……!” 유는 대답하지 못하는 심정을 담아 그녀가 바스라지기라도 하듯 힘을 주어 그러안았다. 숨이 막힐 듯 조여 오는 그의 힘에 놀란 것도 잠시, 말할 수 없는 미미한 진동이 자신을 감은 팔에서부터 느껴져 신비는 아무런 제지도 할 수 없었다. 어둠은 꺾이리라고. 이를 두고 누군가 무어라 하지 않았었나……. ‘깊었던 어둠만큼 빛은 눈부실 터…….’ 기억하는 것은 어둠 뿐. 싸늘하게 얼어붙은 심장은 현기증을 느끼면서도, 이게 어떤 마음인지 깨닫기에는…… 이제껏 살아온 유의 세상은 너무나 단조롭기만 했다. ‘폐하께서는, 스스로 심연에 빠지실 겝니다.’ 그녀가 저에게 그 어떤 짓을 하더라도 저는 신비를 놓을 수 없으리라고. 그 날 느꼈던 그 감정(感情)이 무엇이었는지, 지금 이 순간에야 정확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