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호
누호
평균평점
화음(花陰)

<미리보기>저녁 식사를 마치고 기서는 달빛 속에 청연한 김 감도는 머그잔을 양 손에 들고 운소가 있는 툇마루로 다가가 운소에게 우유가 담긴 머그잔을 건네주곤 옆자리에 걸터앉았다. 운소는 머그잔을 건네받으며 두 손으로 그것을 감싸 쥐곤 방긋 웃었다. 기서는 블랙커피 믹스가 소용돌이치는 자신의 머그잔을 잠시 물끄러미 응시하고는 그 속에...

결박

“날 사랑해서 그랬다고 역겨운 말로 합리화 시킬 생각 마. 네가 날 사랑한다는 게 말이 돼? 대체 나의 뭘 보고 네가 날 사랑하는데? 네가 날 알아? 어릴 때 빼곤 만난 적도, 본 적도 하물며 얼굴 마주 보며 이야기조차 제대로 나눈 적이 없는데 그런데도 네가 날 알아? 모르지? 모르잖아? 모르면서 날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그렇다면 결론은 나왔...

야맹

어둠 속에 흐릿한 괴괴한 밤이면 찾아드는 음울한 소리,「너도 알고 있잖아. 내가 정신병자라는 거, 약도 없는 구제불능에 죽음에 미친 인간이란 거……. 내가 죽어도, 울지 않겠다고 약속해. 너도 봐서 알잖아. 그동안 징그럽게 꽉꽉 채워 숨 쉬었어. 그 정도면 할 만큼 한 거야. 좀 봐줘. 이젠 숨 쉬는 것 조차 지겨울 지경이야. 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