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바람꽃 피우다> 「소녀원 소속 예(霓)는 금일부로 청제 복희의 권솔로서 서재를 관리한다.」 정식으로 소녀가 되는 날만을 기다리던 소예는 어느 날 삼황 복희의 권솔이 된다. 파격적인 신분 상승으로 소예는 모두의 시기를 한몸에 받고,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복희의 행동에 의문을 품는다. “다만 이것만은 약조하지. 네게 해를 끼치는 자는 내 발밑에 엎드려 빌어야 한다.” 그가 끌어안았던 감촉이, 온기가, 들었던 숨결이, 고동이 아직도 몸에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 소예는 조금 힘을 주어 복희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저는 복희 님과 함께 있고 싶어요.” * * * “그 아인 소녀야.” “소녀였지. 이제는 내 사람이고. 이전에 무엇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신계 최고 권위자와, 그의 서재를 관리하게 된 소녀의 이야기.
“우리는 아가씨가, 두 달 후에 있을 연회에 아비에스 전하 대신 나갔으면 좋겠어.” “뭐라구요?” 여느 때처럼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선 산책길에서 당한 납치, 그리고 깨어나 보니 왕성. 리체는 이곳에서 왕자와 얼굴이 닮았다는 이유로 그를 대역하기를 제안받게 된다. “이 계약은 네가 키리얀 아비에스 페르디난트 전하의 대역을 맡는 일에 대한 것임을 분명히 하지.” 에반이, 날인이 찍혀 있는 곳 아래쪽을 가리켰다. 리체는 집에 있는 아버지를 떠올렸다. 굳이 더 일을 하지 않아도 가족들이 앞으로 먹고사는 데에 지장이 없으리라는 결론에 이르자, 자신이 죽어도 문제가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리체는 더 망설이지 않고 두루마리에 펜촉을 댔다. 호선을 그리며 펜은 글자를 남겼다. * * * “하기 싫으면 계약서 찢고 나가라고 해. 어차피 우리는 최소한 목적한 것은 이루었으니까.” “리체 없이 앞으로 어떻게 할 건데? 뒷일은? 지금 네 나라 사정 아니라고 막말하는 거야?” “내 나라든 네 나라든, 못하면 내보내는 게 낫지 않나? 하기 싫으면 나가. 붙잡을 생각 없으니까.” 들키면 죽음뿐인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가짜 인생. 목숨을 건 아슬아슬한 가면무도회(마스커레이드), 그 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