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누구에게 다정했던 적 없던 지수. 무심한 성격 탓에 누군가에게 마음을 준다는 건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같은 반 ‘바보’로 소문난 장원에게 자꾸만 눈길이 갔다. 모두가 바보라 손가락질하던 장원에게선 다른 남자들과는 다른 특별한 매력이 느껴졌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둘에게도 따스한 봄날이 찾아왔다. 하지만 풋풋했던 첫사랑은 2년을 넘기지 못했다. 서툴렀던 연애는 상처만 남긴 채 끝나버렸고, 지수는 다시 차가운 얼음처럼 마음을 닫아버렸다. 그렇게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장원은 놀랍게도 글로벌 기업의 수장이 되어 나타났고, ‘바보’라고 놀리던 그 아이는 이제 너무나 멀리 가 있었다. 과거의 추억은 아련하게 남아있지만, 현실은 둘 사이의 거리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날 뿐이었다. 성공한 커리어 우먼으로 살아가는 지수.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았지만, 마음 한구석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자리 잡았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첫사랑의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선명해졌다. 과연 지수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엇갈린 봄날의 기억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지 않은 공백의 50년. 고려 말, 조선이 건국되기 전의 혼란한 시기— 신의 저주를 받아 괴물이 된 사내 ‘흑월(黑月)’이 있었다. 붉게 핏줄이 선 눈, 살기를 머금은 손톱.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인간으로 살 수 없는 존재. 그는 살육의 충동을 억누르지 못한 채, 세상에 공포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믐 닷새, 초승달이 뜨는 밤. 연꽃을 문 아이, ‘연화(蓮花)’가 태어난다. 그녀는 오직 흑월을 통제할 수 있는 운명의 무녀. 하지만 성장한 연화는 고려의 마지막 황제 ‘왕우(禑)’와 아찔한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 사랑은 곧 왕과 괴물, 신과 인간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비극으로 번져간다. 세월이 흘러 사라졌던 흑월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자, 왕과 연화, 그리고 피로 맺어진 운명의 실은 다시 얽히기 시작한다. 연화의 가슴에 새겨진 봉황의 문양과 붉은 실이 그 비밀의 열쇠이며, 검은 달 아래서 다시 시작된 저주의 사랑은 끝내 나라의 운명과 맞바꾸는 피의 서사로 치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