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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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평점
상처보다 더 깊은

“제게 아무것도 남지 않아 세상을 등지고 싶을 만큼 절망스러웠을 때 원장님께서 도와주셨어요. 평생을 그 은혜에 보답하며 살아가고 싶어요.” “그래서 아버지의 정부가 되기로 하셨다?” 그의 깊고 까만 눈과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가슴을 뒤흔드는 치명적인 눈빛이었다. 부친의 정부라고 몰아붙인 남자인데 바보처럼 미련하게...

바람의 혜나

남들은 바람을 몰고 다니는 아이라지만 난 바람이 좋아. 난폭한 바람이건, 차가운 바람이건.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바람이라도  그 존재에 두 볼을 비비고 안길 틈이 보인다는 게  난 너무 좋아.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홀로 시골에 농사를 짓는 부친이 어렵게 쥐어준 2백만 원. 그 돈을 건네주시며 우리 딸은 하고 싶은 거 살라고, 나처럼 평생 땅만 파면서 고생하지 말고 서울 가서 자리 잡으라던 말씀을 하며 눈시울이 붉어지시던 늙으신 아빠.  “아저씨가 뭔데 남의 병원비를 내고 그래요? 저 거지 아니거든요? 저도 그 정도 돈쯤은 있다고요!”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채 성난 아기 고양이처럼 힘겹게 몸을 도사리며 화를 내는 여자.  잘해주고 싶은데 늘 그렇게 그녀는  호진을 몰아세우고 있었다. 그 필사적인 모습에 화가 났다.  “그럼 갚으면 되잖아. 갚아. 오늘 당장 갚으라고!”  쇳소리가 섞인 음성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이게 내 현실이라면 피하지 않을 거야. 어떤 일이 있어도 다시 시작할 거야.’  바람과 비를 몰고 온 아이라고 해도 난 바람 속에 살거야. *본 작품은 12/03일 부터 대여 서비스가 중단되고 구매 전용으로 변경될 예정입니다. 이용 시 참고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