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데비의 공주 벨리나. 사랑하는 이들과 나라를 지키려면 야만스럽고 무자비하기로 소문난 해적들의 나라 발만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일이 이상한 쪽으로 꼬이기 시작했다. “블랙 헤레이스, 당신은 정말 구제불능에, 오만하기 짝이 없는 악당이야!” 발만의 왕, 블랙 헤레이스. 그의 또 다른 이름은 무적자 검은 표범. 이름만으로도 바다를 떨게 하는 그 앞에 흥미로운 여인이 나타났다. “지성과 미모에 용기까지 갖춘 공주라, 흔치 않은 조합이오. 역시 내가 반할 만했어.” 어느 화창한 가을날, 에메랄드빛 바다 한가운데서 운명처럼 만난 두 사람!
비스듬하게 올라간 녀석의 입꼬리에 서글픈 미소가 걸렸다. 녀석이 어떤 일을 겪은 것인지 어렴풋이 짐작이 갔지만 그는 부디 자신의 짐작이 틀렸기를 바랐다.“아무래도 난… 벗어날 수 없을 거 같아요. 그래서 말인데요, 아저씨.”말끝을 흐린 영서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속내를 알 수 없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폭탄을 던졌다.“나랑 잘래요?”태주는 숨을 쉬는 것조차 잊고 눈만 깜빡였다. 방금 전 저가 들은 말이 정확한 것인지조차 확신이 안 섰다.“뭐… 라고?”“같이 자요, 우리.”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더구나 같이 자자는 뜻이 그저 같은 공간에서 ‘잠’을 청하자는 건 아닐 것이다. 팽팽하게 당겨진 턱에 경련이 일었다. “취했니?”“아뇨. 말짱해요.”말짱한 정신으로 같이 자자는 아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