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 전생에서 기사였어.” “엉?” 저녁 식사 시간. 아빠가 만든 괴멸적인 음식을 먹으며 그의 딸 진희가 말했다. “정확히는 제국의 수도 방위 기사단 단장이었고 이름은 바제트였는데, 가주가 되던 날 남동생한테 독살당해 죽었어. 근데 그 기억이 이제 떠올랐네.” “어…….” 진희는 습관처럼 건조한 두 눈을 비볐다. 그리고 숟가락을 탁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직장 때려치우고 헌터로 돈이나 좀 벌게. 아, 그리고 오늘 저녁 최악이야. 어묵국에 삼겹살이랑 고사리 넣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보양식 같지 않아?” “먹다 탈 나.” * 궤도의 뒤틀림으로 세계 곳곳 게이트가 나타나, 이세계의 괴물이 출몰했다. 마나를 느낀 인간들은 초인이 되었고, 국가는 그 초인들로 하여금 게이트를 닫거나 지구의 평화를 지키게 하기 위해 그들에게 하나의 직위를 주었다. 헌터(Hunter). 이세계의 괴물을 사냥하는 존재. 기사면서 헌터인 진희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도망치지…… 않을 거죠?” 어느새 나타난 남편을 보며, 나는 조심스레 보따리를 숨겼다. 하여튼 도망치려는 기색은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남편이었다. ‘……아니, 진짜 귀신일지도.’ 내가 당황을 숨기기 위해 입을 다물자,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 “여보, 전 약속 지키지 않는 사람을 싫어해요.” “아니, 그게…….” “그러니까, 그 짐 내려놔요. 그리고 날 보고 말해요. 떠Ħ지□Ψ다고.” ‘화내니까 슬슬 본모습이 드러나고 있는데, 멈춰주면 안 될까요.’ 검은 안개와 괴상한 촉수, 짐승의 눈으로 변하고 있는 남편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맥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이 좋은 집을 놔두고 어디 가겠어요? 착각이에요.” “그렇죠? 제가 잘못 봤나 봐요, 미안해요.” 남편은 순식간에 해사한 미소를 지으며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결혼한 집이 뭔가 이상하다. 시녀는 밤마다 흐느끼면서 복도를 배회하질 않나, 마구간지기는 가끔 몸에서 비늘이 떨어져 나오고, 성의 교회에선 정체불명의 찬송가가 울려 퍼진다. 기사단장이란 작자의 손이 문어 팔처럼 변한 것도 목격했다. 어떤 가신은 괴상한 언어를 중얼거리다가 발견되자, ‘당신도 ■■를 따르시겠습니까?’ 하고 권유해왔다. “백작님, 저는 부부는 서로 항상 진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 뭐…… 그렇죠.” “그러니까 딱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백작님…… 인간 아니죠?” “…….” 내 남편이 식은땀을 폭포처럼 흘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미간을 짚었다. 내 시댁은 온갖 괴물이 사는 마굴이었다.
황족의 수치이자, 악마의 환생으로 불린 저주받은 황녀 데이나.암살당했던 그녀가 되살아났다.“내가 진짜 악마의 환생이었다고?”문제는 그녀가 전생의 기억을 되찾았다는 점이다.마족이었다는 경력과 마력까지 함께.‘마족이었다는 걸 들키면 척살이야. 무조건 인간답게, 황녀답게 살아가야 해.’얌전히 살아가겠다는 결심도 해봤지만.“괜찮아, 데이나. 너를 의심하는 자는, 우리가 없애 줄게.”“폭발 주문에 토핑도 추가할까요? 용암이나 번개나…….”얼떨결에 늘어난 추종자들이 그녀를 일방적으로 돕기 시작하는데.“평범한 인간 맞다구요, 제발요!”“아, 그런 설정이시군요?”본격 마족의 인류애 실현물.인간인 척 살아가려 하는 마족 황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