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증에 걸렸다 일컬어지는 세자빈, 연희의 마음속에 이제 막 시작된 연모의 정이 깊숙이 스며들었다. ‘내게 관심조차 없으시니 비실거리며 쓰러지든 광기에 사로잡히든 당신과는 상관없는 일이겠지.’ 그래, 임께서는 모르실 일. 가깝고도 먼 존재가 지아비라 했던가. 세자의 다정 어린 눈빛은 연희가 아닌, 항상 다른 이에게로 향해 있었다. 지아비 향한 이 연심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내 나름, 너를 귀애하고 있다.” 그러다가도 때때로 보이는 애절한 눈빛은 무엇 때문일까. 또 이 진득한 눈빛은 무어고……. “사향 냄새가 진동을 하는 것이 네, 나를 꼬드기려고 단단히 별렀구나.” “예?” “열녀인 줄 알았더니 요부로구나.” 《동궁 마마의 수상한 외유》
“내 앞에서 사라져! 내가 싫으면 차라리 무시해버려!” “내가 널 정말 싫어한다고 생각해? 좋아한다고는 생각 안 해?” “누구 놀리니?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도 마!” 1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재우의 세상은 혜라가 전부였다. 오로지 그녀만 기억하고, 그녀만 생각하고, 그녀만 꿈꿨는데……. 다른 이를 보면서 너를 찾고 있고, 돌아서도 결국 네가 생각나. 난 왜 너에게 미쳐 있는 걸까? 넌 왜 피하기만 하는 걸까? “사실 나…… 너 좋아했어. 어느 순간부터 그게 아니란 걸 깨달았지만, 한때는 아주 잠깐 너를 좋아했었어. 그때가 좋았는데.” “나야말로 널 좋아해.” 혜라는 그저 옅고도 씁쓸한 미소만 머금고 있었다. “고마워. 나하고 화해하려 했던 지금 이 마음, 기억할게. 재우야. 나, 너한테 부탁 하나만 더 해도 될까?” “……얼마든지.” “조금 힘들어서 그러는데…… 나를 이제 그만 모른 척해줄래?” ▶ 작가 소개 김호영 호수 호湖, 옥빛 영瑛, 김호영입니다. ▣ 출간작 얌! 겨울이 오면, 도희야 모아(某兒) - 이름자가 없는 아이
“여인은 사내의 정을 알지 못하나, 사내는 여인의 기운을 강하게 느껴 그를 끌어당기니. 사내는 여인을 위하고 아낄 것일진대, 무릇 음과 양의 조화 아래 꼭 맞는 그릇을 찾은 격이라.” 패망한 제족의 여군주였던 모아와 제족을 멸한 태자 건휼.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그들인데, 어느 순간 건휼의 눈빛이 변했다. 모아만 보면 매질을 서슴지 않던 그가 어찌 하여 저리 변해 정인처럼 구는 것인가? 그 다정함이 되레 야속하여라……. “내게 안기란 소리는 안 했다만, 어찌 이리 모멸감을 주느냐?” ‘모멸감이라. 내가 알고 있는 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 맞나?’ “왜? 나는 여인에게 외면당해도 그 마음이 꿋꿋할 것만 같아?” “소인을 내어드리면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요?” “그것이 무슨 뜻인지…….” “오늘 밤이라도 괜찮으시면 소인을 내어드릴까요? 그러면 저 또한 원하는 것을 요구할 수 있는지요?” ▶ 작가 소개 김호영 호수 호湖, 옥빛 영瑛, 김호영입니다. ▣ 출간작 얌! 겨울이 오면, 도희야 아는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