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도
이영도
평균평점 4.38
눈물을 마시는 새
4.62 (1336)

<눈물을 마시는 새 세트> 지배자에 대한 진지한 이해와 접근을 시도한 새로운 형태의 환상 소설 2차 세계 대전 중에 절대 악과 그 악에 맞서서 권력을 좌지우지해야 했던 권력자들의 갈등을 소설로 담아낸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 반세기가 지나도록 많은 독자에게 읽혀진 이유는 권력의 상징인 ‘왕’과 그 주변 권력의 내부를 샅샅이 파헤칠 수 있는 봉건 시대를 바탕으로 씌어진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타지 소설만이 가진 이 독특한 특성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조건을 요구하게 되었다. 냉전 체제가 무너지고 권력의 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다룰 새로운 화두가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다. 『눈물을 마시는 새』는 그러한 화두에 대한 도전작이라고 볼 수 있다.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단어인 ‘왕’이라는 단어가 이를 대변하고 있다.『눈물을 마시는 새』에는 ‘왕’에 대한 일방적인 숙원(자신이 왕이 되고자 하거나 혹은 왕의 추종자가 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여 사건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시키거나, 왕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하고 추리함으로써 ‘지배자 계급이란 무엇인가?’라고 독자에게 묻고 있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작품의 제목에서 자신만의 해답을 풀어낸다. 제목인 ‘눈물을 마시는 새’라는 뜻은 작품 속에서 ‘백성들이 흘려야 할 눈물을 대신 마시는 왕’을 뜻한다. 이 뜻은 군왕의 조건은 많은 병력이나 부, 혹은 재능이 아니라 백성들이 슬픔이나 죄책감 등 수많은 고통을 대신 짊어져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으며, 왕이 대신 마셔주는 눈물 덕에 백성들은 잔인해질 수 있고, 얼마든지 남을 핍박하고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눈물’은 인간이 해롭기에 몸 밖으로 뱉어내는 것이고, 이를 마신 왕은 오래 살 수도 없다. 작가는 제목과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단어인 권력자 ‘왕’에 대해 막연한 환상만을 갖고 있는 인간에게 ‘왕-지배자’라는 것이 갖는 무거움과 본연의 뜻, 그리고 그러한 인간의 상징물로 내세워진 ‘왕’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공포를 환상 소설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전한다. 이영도 식의 독특한 설정과 이야기 진행 『눈물을 마시는 새』에서도 이전의 작품처럼 이영도 식의 독특하고 신비스러운 이야기가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특히 넷으로 구분된 색다른 종족들은 작품의 스토리와 부합되어 사건의 요소요소에서 새로운 반전을 일으키게 한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종족은 역시 현대의 인간과 흡사한 인간족이다. 왕이 되고자 하는 제왕병자들이 가득하고, 저마다 자신의 세력을 키우지만 정작 네 종족 중 가장 나약한 종족이라는 점은 모순으로 가득 찬 인간의 단면을 보여준다. 다른 종족도 이와 비슷한 모순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닭의 모습을 닮은 레콘 족은 3미터에 이르는 큰 키와 강인한 체력, 그리고 신의 선물인 무기를 갖고 있기에 네 종족 중 개인의 무력으로는 가장 강력하다고 볼 수 있지만 철저히 자신의 숙원만을 이루려는 개인주의 때문에 종족이 단합할 수 없고 언제나 홀로 싸우는 약점을 갖고 있다.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도깨비는 마음만 먹으면 일거에 수십만을 죽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폭력과 피를 두려워하는 까닭에 세상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다. 뱀처럼 비늘이 있고 변온 체질인 나가는 인간의 ‘말’이 아닌 정신적 교감인 ‘니름’을 통해 의사를 주고받으며 심장을 적출함으로써 반(半 )불사의 몸이 되었지만, 변온 체질이어서 북부 지방의 저온을 이겨내지 못하는 체질적 한계를 갖고 있다. 작품 전체의 종족들 중 그 어떠한 종족도 완벽하지 못한 상태를 유지한다. 작품 속에 사용되는 속담이나 격언 등도 종족적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독자의 흥미를 돋운다. 물을 두려워하는 특성을 가진 레콘의 경우 ‘붕어 저택에 빠져 죽을’, ‘녹은 얼음을 뒤집어 쓸’과 같은 욕설이 나오기도 하며, 말 대신 니름이라는 정신적 언어를 사용하는 나가들은 ‘니름도 안 된다(말도 안 된다)’, ‘니름 잘라먹지 마라(말 잘라먹지 마라)’ 같은 변종 언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종족을 초월하여 등장하는 ‘군령자’나 ‘유료 도로당’ 또한 독특한 이영도 식의 소설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들이다. 군령자는 한 육체에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명의 영혼이 깃든 것으로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에서 이와 비슷한 육체를 목격할 수 있다. 영생하고자 하는 생명체의 욕구로 인해 탄생한 이 군령자는 항시 ‘더 이상 전령하지 않고 죽겠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죽을 때에 이르러서는 영생을 위해 남에게 전령하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유료 도로당’이라는 단체는 작품 속에서 길을 정비하는 대신 통행세를 받는 이들로서, 돈을 지불하고 도로를 이용하는 여행객은 고객이며, 무임으로 이용하는 여행객은 무조건 적으로 규정하는 독특한 단체이다. 하지만 그 철저한 규정으로 인해 인간 전체의 적조차도 돈을 지불하기만 하면 고객으로 규정하는 모순에 빠지기도 한다.

피를 마시는 새
4.45 (790)

<피를 마시는 새 세트> 치밀한 주제 의식과 무한한 작가적 상상력이 빚어낸 인간의 자유 의지와 절대 권력의 극한 투쟁! 한국 판타지의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 가는 이영도의 대작 한국의 『반지의 제왕』이라 불리며 한국형 판타지 붐을 일으킨 『눈물을 마시는 새』의 이야기로부터 50년이 지난 시점에서, 절대 권력과 인간의 자유 의지 간의 치열한 투쟁이 다시 시작된다. 천하를 뒤흔든 제2차 대확장 전쟁도 옛이야기가 되고 제국의 질서 아래 평화가 자리 잡은 지금,하늘을 나는 수도에 머물며 제국을 다스리는 치천제에게 도전할 자는 아무도 없다. 그러나 6년 전 레콘들의 독립 국가 건설을 목적으로 분리주의를 주창했다가 황제의 토벌군에게 전멸당하고 원한을 품은 외눈박이 소녀와 검은 레콘은 결코 뜻을 꺾지 않고 황제의 목을 노린다. 전쟁 영웅이자 황제의 대장군인 엘시 백작이 유서 깊은 무예의 고장 규리하 정벌에 나서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죽음이 갈리는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가 구르기 시작한다. 레콘, 나가, 도깨비, 인간 등 네 종족으로 이루어진 세계. 거대한 몸집과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지만 자신의 숙원만을 좇는 '레콘', 심장 적출을 통해 반 불사의 몸을 갖지만 추위에 약한 '나가',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지만 피를 두려워하는 '도깨비', 네 종족 중 가장 힘이 없지만 군대를 규합하고 세상의 모든 곳에 길을 내는 '인간'. 이들이 펼치는 전쟁과 모험의 판타지. '눈물을 마시는 새'를 능가하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독자의 상상력을 열어준다.

드래곤 라자
4.44 (1438)

<드래곤 라자 세트> * 한국 100만 부, 일본 40만 부, 대만 30만 부 판매 기록 * 판타지 소설로서는 출간작마다 10만 부 이상 판매되는 유일한 작품 『드래곤 라자』는 무한한 상상력, 깊이 있는 세계관과 뛰어난 작품성으로 한국의 대표적 환상 문학으로 자리잡은 작품이다. 1998년 출간되어 10년간 국내에서만 100만 부가 넘게 판매되며 한국 판타지 출판 시장을 확장시켰다. 일본에서는 2006년 출간되어 현재까지 40만, 대만에서 두 번의 교정쇄가 출간되며 30만 부(출간중)가, 중국(홍콩)에서는 10만 부가 판매되었다. 『드래곤 라자』는 설정은 대부분 기존의 판타지 설정을 그대로 따름으로써 탄탄한 환상 세계를 구축하는데, 그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새롭고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며 계속 독자의 의표를 찌른다. 그리고 전권에 걸쳐 일관된 주제를 추구하는데, 그 주제는 '인간성'에 대한 탐구로서 정통적인 소설의 질문을 진지하게 고수하고 있다. 작가는 '인간 외에도 지성을 가진 종족들이 함께 존재하는 판타지 세계를 그림으로써 인간이 과연 무엇인지, 본질적인 인간성을 탐구해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12권에 이르는 이 방대한 작품은 뛰어난 재미와 짜임새 있는 구성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전체 줄거리를 이끄는 핵심 설정은 '드래곤 라자'라는 존재의 정체에 달려 있는데, 드래곤 라자란 인간과 드래곤을 이어주는 중개자를 말한다. 드래곤 라자가 없는 드래곤은 인간과 대화하고 소통하거나 우정을 나누지 않고 완전한 이종족으로 취급하여 무시한다(인간이 벌레를 대하는 것처럼). 그러나 드래곤 라자의 자질을 가진 사람이 드래곤을 찾아가 계약을 맺으면 그때부터 그 드래곤은 인간과 교류하게 된다. 전쟁에 얽힌 음모, 몇 백 년 전의 비밀, 국가 권력층의 암투와 몬스터들의 공격으로 거친 모험을 겪으며 17세의 소년 후치를 비롯한 주인공들이 찾아가는 것은 드래곤 라자와, 드래곤 라자의 존재로 상징되는 '타인과의 교류'가 갖는 의미이다. 이 작품의 또다른 특징은 이처럼 심각한 주제를 쉬운 문장에 녹여냈다는 점이다. 『드래곤 라자』의 문체는 대단히 활달하며 전체적인 분위기는 밝다. 책 전체에 걸쳐 배를 잡게 하는 유머와 위트가 넘쳐나고 1인칭 화자인 주인공의 콕콕 찌르는 독설과 풍부한 입담이 거침없이 펼쳐진다.

그림자 자국
4.11 (391)

"잊혀진 '드래곤 라자'의 새로운 부활을 다룬 기념 신작 『그림자 자국』은 현실처럼 생생한 가공의 세계 속에서 누구도 상상할 수 없던 놀라운 이야기를 펼쳐낸다. 인간과 드래곤을 잇는 '라자'를 소재로 다룬 『드래곤 라자』의 시대로부터 천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 마법과 전설이 잊혀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예언자와 1000년 전 아프나이델이 만들어낸 강력한 무기가 등장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번에도 위트 넘치는 대사와 개성 넘치는 인물, 마치 추리 소설을 보는 듯 정교하게 짜여진 구성 등 이영도만의 특별한 재미가 돋보인다. 게다가 1권이라는 짧은 이야기에서 드래곤과 인간의 스펙터클한 전면전이 벌어진다. 숨가쁘게 몰아치는 이야기는 그동안 8000쪽 이상의 대하 장편소설과 최초로 단권 장편소설로 구성됨으로써 그 짜임새를 더했다."

이영도 단편선
3.93 (41)

<이영도 단편선> "이영도 단편선 에소릴의 드래곤/상파이의 광부들 착한 남자 더스번 칼파랑과 늑대 여인 사란디테를 주인공으로 한 두 편의 단편 소설을 만난다! 드래곤에게 붙잡힌 공주, 그녀를 구하려는 더스번 경. 공주와 함께 붙잡혀 용의 시식거리가 된 사슴 인간 조빈, 그를 사랑하기에 구하려는 늑대 여인 사란디테. 이들의 좌충우돌 모험이 시작된다. 세상에서 가장 긴 터널을 뚫는 난쟁이들과 인간들 사이에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사건. 더스번 경과 사란디테의 활약이 다시 시작된다! "

퓨처 워커
4.01 (450)

<퓨처 워커 세트> 한국, 일본, 대만 등에 수출되어 총 20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드래곤 라자』의 작가 이영도의 두 번째 작품, 『퓨처워커』 판타지 종족들을 등장시켜 타자(他者)와 소통의 알레고리를 제시함으로써 현실 세계에서는 유일한 지적 존재인 인류 집단의 정체성을 탐구했던 『드래곤 라자』에 이어, 후속작 『퓨처 워커』 역시 '시간'이라는 만만찮은 주제를 움켜잡는다. '시간'에 대한 탐구는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그림자 자국』까지 이어졌다. 퓨처 워커, 즉 '미래를 걷는 자'란 고인 물의 표면을 통해 과거든 미래든 자신이 원하는 시간을 볼 수 있는 무녀(巫女)를 가리킨다. 이들은 목격한 미래를 어떻게든 바꾸려는 예언자와는 다르다. 퓨처 워커가 보는 것은 진짜 미래, 결코 변할 수 없는 미래이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주인공이 물그릇에서 본 그대로 사고를 당해 죽는다. 주인공은 장차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게 될 사람을 물을 통해 본 그대로 만나고 사랑한다. 그녀는 여행의 끝에서 남편이 죽을 줄 알면서 길을 떠나고, 출산으로 죽게 될 것임을 알면서 아이를 갖고, 열 살도 되기 전에 병에 걸려 죽게 될 아들을 낳기로 되어 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작가는 판타지 장르의 특성을 빌어 시간이라는 항구 불변하는 요소를 흔듦으로써 주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퓨처 워커 미 V. 그라시엘이 운명에 대한 순응을 대변한다면, 거부(巨富) 신스라이프는 온 세계에 미래의 상실을 조건으로 한 영생을 제안하면서까지 죽음을 거부하고 영생을 얻으려 한다. 이 지점에서 작품의 주제는 예정론과 종말에 대한 기독교적 사유에 잇닿아 있다. 시간을 긍정하고, 불행의 가능성에 위협당하는 미래를 긍정하는 것은 사실 자기 기만이지만, 그러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 이 딜레마 속에 존재하는 삶, 그리고 희망이란 과연 무엇인가? 이것이 작가의 물음이다. 이러한 이영도 작가의 깊이 있는 주제 의식 때문에 『퓨처워커』는 그의 전 작품들 중 가장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으로 꼽힌다. 시간이란 누구의 것인가? 영원히 계속되는 현재와 피할 수 없는 미래, 어느쪽을 택할 것인가? 『드래곤 라자』에서 창조한 세계를 배경삼고 있고 인물들도 일부 겹치며 시간적으로도 『드래곤 라자』의 이야기가 끝난 뒤로부터 이어지지만, 『퓨처 워커』는 『드래곤 라자』의 후편이 아니다. 작가는 『드래곤 라자』의 1인칭 관찰자 서술 방식을 버리고 직접적으로 사건을 다룸으로써 그때그때 개별 인물들에게 더욱 깊숙이 파고들어간다. 진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어내는 가운데 작가 특유의 풍부한 유머와 입담이 종횡무진하는 점은 전작과 변함이 없다. 그러나 켄턴 성을 공격해 오는 죽음의 기사들에 맞서는 대마법사 솔로처와 천공의 3기사의 전투 장면에서 볼 수 있는 거대 스펙터클이나, 엇갈린 사랑을 쫓아 대평원을 건너는 세 남녀가 던져주는 가슴 저릿한 안타까움은 한결 더한 깊이와 폭을 보여준다.

폴라리스 랩소디  세트(전5권)
4.2 (479)

<폴라리스 랩소디 개정판 세트(전5권)> 한국, 일본, 대만 등에 수출되어 총 20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드래곤 라자』의 작가이자 한국의 대표적인 판타지 소설가 이영도의 대작 『폴라리스 랩소디』가 양장본 5권으로 재출간되었다. 2000년 출간되어 큰 화제를 모았던 『폴라리스 랩소디』는 1500페이지 분량의 고급 가죽 양장본으로도 제작되어 독자 사이에서 희귀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고급 가죽 양장본의 부록과 지도, 그리고 기존 『폴라리스 랩소디』의 일러스트 중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김종수 씨 일러스트만을 남기고, 과거 폴라리스 랩소디 달력에 참여했던 김호용 씨의 일러스트 두 점을 새로 추가하였다.

오버 더 호라이즌
4.21 (334)

작은 마을의 보안관보 티르 스트라이크가 겪는 세 가지의 사건은 기존의 판타지 소설이나 혹은 해외 환상 소설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기상천외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명기 바이올린의 감동을 죽여 버리고 마는 악기 살해자 호라이즌, 자살만을 시도하다가 그로 인해 세상을 멸망시켜버릴 운명이 되어버린 숀, 사랑에 빠져버린 수고양이와 암캐 등 각 편마다 등장하는 주요 인물이나 동물의 설정이 그만큼 남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가장 최근에 집필한 단편 「오버 더 미스트」 편에서는 수고양이와 암캐가 교배하여 낳은 새끼들이 중세 시대 마녀 재판을 연상시키는 일종의 '징조'로서 규정되어 국가의 종교와 권력의 분쟁의 도구로 사용되는 이야기를 담아내어 인간 분쟁의 명분과 그 해석을 작가 이영도만의 독특한 구성과 해학으로 풀어나가기도 했다. 「어느 실험실의 풍경」에서 이런 그의 독특한 해석은 계속되는데, '행복의 근원'을 만들어 인간을 영원히 행복하게 만들려는 마법사가 만들어낸 것이 결국은 '불행'이며, '행복의 근원'은 결국 '불행'이라는 공식을 내놓기도 하고, 커다란 골렘(돌괴물)에게 아무도 방의 입구를 지나가지 못하게 막아두어 갇혀버린 마법사가 사실은 입구란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제약일 뿐이라는 공식을 내놓기도 하는 등 이영도만의 철학과 유모로서 풀어나가는 이야기들은 단지 재미만을 주는 판타지가 아니라 그 안에 담겨진 그만의 사상과 철학이 잘 녹아들어 있어 기존의 다른 흥미 위주의 판타지 소설과는 차별을 두고 있다.

별뜨기에 관하여
4.25 (2)

<별뜨기에 관하여> "지구인을 만나세요. 최근 꽤 현대적인 방법으로 재해석된 점성학을 다루는 점성학자가 있지요. 그는 자신을 별뜨기꾼이라고 부릅니다.” 『드래곤 라자』, 『눈물을 마시는 새』 등 한국, 일본, 대만, 중국에서 2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대표적인 판타지 작가 이영도의 첫 SF 단편소설집이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2000년 이후 발표된 이영도 작가의 단편소설 10편을 엮은 『별뜨기에 관하여』는 지구인의 성장 파트너가 된 외계문명과의 이야기를 다룬 '위탄인 시리즈' 4편을 중심으로 SF, 판타지, 로맨스 등 장르를 넘나들며 기상천외한 전개와 폭발적인 상상력을 담아낸 이영도 작가 매력적인 글쓰기를 만날 수 있다. 위탄인 시리즈로 만나는 이영도식 스페이스 오페라 어느 날 지구에 고도의 과학문명을 가진 외계 우주선이 나타난다. 그들은 자신을 '범은하 문화교류촉진위원회'로 명명하고, 지구인들에게 지정된 외계의 다른 문명과 문화 교류를 제안한다. 아직 유아기에 불과한 두 행성이 문화 교류를 통해 우주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고자 함이었고, 그 첫 과제로 서로의 '동화책'을 교환하도록 한다. 시리즈의 첫 이야기 「카이와판돔의 번역에 관하여」는, 문화 교류의 짝으로 지정된 '위탄인'의 동화책인 「카이와판돔」을 지구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 중 벌어진 사건을 다룬다. 이후 도래한 우주의 시대를 조명한 두 번째 작품 「구세주가 된 로봇에 대하여」를 거쳐,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자 표제작인 「별뜨기에 관하여」는 드디어 인류가 위탄인과 함께 우주에서 모종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복수의 어머니에 관하여」는 우주시대를 누리게 된 지구 문명을 배경으로 기이한 우주의 연쇄 살인을 다룬다. '위탄인 시리즈'로 명명된 이 작품들은 이영도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한 전개와 예측 불허의 반전을 담아냄과 동시에, 우주시대를 맞이할 현재의 인류에게 새로운 상상적 자극을 제시한다. “다른 말을 쓰는 자들이 현실에 등장했으니까. 지난 세기에 자본이 그랬고, 이제 외계인이 그렇지. 둘 다 인간의 말이 아닌 다른 말을 써. 자본은 경제학의 언어를 썼고 외계인은 자기네 빌어먹을 말을 쓰지. 다른 말을 쓰는 오랑캐가 나타나면 사람은 단결하고 개성을 살해하는 법이야. 이 최후의 저항이 끝나고 나면 지구의 언어는 급속하게 하나로 통일될 거야. 영어일 가능성이 높지.” 첫 작품 「카이와판돔의 번역에 관하여」는 '통일한국'을 무대로 위탄인의 언어를 번역하는 이 교수와 그의 호위를 맡은 인민군 상위 출신의 박 대위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제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북한의 공용어인 '문화어'를 쓰는 박 대위와 한국어 대신 영어가 더 자연스러운 손자를 마주한 늙은 교수의 모습을 통해 소멸된, 혹은 소멸될 언어에 대한 이영도 작가의 메시지가 신선한 충격을 전한다. "소멸이 아니라 포기입니다. 어른은 아이를 포기해야 도달할 수 있는 곳입니다." 표제작인 「별뜨기에 관하여」는 본격적인 우주시대를 맞이한 인류가 짝으로 지정된 위탄인과 함께 우주를 여행하는 첫 이야기를 그린다. 각기의 생활 환경이 다르기에 우주선의 생활공간을 반으로 나누고, 대면하지 못한 채 번역기를 통해 임무에 관한 논쟁과 갈등을 터뜨리는 과정은 예상 외의 재미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에 가장 부합하는 작품으로서, 광활한 우주에서 인류가 혼자가 아닌 '동반자'로서 새로운 외계 문명과 함께 우주를 개척해 나아가는 일련의 과정을 이영도 작가 특유의 위트와 주제의식으로 담아냈다. “조금만 기다리라고. 짝패. 늦었지만 우리 아이들 중 일부는 너희들을 따라갈 수 있을 거야. 우리 아이들과 별들은 무슨 그림을 그릴지 궁금해.” 인공지능 로봇이 대속(代贖)하겠다며 소동을 일으키는 「구세주가 된 로봇에 대하여」나, 무중력 공간에서의 기이한 살인과 복제인간 등을 소재로 한 「복수의 어머니에 관하여」 역시 이영도 작가만의 독특한 SF 설정과 재미를 담아내는 작품들이다. 색다른 판타지에서부터 로맨스까지, 다양한 이영도 작가의 작품 세계를 만난다. 앞선 작품들과 다른 장르의 「나를 보는 눈」은 종말적 세계관을 무대로 한다. 눈 속에 숨어지내며 인간을 잡아먹는 설어를 피해, 화자인 '가락비'가 연인이자 소리꾼인 '바람색칠'과 함께 인류의 구원을 위해 목숨을 건 여정이 펼쳐는 내용이다. 그들은 소리꾼인 바람색칠이 가진 '파멸의 노래'를 내어주고 대신, '모서리의 노래'를 얻어, 종말로 치닫는 인류에게 모서리라는 기회를 주려 한다. '노래'를 통해 인류의 파멸과 구원을 다룬 독특한 설정과 더불어, 예측 불허의 결말을 담아냄으로써 이영도식의 판타지 색채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반면,「봄이 왔다」는 판타지나 SF 등 장르적 요소가 쏙 빠진 작품으로, 이전까지 보아온 이영도 작가의 글쓰기와는 전혀 다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임금 체불 등 청년 노동에 관한 일상적인 대화로 시작되어, '봄을 부르는 씨앗'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발전한 이야기는, 부모세대를 바라보는 청년세대의 시선과 임금체불 등 현실의 벽에 막힌 고단한 삶 등 현대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이영도 작가의 시각을 담아낸다. “자식을 자궁 밖으로 내보낸 후에도, 자식이 학교를 가고 취직을 해도 탯줄이 주렁주렁 이어져 있어. 끊임없이 영양분을 공급해서 자식이 살아있도록 하는 것이 부모의 일이라고 믿지. 물론 엄청난 자기희생이지만 또한 엄청난 책임 회피야. 자식에게 영양분을 직접 모으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거든."

이영도 SF판타지 단편선
3.75 (2)

<이영도 SF판타지 단편선> 통일한국의 근 미래부터 최후의 인류 구조대까지, 작가 이영도의 범우주적 상상력을 만나다 차원을 관통하는 존재 탐구와 사색의 파노라마 『이영도 SF판타지 단편선』 출간! 한국 환상 문학을 대표하는 전설적인 작가 이영도의 기발한 상상력과 치밀한 사유를 만날 수 있는 『이영도 SF판타지 단편선』 전자책이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웹진 크로스로드, 잡지 판타스틱 등에 발표했던 작가의 SF·판타지 단편 총 6작품을 새롭게 수록한 것으로, 그동안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작품들을 포함해 각 장르와 발표순으로 목록을 정비하고 일관적인 편집을 거쳐 보다 접근성과 가독성을 높였다. 신선하고 독특한 SF적 세계관을 도입한 단편들이 먼저 눈에 띄지만, 작가는 장르를 불문하고 그간 깊이 천착해 온 주제의식을 노련하게 드러낸다. ‘위탄’과 같은 외계 문화를 통해 동일한 세계관과 상상력을 점차 확장시켜 나가는 연작 계열의 단편에서는 물론, 시공간을 아우르는 존재에 대한 끝없는 질문과 사색, 현명하고 지혜로운 여성들, 인류 자본의 뿌리 깊은 모순 등 기존 작품들 기저에 내재된 요소들을 새롭지만 친숙하게 만날 수 있다. 미지와의 조우부터 인류 최후의 여정까지 아우르는 『이영도 SF판타지 단편선』은, 다채로운 질감을 덧칠한 상상력과 사유의 파노라마처럼 고유의 신선함과 충격적 반전까지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수록 작품 소개 카이와판돔의 번역에 관하여 소멸하는 언어와 존재에 대한 고찰을 외계인과 교류하는 과정으로 풀어낸 사색적이고도 유머러스한 단편. 통일한국의 근 미래를 배경으로, 지구가 최초로 접촉하게 된 외계문화권 ‘위탄’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두 문화권이 가장 먼저 교류하게 된 품목은 다름 아닌 동화책으로, 위탄인들은 지구인의 동화 「신데렐라」와 맞바꿔 「카이와판돔」이라는 책을 보내온다. 지구를 이미 장악해버린 영어라는 언어와 병폐 자본에 대한 허무와 냉소 속에서 「카이와판돔」의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 번역가가 주인공으로, 작가 특유의 유머와 상상력으로 외계 문화권과의 초보적인 접촉 과정을 그려내며 그들과 소통하는 일의 의미에 대한 미래적 의지를 담는다.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 연작 단편들의 시초가 되는 작품. 구세주가 된 로봇에 대하여 우주여행이 굉장히 지루한 일이 된 시대, 지구와 화성 간 화물선을 항해하는 선장과 그를 돕는 일등항해사 로봇 간의 에피소드를 다룬 단편. 어느 날 일항사는 자신과 같은 로봇에게도 원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며, 그 죄를 대속하고 싶으니 작동을 중지시켜 달라고 선장에게 요청한다. 정보와 지성의 체계를 혼돈하는 로봇의 능청스러운 대사와 전도된 신념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기발하고 재치 넘치는 작품. 별뜨기에 관하여 다수의 외계 문화권을 인지하게 된 바야흐로 우주 개척 시대. 점성학자 지구인인 ‘나’와 위탄인 ‘제르비’는 리볼피트인들의 경제적 계급 갈등을 해결해줄 수 있는 별을 찾기 위해 협업적 관계로서 함께 우주를 헤매고 있다. 그동안 ‘나’는 산모들에게 특정한 별자리 좌표를 지정해 주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왔는데, ‘제르비’는 이 일의 진정한 의미와 윤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문교촉위라는 중재 세력에서 벗어나 외부 세계를 직접 마주하고자 하는 자발적인 의지와 가능성이 가장 확장되는 작품으로, 위탄의 문화 정체성이나 인종 특성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다. 복수의 어머니에 관하여 ‘나’는 망나니였던 개척선 선장의 아들 대신 지혜로운 위탄인 수학자를 구한 대가로, 선장에 의해 스무 번이 넘는 인간 복제를 거치며 죽임을 당한다. 인간 복제에 대한 여러 가설과 가능성을 실험하는 도발적인 이야기로, 선장과의 관계를 팽팽하게 긴장시키는 스릴러적 구성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다. 인간 복제를 통해 파멸적인 구원을 좇는 선장의 맹신적 신념을 다루며 끝내 최고의 충격적 반전을 선사한다. 순간이동의 의미에 관하여 인류 최초의 순간이동자로 하루아침에 전 지구적 스타로 발돋움하게 된 한국인 여성 ‘좌수인’은 지구의 운송체계를 마비시켜버린 대가와 기술 보전을 노리는 세력들을 피해 해적들의 신생국가 ‘우마사’에 몸을 숨긴다. 좌수인을 설득하기 위해 우마사로 파견된 ‘피영우’는 순간이동에 대해 그녀와 여러 차례 얘기를 나누지만 그 본질에 대한 왜곡은 커져갈 뿐이다. 공간의 변화를 분리시킨 순간이동의 진정한 의미와 물리적, 심리적 복제자의 상관관계 등 순간이동 원리에 대한 심도 높고 철학적인 탐문과 사색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독자들에게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나를 보는 눈 작가 특유의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판타지로, 온통 얼어붙은 세계에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구조대의 극한적인 여정을 담는다. 이들은 전설적인 ‘모서리의 노래’를 통해 멸망 직전의 인류를 구하려는 최후의 구원자들이지만, 동시에 이종 간 공존의 가능성과 맞닥뜨리는 최초의 목격자들이기도 하다. 이미 인류를 대체할 다음 종(種)이 등장했지만, 인류만을 위하는 듯 보였던 구원의 길은 ‘모서리’를 냄으로써 이들의 화합을 모색케 한다. 과연 이 세계에 잔존하게 된 두 종족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시하와 칸타의 장
3.25 (2)

<시하와 칸타의 장>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스물다섯 번째 책 출간!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스물다섯 번째 소설선, 이영도의 『시하와 칸타의 장-마트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1998년 『드래곤 라자』로 한국 판타지 문학의 시작과 중흥을 알림과 동시에 22년째 대체 불가능한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영도의 이번 신작은 2019년 『현대문학』 9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것이다. 인류의 욕심이 자초한 멸망, 오염된 땅, 폐허가 된 세상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류 부활의 꿈 『드래곤 라자』 『퓨처 워커』 등 한국 판타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이영도가 『오버 더 초이스』 이후 2년 만에 새 장편소설, 『시하와 칸타의 장-마트 이야기』를 내놓는다. 주제의 무거움과 장대한 스케일, 다양하고 새로운 종족들의 끊임없는 출현 등으로 20여 년 넘는 세월 동안 독자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아온 이영도는 이번 작품에서도 등장인물 간의 대화 속에 압축과 생략, 은유와 환유, 숨 막히는 핑퐁식 대화로 이영도식 농담과 유머를 아낌없이 사용하며 소설 읽는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폐허가 된 세상에서 다양한 환상종들과 경쟁하고 또 때로는 공존하며 뒤섞여 살아가고 있는 마지막 남은 인류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 토양은 오염되었고,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땅에 살아남은 인간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쥐를 잡겠다고 설치한 덫에 요정이 걸렸다. 그 요정을 향해 식용이야, 아니야? 묻는 열아홉 살 소녀 시하와 칸타는 어릴 때 부모를 잃고 헨리동물원에서 살고 있다. 헨리는 동물원 거주자 인간들이 부르는 드래곤의 이름이다. 동물원 거주자 인간들은 무언가를 원할 때 헨리에게 거래를 요청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헨리에게 배운, 선조 인류가 후대에게 전달해야 할 것들을 담아놓은 인류의 보물이자 정수들을 담아놓은 노래와 시를 완벽하게 외워야 한다. 그러나 헨리에게 거래를 요청하는 인간은 시하뿐이다. 자칫 실패하면 잡아먹히는 운명에 놓이기에 섣불리 도전할 수 없으며, 오직 시하만이 그 노래와 시들을 완벽하게 암송할 수 있다. 마트에서 처음 일어섰다 하여 마트라 불리는 인간들. 인류 부활을 꿈꾸며 아이를 낳고 종자를 모으고 파종할 오염되지 않은 땅을 구하기 위해 다른 종족과의 전쟁도 불사하는 마트들. 그들을 이끄는 마트퀸은 시하에게 마트로 와 아이들에게 노래와 시를 가르쳐달라고 요구하지만 시하는 번번이 거절한다. 인류 부활의 가능성을 믿지 않을 뿐 아니라 이런 시대 이런 땅에서 아이를 낳는 건 죄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하의 믿음은 데르긴의 출현으로 더욱 확고해진다. 요정 데르긴은 불치병으로 섬망에 빠진 사람이 보는 환각, 멸망을 앞둔 인류가 보는 환상종으로 인류 멸망이 ‘정말’ 머지않았다는 증거였다. 데르긴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칸타는 마트에서 일어나는 일들, 곧 인류의 역사를 목격하고 기록하기 위해 헨리동물원을 떠나 마트로 간다. 그러나 칸타가 마트로 간 이후, 간다르바는 마트를 공격하고, 시하는 칸타의 안위를 걱정하며 마트로 향한다. 데르긴의 도움으로 만든 ‘사랑의 묘약’을 들고 칸트를 찾아간 시하, 자신의 탄생은 부모의 쾌락의 결과물이며, 그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생각하며 사랑을 믿지 않던 시하는 망설임 끝에 칸트 앞에서 사랑의 묘약을 삼킨다. 시하의 예상과 달리 캇파 종족과 동맹을 맺은 마트는 간다르바를 물리치고 전쟁에서 승리하고, 시하는, “난 너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해”, 라고 말한 뒤 데르긴을 칸타에게 넘긴다. 하나의 전쟁은 끝이 났지만, 시하로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역사는 다시 출발점에 선다. 『시하와 칸타의 장』은 환상에 대한 질문이다. 그렇기에 이 작품의 대답은 모든 부분에서 양가적이다. 시하가 마신 사랑의 묘약은 형태론적으로 주어와 목적어가 혼란스러운 환상이었으며, 그러한 환상을 마신 시하의 말은 대답이라기보다는 질문인 셈이다. 이러한 환상을 미주한 우리의 대답은 어떠한가. (이융희)

오버 더 초이스
3.94 (32)

<오버 더 초이스> "『드래곤 라자』, 『눈물을 마시는 새』 등 한국, 일본, 대만, 중국에서 2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대표적인 판타지 작가 이영도의 10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오버 더 초이스』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1998년 『드래곤 라자』 출간 이후 꼭 20년 만에 출간되는 이번 신작은 단편소설 「오버 더 호라이즌」과 인물 및 배경을 공유하고 있으며, 다양한 특성을 가진 종족이 어우러져 평화롭게 사는 소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 아이의 비극적 죽음에서 시작되는 이번 이야기는, 죽음과 부활, 종말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시종일관 유쾌한 서술로 풀어내면서도 특유의 강렬한 주제의식을 담아낸다. 이영도 작가의 신작 발표 소식은 트위터 등 실시간 검색 1위에 오르는 등 큰 화제가 되었다. 또한 황금가지의 온라인 소설 플랫폼에서 일부가 연재 형식으로 공개되었으며, 10년 만의 복귀에도 수십 만의 유료 완독을 기록할 정도로 탄탄한 팬층을 입증하였다. 원고지 1900매에 이르는 『오버 더 초이스』는 20시간 분량의 오디오북으로도 제작되었으며, 7월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 최초 공개 예정이다. 「BBC 셜록 홈즈」의 셜록 역을 맡은 장민혁 성우가 티르 역을 맡고, 정재헌, 남도형, 시영준, 이원찬, 곽윤상, 이지현, 사문영, 김연우 등 9명의 초호화 성우진이 참가하여 또 한번 화제가 되었다. 신작 『오버 더 초이스』와 함께 출간된 『오버 더 호라이즌』은 판형과 표지를 신작과 맞춰 세트로 구성되었으며, 기존 판본의 수록 작품에 이영도 작가의 판타지 단편소설인 「에소릴의 드래곤」과 「샹파이의 광부들」이 추가되었다. ""거룩한 신의 섭리 속에 이루어진 죽음이니만큼 이 또한 축복이라고 여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삶은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믿는 것은 어렵다.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는 한 그들은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힘들다."" -본문 중 10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흡인력, 강렬한 주제의식, 독자의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기상천외한 전개. 『오버 더 초이스』의 시작은 소도시의 보안관보인 주인공 '티르 스트라이크'의 술회로 시작된다. '서니 포인도트'라는 6살짜리 아이가 놀던 중 폐광의 환기공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모든 어른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결국 보름만에 싸늘한 아이의 시신을 마주하게 된다. 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던 아버지가 부린 작은 소동으로 인해 근방에서 발생한 팔두 마차의 사고 현장을 발견하게 되고, 그곳에서 유일한 생존자인 소년을 발견한다. 티르는 이 도입부의 마지막에 '엿새 후 소년은 내게 죽었다.'라는 문장으로 독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생존한 소년은 과거 제국의 검술 사범이었던 주인공 티르가 보기에 여러모로 의문스러운 인물이었다. 황제와 닮은 피부색과 동행의 죽음에 개의치 않는 태도, 거짓으로 보이는 과거 행적 등. 티르가 소년의 정체를 추리하는 사이, 소도시에는 또 한번의 소동이 벌어진다. 서니의 엄마인 포인도트 부인이 음독 자살하려다가 구조된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는 깨어나자마자 '딸아이를 부활시킬 수 있다. 지상과 지하의 주인에게 검을 바치면 모두가 다 죽어도 부활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며 떠들고 다녀 도시를 혼란에 빠뜨린다. 티르는 그녀가 찾고 있는 검이 바로 마차 사고에서 발견된 소년의 검이라고 추측하게 되고, 이야기는 곧 죽은자의 부활, 그리고 인류의 종말이라는 거대 담론까지 확대된다. 『오버 더 초이스』는 저자의 명성에 걸맞게, 마주앉은 독자와 정교한 두뇌싸움을 하듯 탄탄한 구성과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라인, 그리고 개성넘치는 캐릭터들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소중한 이를 잃은 자들의 아픔, 그리고 치유의 서사시 약혼녀를 잃은 늑대인간 케이토, 자신의 주인을 잃은 난쟁이 검사 마하단 쿤, 그리고 소중한 딸아이를 잃은 포인도트 부부까지 『오버 더 초이스』에 '죽음'의 상처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가슴에 새긴 이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헤어나올 수 없는 상처로 인해 괴로움의 나날을 보내는 중에 '부활'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 '부활'의 의미를 받아들인다. 누군가는 '죽음' 을 부정하고 '부활'을 꿈꾸며 주변과 갈등을 빚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죽음'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부활'을 모독이라 생각하며 아픔을 감내하는 쪽을 택한다. 저자는, 만일 죽음으로 인해 떠나보낸 소중한 이가 '부활'할 수 있다면? 이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통해, 독자들에게 '죽음'의 의미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죽은 자의 입을 빌어 '죽음'과 '이별' 그리고 '치유'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너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될 수 없어. 모든 사람은 이전에 없었지. 그리고 태어나. 그러다가 결국 없어지지. 그걸 보면 처음부터 없었던 것과 똑같아 보이긴 해. 하지만 그게 아냐. 우리는 모든 시간을 한꺼번에 살지는 않으니까.” -본문 중 “서니도 아무 이유도 없이 죽었지요.” “그건 당신 딸이 멍청해서야!” 패악스럽게 외친 요란하스는 자신이 내뱉은 말의 무도함에 스스로 질린 것 같았다. 그는 얼굴이 벌겋게 변한 채 자기합리화에 들어갔다. 당연히 말이 지저분해졌다. “죽은 건 죽은 것이고, 응? 불쌍한 건 불쌍한 거지만, 말은 똑바로 해야지. 자기 죽을 줄 모르고 제 발로 구덩이로 빠진 걸 뭐라고 말하겠어? 멍청하다고 해야 하잖아? 우리 모두를 고생시켰어! 미안한 줄을 알아야지.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는 것이 말이 돼? 우리가 얼마나 그 아이를 구하려고 애썼어? 하늘이 알고 땅이 알아!” -본문 중 촌철살인의 감각적 묘사와 해학, 그 안에 담아낸 철학적 메시지 ""나는 단수가 아니다."" 『드래곤 라자』의 가장 인상적인 대사로 잘 알려진 ""나는 단수가 아니다""는 2014년도 사회 교과서에 등재되기도 한 명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처럼 이영도 작가의 작품에는 철학적 고뇌를 담아낸 문장이나 촌철살인의 감각적이고 유머러스한 문장을 작품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오버 더 초이스』에서도 독자들을 매료시킬 흥미로운 대사와 문장들을 일부 소개한다. “어떤 금액으로든 삶에 값을 매기면 안 돼. 일단 가격이 책정되면 그다음엔 거래도 가능해지거든.” “우리는…… 다른 사람의 관 위에 서야 합니다. 그건 윤리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 관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우리는 관 위에 서야 합니다."" ""바보 같은 내 청춘에 보내는 건배는 사양한다. 꼭 건배하고 싶다면 내 장수나 빌어주길. 더 많은 바보짓을 할 수 있도록. 아, 물론 나도 당신의 장수를 기원한다.""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추상할 수 있는 동물이지만 또한 추상적인 것을 눈에 보이는 것으로 구상할 수도 있는 동물이다. 사랑을 반지로 표현하는 저 많은 연인들을 보라. 인장용이나 비상시의 판매용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서야 반지는 실생활에 아무 도움이 안 되는 물건이다. 하지만 우리는 반지에서 사랑을, 연인에 대한 존중과 헌신의 약속을, 때로는 구속을 읽을 수 있다. 보안관 조수의 장검도 마찬가지다. 비록 장검은 반지와 달리 강력한 살인 도구라는 기능이 있지만 그건 부차적인 것이다. 사용되지 않는 한 장검은 허리에 찬 거대한 반지나 다름없다. 반지를 잃는 것은 몇 그램의 금속을 잃는 것이 아니다. 장검도 마찬가지다."" ""나는 허기에 찬 시선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산머리에 기대어 누운 왼쪽 하늘에는 아직 밤의 생기가 남아있었지만, 오른쪽 하늘은 새하얗게 시들어 있었다. 내 살인자의 얼굴을 덮어주던 친절한 밤이 시들고 있다."" ""내 몸에서 진정한 행동파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역시 손이다. 오랜 세월 관찰해 본 바에 의하면 내 손은 먹을 것이 있으면 가장 먼저 다가간다. 그래 봐야 언제나 입에게 뺏기게 되는데도 결코 그 짓을 그만둘 줄 모른다."" ""개인적 관점임을 전제하고 말하는데 결혼식에서 상용되는 저 유명한 문구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는 헛소리계의 공작쯤 되는 헛소리다. 갈라놓다니. 죽음만큼 확실하게 두 사람을 결합시키는 것도 드물다. "" ""진정한 사나이라면 빈털터리가 된 채 징징 울며 개평 달라고 조르고, 취한 채 옛 애인 창문 밑에서 고함지르고, 아침부터 맨땅에 얼굴을 박을 수 있어야 합니다."" ""부모님이 주신 머리라서 제겐 소중해요. 다른 머리에 한눈팔지 않고 평생 함께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