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판 | 그 여자의 침대> 우리가 사는 우습고 쓸쓸한 세상, 어긋나고 불완전한 인생담… 유쾌한 희극과 침침한 비극을 넘나드는 아이러니스트 박현욱의 첫 소설집! 박현욱 작가가 등단 8년 만에 내놓은 첫 소설집. 작가는 동시대 도시인들의 삶과 세태를 냉소적인 입담으로 가감 없이 짚어내며, 앞지르지 못하면 낙오자가 되는 경쟁사회의 폐부를 응시한다. 특유의 위트와 입담이 무거움과 가벼움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어, 문제의식은 깊이 있으나 묵직하거나 처연하지 않다. 새로운 관계 맺기의 어려움을 침대 크기에 대한 집착으로 보여주는 「그 여자의 침대」, 장남과 여동생, 막내 사이에서 홀대받았던 차남의 소외감을 클래식과 연결한 「벽」, 고립감으로 온몸이 붕 떠 있는 느낌을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생명의 전화」, 프로 바둑기사 지망생의 좌절을 그린 「이무기」, 많은 것을 연체하고 사는, 많은 것이 연체되는 ‘나’의 삶을 다룬 「연체」, 초등학생 때의 첫사랑을 떠올리며 뒤늦게 깨달은 것들의 소회를 담은 「해피버스데이」, 아내와 다투고 집을 나가도 갈 데가 없는 주인공의 속내를 보여주는 「링 마이 벨」, 집 나간 아내를 기다리며 모든 것이 분명했던 이십대를 회상하는 「그 사이」 등 여덟 편을 담았다. 박현욱의 소설들이 지니고 있는 가볍고 경쾌한 리듬은 기성의 모럴을 뒤집어놓는 역설의 힘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밑에는 자기 욕망에 대한 정직성이라는 좀더 큰 힘이 버티고 있다. 그것은 박현욱이 만들어낸 전형적인 인물들이 공유하고 있는 미덕이기도 하다. _서영채(문학평론가)
<개정판 | 동정 없는 세상> 동정(同情) 없는 세상에서 동정(童貞) 없는 세상을 꿈꾸는 십대의 “한번 하자”로 이어지는 재기발랄한 성장담! 제6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한 박현욱의 첫 장편소설 새해, 새 모습으로 찾아온 박현욱의 소설 2001년 제6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동정 없는 세상』,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아내가 결혼했다』로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박현욱 작가가 지금껏 펴낸 네 권의 책이 새 모습으로 독자들과 만난다. 올해로 등단 12년. 탁월한 입담과 재치로 무장한 박현욱의 작품들은, 세대를 뛰어넘는 깊은 공감과 예측불허의 논쟁적인 소재가 주는 신선함, 사랑과 연애, 섹스에 대한 가벼우면서도 진지한 통찰을 담아낸다. 작가가 지금껏 펴낸 세 권의 장편소설과 한 권의 소설집이 강력한 흡인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힘이 여기에 있다. 게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공감대는 더욱 깊어진다. 이미 읽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온 그의 책이 반가운 이유다. 일관성 있는 포맷 위에 각 작품의 개성을 잘 살린 새로운 디자인으로 새옷을 입고 찾아온 박현욱의 책들은, 수많은 작품들 사이에서 그의 작품이 그만의 색으로 반짝일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이 독자들의 책장 한편에서 그만의 색으로 빛날 것이다. 이어지는 그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와 함께. 제6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이자 박현욱의 첫 장편소설인 『동정 없는 세상』은 이제 막 수능을 치렀으나 대학 진학에는 별 뜻이 없고 여자친구와 “한번 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주인공 준호가 어떻게 그 시절을 통과해나가는지를 경쾌하게 다루고 있다. “한번 하자”로 시작해서 “한번 하자”로 끝나는 이 소설은 이 시작과 끝의 언어, 그사이의 변화가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섹스’ 말고는 어른이 되는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하는 십대 준호가 ‘변화’하는 과정이 진부한 통념을 산뜻하게 배반하면서 외설스럽지 않고 밝고 가볍고 건강하게 그려지는 것이다. 동명의 영화와 대비되면서 성인을 목전에 둔 십대 남학생의 이야기를 세대를 뛰어넘어 공감 어리게 담아내고 있다는 것도 이 작품이 가진 힘이다. 추천사 공부는 죽어도 하기 싫고 어떡하면 여자하고 한번 자보나, 오로지 동정(童貞) 딱지 떼는 일에만 앉으나 서나 자나 깨나 골몰하는 고3 십대의 성(性)의식을 정면으로 다뤘는데도 조금도 외설스럽지 않고 밝고 가볍고 건강하다. 성적 자극에 대책 없이 노출된 청소년기 자녀와 부모가 함께 읽었으면 싶게 교육적이면서도 되잖게 누굴 계몽하려 들지 않는 것도 이 소설이 상쾌하게 읽히는 까닭이다. 야하면서도 건전하고 불순하면서도 순수한 젊은 호흡이 느껴진다. -박완서(소설가) 이 소설은 “한번 하자”로 시작해서 “한번 하자”로 끝난다. 그런데 외관상 동일한 그 시작과 끝의 언어 사이에는 중요하게도 악센트의 차이가 있다. 시작과 동결의 두 지점 사이에는 소년의 ‘변화’가 발생해 있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려는 소년의 ‘전환’이 개입해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성장한다는 것이 오히려 성인의 세계를 떠나는 일이라는 독특한 메시지를 담은 독특한 성장소설이다. -도정일(문학평론가) 『동정 없는 세상』이 풍부한 잠재력을 지닌 한 문학적 재능의 산물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섹스에 대한 욕망과 환상에 빠져 있는 십대 소년의 이야기를 적절한 디테일을 갖추면서도 쾌활한 템포로 풀어가며, 어쩌면 싱거웠을지 모를 그 이야기를 인간 성장의 보다 넒은 맥락에서 다양하게 읽히게 만든다. -황종연(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인생은 아이러니하고 나는 행운아다. 내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가령 하다 만 공부라거나 짧았던 직장생활이 그러하고 또한 인간관계들, 그러니까 사람을 소망하고 단념하는 나의 방식들이 그러했다. 반면에 정작 잘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글 쪽에서는 자알 한다며 소설가 타이틀을 달아주고, 상도 주고, 돈도 주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이 무슨? 그나저나 글이 밥이 되다니! 이 소설은 그 첫 번째 결과물이다. 이렇게 십 년이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고 있다가 이제 개정판까지 내게 되었다.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소설들이 많이 있고, 그 중에 훌륭한 소설들이 적지 않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건 정말이지 고마운 일이다. 전적으로 당신 덕분이다. 고마워요. 2013년 1월 박현욱
<새는> 순정하고 애틋했던 그 시절의 이야기! 아날로그 시대의 청춘사가 담긴 박현욱의 두 번째 장편소설 『새는』. 잊고 있던 개인용 편집 테이프를 찾아서 듣는 구성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지난 시절의 평범한 풍경 속에 담긴 첫사랑의 추억을 끄집어낸다. 1980년대 중반, 지방도시의 고등학생 은호의 성장담이 작가 특유의 경쾌한 문체로 그려진다. 그 시절 청소년들이 겪은 문화, 풍속, 에피소드와 사건, 사랑의 상처와 기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갤러그, 프로야구, 죠다쉬 청바지 등의 빛바랜 이미지와 지난 시절 유행가 가사 같은 학교생활, 그리고 첫사랑의 추억이 아련하고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작가는 단지 그 시절의 에피소드와 사건을 그려내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시절에만 가질 수 있었던 순정하고 애틋하고 발랄한 정서까지 되살려냈다. 누구에게나 있었을 보석 같은 시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내가 결혼했다> 1993년 12월, 한국문학의 새로운 플랫폼이고자 문을 열었던 문학동네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을 발간, 그 첫 스무 권을 선보인다. 문학의 위기, 문학의 죽음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 문학의 황금기는 언제나 과거에 존재한다. 시간의 주름을 펼치고 그 속에서 불멸의 성좌를 찾아내야 한다. 과거를 지금-여기로 호출하지 않고서는 현재에 대한 의미부여, 미래에 대한 상상은 불가능하다. 미래 전망은 기억을 예언으로 승화하는 일이다. 과거를 재발견, 재정의하지 않고서는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없다. 문학동네가 한국문학전집을 새로 엮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은 지난 20년간 문학동네를 통해 독자와 만나온 한국문학의 빛나는 성취를 우선적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앞으로 세대와 장르 등 범위를 확대하면서 21세기 한국문학의 정전을 완성하고, 한국문학의 특수성을 세계문학의 보편성과 접목시키는 매개 역할을 수행해나갈 것이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18 박현욱 장편소설 아내가 결혼했다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2006)는 “‘나’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라는 발칙한 이야기로 출간 당시 많은 논란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단순히 소재의 충격적 차원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 독점적 사랑과 결혼 제도의 통념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이 소설은 두 남자와 한 여자 사이의 연애-사랑-결혼을 박진감 넘치는 축구경기와 절묘하게 결합시키면서 강력한 흡인력을 지닌 서사를 만들어냈다. 2008년 정윤수 감독에 의해 동명의 제목으로 영화화되면서 다시 한번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논쟁적 주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축구를 사랑하는 남자가 축구를 사랑하는 한 여자를 만났을 때, 그 여자와의 사랑이 축구만큼 즐겁고 축구보다 뜨거울 때, 남자는 이미 유니폼을 입고 사랑의 구장으로 돌진할 모든 준비를 마쳤을 것이다. 그러나 소설은 말하고 있다. “아내가 결혼했다”고. ‘아내’는 내 아내인데 ‘결혼’은 남의 것일 때, 아내의 손을 잡은 두번째 남편이 터무니없이 태연할 때, 남자는 진작 유니폼을 벗고 사랑의 잔디를 깎아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소설은 말을 멈추지 않는다. 기울어진 사랑을 보는 바른 자세가 기울인 몸밖에 더 있겠느냐고. 『아내가 결혼했다』는 묻는다. 발칙한, 이상한, 그러나 살아 있는 사랑만으로는 부족합니까? 그런데, 사랑이 뭐지요?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아내가 결혼했노라는 범주 밖의 속삭임(푸념이나 절규가 아닌)이 작가의 정당한 상상과 그 반추에서 파생된 목소리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신선한 방식으로 사랑의 두 얼굴을 관전할 수 있다는 점이 도덕적 통념을 벗어난 박현욱표 순정을 손가락질할 수 없는 이유이다. 박현욱의 인물들은 자신의 바람을 이루고자 하는 태도에서만큼은 정직하고 비타협적이다. 박현욱의 소설이 지니고 있는 경쾌한 분위기도 근본적으로는 이같은 유연성과 비타협성의 어우러짐에서, 그 둘 사이의 균형을 잡아내는 작가의 감각에서 기인하는 것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그런 경쾌함이라면 어떨까. 청산되지 못한 가부장제와 권위주의라는 우리 사회의 밑그림이 쉽게 바닥나지 않을 것이라면, 박현욱의 저 경쾌한 행보는 좀더 지속되어도 좋지 않을까. _서영채(문학평론가,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 누구도 이기지 않고, 누구도 지지 않지만, 그 순간에는 세상에서 최고로 재미있는 게임일 수 있는 경기. 그저 골을 넣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누구든 한 번이라도 축구공을 더 차볼 수 있는 기회를 쟁취하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는 신명나는 놀이. 그것은 그녀를 완전히 독점할 수는 없어도 단지 그녀를 곁에 두고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하는 경지의 은유가 아닐까. 두 개의 축구공이든, N개의 축구공이든, 상대편이 누구든, 누가 아군이든, 상관없이 축구 그 자체의 놀이에 몰입할 수 있는 것. 상대가 몇 명이든, 이성을 사랑하든 동성을 사랑하든 둘 다를 사랑하든, 지금 여기서 당신을 사랑할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만으로도 지극한 기쁨을 누리는 것은 폴리아모리의 진정한 이상향이 아닐까. _정여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