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평범했던 소년이 우연히 사고를 저지르고 집을 떠났다.그리고 몇 년 후 그는 강호의 천민(賤民)이라는 낭객이 되어 있었다.낭객 곽진. 별명 불패.그는 가슴에 웅대한 야망을 품어 본 적도 없었고, 남달리 머리가 영민하거나 용모나 언변이 뛰어나지도 않았다. 영약을 얻어 환골탈태하거나 절세의 신공절학을 얻어 하루아침에 초고수가 되는 기연(奇緣) 같은 건 바란 적도, 만난 적도 없다. 그저 매 순간 살아남고자, 그리고 더 강해지고자 최선을 다했을 뿐.그런데 어느 순간 그의 곁에는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를 중심으로 차츰 규모를 더하더니 마침내 거대한 물결이 되어 강호를 뒤흔들었다.낭객전기(浪客傳記)는 그렇게 강호의 전설이 된 한 사내의 이야기다.
송나라가 여진족이 세운 금(金)나라에 쫓겨 대륙의 남쪽으로 밀려났던 남송 시기.남송의 수도였던 임안부(현재의 항주)의 한 표국에서 표사 노릇을 하던 한 사내가 있었다.당년 삼십 세, 안휘성 합비 태생.천강검문(天綱劍門) 출신, 구정백(具正白).구파일방, 오대세가, 마교, 혈교 등 의례 등장했던 문파들과는 달리, 주인공이 신공절학을 얻어 절세의 고수가 되거나 영약을 얻어 환골탈태하는 등의 기연에 얽매이지 않는, 표사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무(武)에 대한 강렬한 여정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그 과정 속에서 소중한 사람이 생겨나며, 그 시절의 무인이 실제로 겪었을 법한 현실적인 무협 무대가 지금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