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연
신지연
평균평점
은의 왕국

<신지연 판타지 장편 소설> 조용함이 지나쳐서 불안할 정도의 고요가 온 세상을 감싸고 있었다. 언젠가 느껴본 적 있는 이 감각은 결코 달갑지 않은 익숙함으로 다가왔다. 뇌리 속에 깊게 새겨져 있는 흐린 회색 빛의 기억이 또다시 되살아나려 하고 있었다.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을 정도의 나른함이 부드러운 비단 이불처럼 온몸에 휘감겨 있었다. 나른함 때문에 사고마저 보통 때처럼 원활하게 할 수 없게 되어버린 듯, 유하는 한동안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데...

교룡 카이엔

만화와 각종 소설읽기를 즐기며 올해로 소설 집필을 시작한지 5년째되는 저자의 판타지 소설. 어째서 이런 모습으로 태어난 것인가.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이런 추악한 모습으로. 어째서 이런 생명을 부지해야만 하는가. 교룡. 끝없이 반복되는 두뇌임.

금빛 인영

<금빛 인영> 날선 바람일지라도 품에 안을 수 있다면. 인아는 생각 말미, 코트의 깃을 단단히 여몄다. 해 질 녘 바람이 싸늘하긴 인아나 낙엽들이나 크게 다를 바 없었는지 녀석들은 공원 산책로를 가로질러 굴러다니다가도, 곧 주섬주섬 무리지어 한 귀퉁이에 모여 앉기를 반복했다. 인아의 눈에는, 그 모습이 마치 기력이 다한 두 노인이, 팔을 벌려 서로를 꼬옥 끌어안고 있는 것으로도 보였다. 그녀는 자신도 끼어 달라고, 괜스레 낙엽더미를 부츠 끝으로 두어 번 건들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결핍과 개방성은 별개의 문제였다. 그들은, 인아가 자신들과 같은 문제로 괴로워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그리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